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기부채납 용지를 둘러싼 서울시와 하림그룹의 소송에서 하림 측 손을 들어주며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서울시는 400억 원이 넘는 돈을 하림 측에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시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달 23일 하림산업이 KB부동산신탁과 함께 시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취지로 2심을 파기 환송했다. 앞서 시와 하림은 하림이 양재동에 조성 중인 대규모 물류단지(옛 화물트럭터미널 부지) 일대 도로의 사용권 문제를 놓고 법적 다툼을 벌였다. 이곳은 2009년 부동산 개발업체 파이시티가 복합물류단지로 개발하기 위해 시에 기부채납하기로 약속한 곳이다. 시는 이곳에 서울추모공원 진입로 확보를 위해 2013년 도로를 만들었다. ‘기부채납’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시행자가 용적률 등의 기준을 완화해주는 대신, 지자체나 정부에 도로 공원 공공시설 등을 무상 기부하는 것이다.
문제는 2014년 파이시티가 파산하고, 땅 소유권이 2016년 하림에 넘어가면서 벌어졌다. 2021년 3월 하림은 “시가 도로를 무단 사용·점유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림 측은 파이시티가 하림에 부지를 넘겼으니 기부채납 효력도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2022년 9월 1심 재판부는 하림 측 손을 들어줬고, 시는 2016∼2021년 6년간의 도로 사용료와 이자 등 총 362억 원을 하림에 지급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2심에서는 시가 승소한 뒤 이 돈을 돌려받았다. 대법원이 하림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시는 도로 사용료와 이자를 합친 약 404억 원을 하림에 다시 지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파기환송심에서 패소한다면 점유 종료일까지 사용료 명목으로 매달 약 5억8000만 원씩 하림에 추가로 내야 한다.
시는 예비비를 편성해 사용료와 이자를 우선 지급할 계획이다. 시는 파기환송심에서도 사안을 계속 다툴 계획이지만 최종 패소한 뒤 지급하면 그만큼 이자가 더 붙기 때문에 우선 돈을 지급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파기환송심에서 사실관계와 부당 이익금 규모에 대한 법리 해석을 두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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