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 메디스토리]동전-건전지 등 이물질 삼키면 ‘소아내시경’으로 응급조치 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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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이물질 삼킴 2000여 건 발생
천공-패혈증으로 이어질 가능성 높아
소아소화기 전문의 있는 병원에서
소아내시경 응급 시술 받을 수 있어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권이영 교수가 소아내시경을 활용해 염증성 장 질환이 의심되는 어린이 환자를 진단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권이영 교수가 소아내시경을 활용해 염증성 장 질환이 의심되는 어린이 환자를 진단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최근 11개월 된 남자아이가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을 일으켜 부모와 함께 인하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 의료진이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아이의 식도에서 동그란 음영이 확인됐다. 권이영 교수(소아청소년과)는 보다 정밀한 검사를 위해 응급 소아내시경을 진행했다. 소아내시경 결과, 아이의 식도에서 동전은 물론 스티커와 구슬까지 발견됐다.

권 교수는 아이가 삼킨 동전에 의해 식도 점막에 상처가 생겼고 제때 발견하지 못해 호흡곤란까지 일으킨 것으로 판단했다. 원형 전지나 자석 등 전류 자극이 있는 물질을 삼켰을 경우 자칫 위험에 빠질 수 있지만 다른 이물도 식도에 장기간 머물 경우 점막에 상처가 생겨 자칫 응급 상황에 빠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권 교수에 따르면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생후 12개월 전후에 분별없이 다양한 이물을 먹으면서 이물질 삼킴 사고가 흔히 발생한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어린이 안전사고 현황 분석’을 보면 영·유아 이물질 삼킴 사고는 해마다 2000여 건에 이르고 주로 소아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물질 삼킴은 식도 천공(식도에 난 구멍)을 일으키고 패혈증(전신적인 균 감염 및 장기 기능 장애)으로 이어져 자칫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소아내시경 전문의의 응급 시술’이 필요하다. 응급 시술은 내시경을 통해 집게나 그물망을 넣어 이물을 제거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갑작스럽게 아이가 혈변을 보거나 위장관 출혈(식도와 위, 소장, 대장 등의 점막 손상으로 발생하는 출혈)이 생겼을 땐 빠른 시간 내에 응급 소아내시경 시술을 받아야 한다.

지난달 뇌염에 걸린 3세 남자아이의 경우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사용해야 하는 치료 과정에서 위장관에 염증을 일으켜 심한 혈변 증상을 일으켰다. 권 교수는 소아내시경으로 아이의 소장 쪽에서 출혈 흔적을 발견했고, 소아내시경을 통해 출혈을 막았다.

소아내시경은 일반 내시경과 달리 ‘소아소화기 전문의’가 있는 병원에서만 받을 수 있다. 내시경 줄의 굵기가 다를 뿐 아니라 수면 마취 과정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소아는 성인보다 수면을 유도하기 어렵다. 두려움이나 걱정 등 심리적 요인으로 잠이 잘 들지 않고 잠이 들더라도 금방 깨는 경우가 많다.

또 호흡곤란 위험도가 더 높은 탓에 많은 양의 수면 약을 투여하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소아소화기 전문의 등 의료진의 숙련된 모니터링과 전문 치료 과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최근 식습관이 서구화하면서 어린이들의 ‘염증성 장 질환’이 늘고 있는 점도 소아내시경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19세 미만 염증성 장 질환 환자 수는 2012년 2706명에서 지난해 5097명으로 크게 늘고 있다.

소아내시경 검사는 식도의 점막 손상 정도를 파악하고, 위장관 등에 대한 조직검사를 할 수 있어 즉각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아이들은 성인처럼 삼킨 이물질을 인지하거나 신체 내 불편함을 표현하기 힘든 탓에 부모가 이상 증상을 발견하더라도 장기간 신체 내 손상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권 교수는 “소아 일부 질환의 경우 신속하고 정확한 발견과 치료를 통해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1차 진료 후에도 해결되지 않는 증상이나 내시경이 필요한 응급 질환들은 소아소화기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찾아 진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소아내시경#소아소화기 전문의#인하대병원#메디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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