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20. 헌법재판소 제공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5일 변론을 종결한 뒤 연일 재판관 평의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 중이다. 헌재는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윤 대통령 주재로 5분가량 이뤄진 회의를 ‘국무회의’로 볼 수 있는지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헌법 89조가 ‘계엄 선포 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면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목적과 상관없이 헌법적 정당성을 잃을 수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통상적 국무회의가 아니었고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반면 윤 대통령의 측근이자 충암고 선후배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무회의를 정상적으로 거쳤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국무회의의 형식적 요건과 실질적 내용을 모두 따져 판단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 영문도 모른 채 모인 ‘5분 회의’
6일 검경 수사기록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일 오후 8시경 윤 대통령은 한 총리와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을 대통령실로 호출했다. 김 전 장관은 이미 들어와 있었고, 이 전 장관은 김 전 장관의 연락을 받고 뒤늦게 도착했다. 이렇게 모인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밝혔다. 국무회의 의사정족수(11명)가 채워지지 않았는데도 계엄 선포를 강행하려 했던 것이다. 한 총리가 만류하며 국무위원들을 더 부르자고 건의하자 윤 대통령은 수용했다.
이후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 국무위원 4명이 추가로 와 의사정족수가 채워졌다. 정부조직법상 국정원장은 국무위원이 아니다. 오후 10시 17분경 시작된 회의는 5분 만인 10시 22분경 끝났고,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심의를 했고 발표를 해야 하니 나는 간다”는 말을 남긴 뒤 10시 23분경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무회의 회의록은 남지 않았고 국무위원들의 부서(副署·서명)도 없었다.
헌재가 중점적으로 따지는 부분은 이 같은 ‘5분 회의’가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다. 탄핵심판 10차 변론 증인으로 출석한 한 총리는 ‘(국무회의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 달라’는 김형두 재판관 질문에 “통상의 국무회의가 아니었고,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었다는 건 하나의 팩트”라고 증언했다. 이어 ‘비상계엄에 찬성하는 사람이 있었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도 “모두가 만류하고 걱정했다”고 답했다. 최 부총리도 탄핵심판 증인으로 채택되진 않았지만 “시작과 종료 자체가 없었고, 지금도 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반면 이 전 장관은 “당시 참석한 국무위원들은 국무회의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이번 국무회의처럼 실질적으로 위원들끼리 열띤 토론과 의사 전달이 있었던 건 처음이었다”고 증언했다.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이 위헌·위법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국무회의에서) 없었다”는 말도 했다. 김 전 장관은 “계엄 선포에 찬성하는 국무위원도 있었다”면서도 누가 동의했는지는 “말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 헌재, ‘실질적 국무회의’였는지 따질 듯
법조계에선 헌재가 단순히 국무회의의 유무나 의사정족수의 충족 여부뿐 아니라 회의의 ‘실질성’을 집중적으로 따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 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외관상 회의가 열렸고, 의사정족수를 채웠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회의 요건이 충족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헌법이 국무회의를 거치도록 한 입법 취지, 정부조직법상 국무회의가 가지는 절차적 의미 등을 고려해 ‘실질적인 국무회의’였는지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무위원들의 엇갈린 증언과 관련해선 위증 동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한 총리 증언에 높은 신뢰도가 부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증언이 엇갈리는 경우 재판부는 당사자와 증인의 친분 등을 면밀히 따지게 된다”며 “국회에 의해 탄핵까지 당한 한 총리가 국회 측을 위해 유리한 증언을 해줄 이유는 적어 보이는 반면에 이 전 장관과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로 알려진 만큼 위증 동기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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