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 참석했다. 조기대선 오세훈, 권영세 권성동 이양수 여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당 일각에선 “사실상 출정식”이라고 평가했다. 2025.02.12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민의힘 안철수, 추경호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서울특별시 ·서울연구원 주최로 열린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5.2.12 (서울=뉴스1)“우리 당 대선 주자들이 조기 대선 준비를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금은 주자들이 무럭무럭 커야할 때다.”
주요 당직을 맡은 한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당 ‘투톱’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회에서 개최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 참석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당 지도부가 강성 보수 지지층의 탄핵 반대 여론을 의식해 ‘조기 대선 함구령’을 내렸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가까워 오면서 대선 경쟁에 나설 여권 대선 주자들의 행보를 계속 막기 어려운 ‘선택의 순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이날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오 시장은 자신의 개헌 구상을 공개했다. 오 시장은 “서울 수도권을 제외한 4개의 권역별 초광역 지자체를 만들어서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하자”며 “대통령에게는 외교 안보 국방 권한만 남겨두고 내치 관련 모든 권한을 광역화된 지자체에 이양하자”고 했다.
오 시장은 ‘본격 대선 행보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윤재옥 전 원내대표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는 당 4역을 포함해 현역 의원 48명이 참석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축사에서 “오 시장과 윤 의원이 얼마나 ‘핫(hot)’한 분인가 느낄 수 있는 자리”라고 했다.
오 시장 토론회에 절반에 가까운 여당 의원들이 참석한 것은 헌법재판소 변론이 막바지에 이르며 당내에서 대선 준비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조기 대선 주자를 지원 사격한다는 해석이 나올 것을 감수하고 개헌 토론회에 갔다”며 “다른 주자가 토론회를 열었어도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여권 내에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당초 관측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헌재가 사전에 지정한 마지막 변론기일인 13일 이후 한두 차례 더 변론을 진행하더라도 탄핵 심판이 3월 중순을 넘어가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 탄핵이 인용될 경우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2017년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선고된 지 21일만에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홍준표 대구시장이 선출됐다.
문제는 2017년과 달리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불복 메시지에 호응하는 강성 지지층들의 결집으로 여당 대선 후보들이 섣불리 대선 행보에 나서기 어렵다는 것. 한 여권 관계자는 “먼저 고개를 들었다간 나락으로 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당 지도부가 개헌 토론회에 총출동한 것은 개헌이 이 같은 딜레마를 넘어설 카드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개헌에 소극적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대결구도를 분명히 하면서 윤 대통령 탄핵 이슈를 건너 뛰고 암묵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명분이라는 얘기다. 한 여당 재선 의원은 “탄핵안이 인용되더라도 그 이슈를 덮을 수 있는 것이 개헌”이라며 “여권과 비명(비이재명)계가 한목소리로 이 대표를 몰아 세우면 블랙홀처럼 이슈를 다 빨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뉴스1 자료)다른 주자들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의 여의도 정치는 동지보다 이익이 우선하는 적도 동지도 없는 정상배 시대이기 때문에 나라가 혼란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 탄핵 찬성 세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친한(친한동훈)계 정성국 의원은 “한동훈이 대안이구나 하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시간이 필요해 너무 늦게 나올 수는 없다”며 “최종 변론 (이후가) 가장 빠른 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국민의힘 ‘정책 발굴단’은 중장년·노년층의 노후소득 마련을 지원하고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바꿔 중산층 세 부담을 줄이는 등의 ‘10대 정책 우선순위’를 선정하기도 했다.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히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공약 작업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당 관계자는 “정책개발을 위한 실무회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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