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탠드업 코미디언 에세이
감정 표현 서툴러 외로운 남자들
금기 넘나드는 유머 코드로 풀어
◇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맥스 디킨스 지음·이경태 옮김/456쪽·2만4000원·창비
결혼식을 하려는데 마땅한 ‘신랑 들러리’가 생각나지 않는다. 후보 명단을 쓰는데 대부분 일 때문에 만나는 사람이다. 학창시절 친구들도 거의 2년 이상 연락하지 않아 부탁하기 민망하다. 겉보기엔 성공한 인생 같은데, 들러리 설 친구 하나 없다니…. 아! 어쩌다 내 인생이 이렇게 된 걸까.
뭔가 남성을 향한 조롱 같은 제목의 책이지만, 영국 남성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자전적 에세이다. 저자는 결혼식을 준비하다가 절친한 친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신뿐만이 아니다. 영국 ‘모벰버 재단’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영국 남성 응답자 3명 중 1명은 “가까운 친구가 없다”고 답했다. 2019년 영국 BBC에 따르면 영국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은 4명 중 3명꼴로 남성이다. 외로움이 주원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남성은 친구를 찾아 나서진 않는다. 모임에 안 가려고 아픈 척한다. 주말에 일해야 한다며 만남을 회피한다. 우연히 마주친 옛 친구에겐 “다음에 만나자”고 빈말만 한다. 외로움을 숨기려 고독을 즐기는 ‘척’한다. 사실 계속 사람들을 만났다고 자신을 속이기도 한다. “여친도 있었고, 여친의 친구들과도 어울리고, 여친 가족 행사에도 갔다. 바빴다고!”
저자가 다양한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깨달은 외로움의 원인은 ‘위계적 질서’에 대한 집착이다. 남성은 지나치게 서로 부와 지위를 자랑하기 바쁘고 서열을 나눈다. 더군다나 남성 사회에서 친구끼리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하면 ‘징징댄다’는 평가를 받기 일쑤다. “계집애” 같단 말에 소통을 포기하고 동굴로 숨는다.
답은 모두 알고 있다. 친구를 만들면 된다. 저자는 동네 합창 동호회에 들어가 사람들과 교류한다. 옛 친구에게 “너를 아끼고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어색함에 몸부림치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저자는 용기를 낸다. “누군가 도움을 청하면 나타나기.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먼저 나타나기. 우정은 이토록 단순한 것이었나?”
코미디언 특유의 금기를 넘나드는 입담이 매력적이다. 영국 남성의 시각이지만, 어느새 애정 표현에 서툴러진 한국 ‘아재’ 독자도 공감할 만하다. 기자 역시 책을 읽다가 왠지 서글퍼 서둘러 ‘밥’ 약속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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