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장애와 상관없어… 모든 걸 다 표현하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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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피아니스트 日 쓰지이
내달 3일 첫 단독 내한 공연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로 다음 달 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여는 쓰지이 노부유키의 공연 모습. 마스트미디어 제공 ⓒGiorgia Bertazzi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로 다음 달 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여는 쓰지이 노부유키의 공연 모습. 마스트미디어 제공 ⓒGiorgia Bertazzi
선천적으로 안구가 작아 태어났을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다. 두 살 때 어머니의 노래를 장난감 피아노로 따라 쳤고 네 살 때부터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 점자 악보로는 많은 곡을 익히기 힘들어 오른손과 왼손 파트를 따로 녹음한 음악을 들으며 외우기 시작했다. 2005년 17세 때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비평가상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중국의 장하오천과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시각장애 피아노 천재로 알려진 일본의 쓰지이 노부유키(36)가 다음 달 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단독 내한 리사이틀을 갖는다. 2011년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듀오 콘서트 무대에 선 지 13년 만이다. 바흐 ‘프랑스 모음곡’, 쇼팽의 즉흥곡들, 드뷔시 ‘판화’, 라흐마니노프 ‘악흥의 순간’을 연주한다.

16일 줌 화상회의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쓰지이는 “음악은 장애와 전혀 관계가 없다. 살아오면서 힘든 시기도 없었다”며 해맑게 웃음을 지었다. “어릴 때는 왜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를까라고 생각해 봤지만 음악을 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눈이 보이지 않는 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는 바실리 페트렌코,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 사도 유타카를 비롯한 수많은 지휘자들과 호흡을 맞춰 왔다. ‘지휘를 보지 못하는데 어떻게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는지’ 묻자 그는 “현장에서 숨소리를 주고받는 게 중요하며 많은 리허설을 한다”고 밝혔다. 간담회에 함께한 김용관 마스트미디어 대표는 “노부유키가 그리그의 협주곡을 협연할 때 큰 팀파니 소리 때문에 지휘자의 숨소리를 못 들어 첫 음을 놓친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피아니스트로 성공하기까지는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고 그는 말했다. “어릴 때 어머니께서 저를 자연 속에 자주 데려다주셨고 심지어 불꽃놀이나 등산에도 데리고 가셨어요. 그 많은 체험과 탐험들이 제가 음악을 하는 데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쓰지이는 작곡가이기도 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 작곡한 ‘쓰나미 희생자들을 위한 비가’를 앙코르 곡으로 연주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서 공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자연 속을 걷고 바람을 맞으면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곡으로 만든다. 떠올린 곡을 연주하면 녹음해서 다른 사람이 악보로 옮긴다”고 설명했다. “음악 자체가 저를 표현하는 수단이죠. 피아노와 작곡 둘 다 너무 좋아서 어느 쪽이 더 매력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3만∼8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시각장애 피아니스트#쓰지이#내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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