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하고, 놀고, 감탄하고… 팝업스토어-이색 경험에 소비자 몰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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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NOW]
팝업스토어마다 소비자 줄이어… 판매보다 경험, 홍보에 무게
오프라인 공간의 ‘잡지책화’
한강 보행로에도 예술 전시… 백화점 테니스코트서 레슨도
재미·희소성 갖춘 매장만 생존

한강공원으로 연결된 보행로를 문화 공간으로 바꾼 서울 마포구 망원나들목의 ‘래빗뮤지엄’. 엔데믹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이 예술 관람, 체험, 이색 제품 등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공간에 열광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동아일보DB
한강공원으로 연결된 보행로를 문화 공간으로 바꾼 서울 마포구 망원나들목의 ‘래빗뮤지엄’. 엔데믹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이 예술 관람, 체험, 이색 제품 등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공간에 열광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동아일보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시대를 맞아 오프라인을 향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2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험 소비 열망이 억눌려 왔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 운영되는 오프라인 임시매장(팝업스토어)은 새로 문을 열기만 하면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일종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백화점과 쇼핑몰도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이후 재단장하며 손님을 맞이하느라 바쁘다. 오프라인 공간이 상품을 판매하는 장소에서 제품과 서비스, 기업 등을 홍보하는 매체로 변화한다고 해서 이를 ‘공간의 잡지책화’라고 부른다.

구매하는 공간에서 향유하는 공간으로 진화하는 공간의 잡지책화는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 공간이 ‘이색 콘셉트’와 결합한다. 요즘 세대가 선호하는 대표적인 콘셉트는 예술이다. 온라인 쇼핑플랫폼 29CM가 2022년 9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오픈한 오프라인 매장 ‘이구성수’는 판매 공간을 마치 쇼룸처럼 운영한다. 시즌마다 하나의 주제를 선정하고 이 주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입점 브랜드 위주로 큐레이션을 더해 공간을 꾸민다.소비자들은 정기적으로 테마가 바뀌는 전시회를 방문하듯 이곳을 찾는다.

공공 공간도 예술과 결합한다. 2023년 8월, 서울 마포구 망원동과 망원한강공원을 잇는 망원나들목이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서울시가 선보인 첫 나들목 미술관인 ‘래빗뮤지엄’이다. 도심과 한강의 연결 통로로 일명 ‘토끼굴’에서 따온 이름인데, 기존의 어둡고 칙칙했던 토끼굴이 조선시대 화가와 현대 미술가의 예술작품이 담긴 미디어아트 미술관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서울시는 ‘잠실나들목’, ‘마포종점나들목’ 등 한강공원에 있는 보행 전용 나들목 42곳에 래빗뮤지엄을 차례대로 개장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서 운영된 테니스코트 팝업스토어 ‘더 코트’. 엔데믹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이 예술 관람, 체험, 이색 제품 등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공간에 열광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동아일보DB
지난해 6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서 운영된 테니스코트 팝업스토어 ‘더 코트’. 엔데믹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이 예술 관람, 체험, 이색 제품 등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공간에 열광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동아일보DB
공간의 잡지책화에 해당하는 두 번째 특징은 오프라인 공간과 이색 활동의 결합이다. 올해 5월 롯데백화점은 잠실 롯데월드몰에 테니스코트를 설치했다. 작년 6월에 진행한 테니스 관련 팝업스토어가 성공하면서 150평 규모의 체험형 매장을 정식 오픈한 것인데, 매장 안에는 가로 22m, 세로 8m 규모의 널찍한 테니스코트가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흉내만 낸 것이 아니다. 바닥도 백화점의 대리석을 걷어내고 실제 테니스코트와 똑같이 만들었다. 매장에는 전문선수 출신의 코치가 상주해 레슨도 제공한다.

호텔도 이색 활동을 강조하며 소비자의 발길을 이끈다. 일본의 호텔 체인 호시노리조트는 한두 시간 동안 즐기는 가벼운 여행을 뜻하는 ‘마이크로 투어리즘’으로 코로나19를 극복했다. 예컨대 일본 후지산 인근에 위치한 호시노야 후지는 호텔 내에서 즐기는 장작 패기, 마시멜로 구워 먹기, 객실 테라스 캠핑과 같은 가벼운 활동부터 인근 호수에서 카누 타기, 트레킹하기와 같은 활동적인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놀거리로 인기가 높다.

셋째, 오프라인 공간에서 이색 상품을 판매한다.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한창인 주유소가 이에 해당한다. 강원 양양군에 있는 SK에너지 커피향주유소는 서퍼들 사이에서 바다 맛집으로 불린다. 주유소 옥상에는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가 입점해 있어 한눈에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이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유소도 있다. GS칼텍스 삼성로주유소에선 가구 기업 이케아의 제품을 픽업하거나 여행 짐을 배송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심지어 주유소에서 굴착기도 판매한다. HD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에서 계열사인 HD현대인프라코어의 미니 굴착기를 판매한다.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일상이란 죽음으로 가는 지루한 통로’라고 묘사하며, 일상의 지루함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환상을 기반으로 한 ‘비일상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생존을 고민해온 오프라인 매장들은 앞으로 소비자에게 비일상성을 제공하는 핵심 공간으로 더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아울러 실천하기 위해서는 공간의 가치를 매출에서 방문자 수나 영향력 지수 등으로 변경하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한때 ‘오프라인은 끝났다’는 말이 당연시됐지만, 소비자 관점에서 재정의된 공간이 갖는 매력과 가치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연구센터 연구원
#팝업스토어#이색 경험#공간의 잡지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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