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참전용사 17년째 초청… 교회가 역사의식 심어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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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이후 6000명 국내 초청행사 연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
전후세대에 국가관 확립시키는게 대형교회가 짊어져야 할 사명
내년부터 해외에서 열리지만, 마지막까지 기억하고 보답할것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는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 풍요는 참전용사들의 피와 땀, 눈물로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 점점 이런
 보은과 보훈의 정신을 잊어 가고 있다. 참전용사 초청 행사가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과 안보 의식을 확립하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에덴교회 제공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는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 풍요는 참전용사들의 피와 땀, 눈물로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 점점 이런 보은과 보훈의 정신을 잊어 가고 있다. 참전용사 초청 행사가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과 안보 의식을 확립하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에덴교회 제공
“한 흑인 노인이 총상을 보여주며 ‘내가 참전했던 한국이 어떻게 변했는지 정말 가보고 싶은데, 여유가 없어 못 간다’라고 하더군요. 그 순간 울컥해서 ‘제가 모든 걸 다 대겠습니다’라고 했지요. 그게 벌써 16년 전이네요.”

새에덴교회 초청으로 방한한 해외 참전용사들과 가족들이 17일 입국해 인천국제공항에서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새에덴교회 제공
새에덴교회 초청으로 방한한 해외 참전용사들과 가족들이 17일 입국해 인천국제공항에서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새에덴교회 제공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13일 만난 대한예수교장로회 새에덴교회 소강석 담임목사(61)는 2007년 6·25전쟁 해외 참전용사들을 처음 한국에 초청했을 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17년째 이어진 초청 행사는 올해(17∼22일 방한)까지만 국내에서 진행된다. 고령인 용사들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내년부터는 현지 방문으로 바꿔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17년째 초청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2007년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마틴 루서 킹 국제평화상 전야제에 참석했을 때다. 리딕 너새니얼 제임스라는 한 흑인 노인이 ‘한국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옷을 들어 올려 왼쪽 허리 총상을 보여주며, ‘6·25전쟁 때 의정부, 동두천 등에서 싸우다 다쳤다. 한국이 그렇게 변했다는데 형편이 안 돼 못 가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리랑을 부르더라. 그때 뭔가 가슴 밑바닥에서 울컥한 게 치밀어 올라 ‘내가 초청하겠다’고 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지금까지 8개국 6000여 명의 참전용사와 가족, 유가족들을 초청했다.

“제임스에게 혼자 오면 적적하니 참전용사 친구들과 함께 오라고 했다. 대여섯 명 정도 오겠거니 생각했는데, 50여 명이 온다고 연락했다. 그때 ‘아, 이걸 단순한 일회성 초청 정도가 아니라 행사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에는 미 한국전쟁참전용사회 등 참전국 관련 단체를 통해 용사들을 찾아 초청했다.”

―초청 행사를 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

18일 경기 용인 새에덴교회에서 열린 ‘한미 참전용사 보은과 전몰장병 추모예배’에서 참전용사들과 가족, 유가족 및 참가자들이 거수경례를 하고있다. 사진 제공 새에덴교회
18일 경기 용인 새에덴교회에서 열린 ‘한미 참전용사 보은과 전몰장병 추모예배’에서 참전용사들과 가족, 유가족 및 참가자들이 거수경례를 하고있다. 사진 제공 새에덴교회
“고 윌리엄 웨버 대령을 초청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웨버 대령은 강원 원주 전투에서 오른쪽 팔과 한쪽 다리를 잃었는데, 주치의가 건강상 장거리 비행은 안 된다고 해 끝내 못 모셨다. ‘왼손 경례’로 유명한 분이다. 지난해 4월 97세로 돌아가셨는데, 생전에 ‘대한민국이 발전해줘 정말 고맙다. 우리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해줬다. 군인으로서 한국을 위해 싸우다 팔과 다리를 잃은 건 최고의 영예’라고 했다.”

―현재 참전용사들과 가족들이 방한 중이다.

“폴 헨리 커닝햄 전 미국 한국전참전용사회 회장, 수류탄을 몸으로 덮쳐 부하 10여 명의 생명을 구한 발도메로 로페즈 미 해병대 중위 유가족 등 참전용사 6명과 가족, 유가족 등 40여 명이 방한했다. 국립현충원, 경기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 천안함, 미8군 사령부와 도라산전망대 등을 방문한다.”

―민간이, 그것도 교회가 나서서 행사를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교회, 특히 대형 교회에는 스스로 감당해야 할 사회적 역할과 시대적 사명이 있다고 믿는다.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전후 세대에게 애국심과 확고한 국가관을 확립시키는 것은 대형 교회의 사명이다. 참전용사 초청 행사가 우리 사회에 역사의식을 조금이라도 심어주는 파수꾼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올해가 마지막 국내 초청이다.

“참전용사들이 90세가 넘어 워낙 고령이라 장거리 비행이 어렵다. 내년부터는 현지를 방문해 감사 인사를 드릴 계획이다. 6·25전쟁 때 그분들의 희생과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다. 도움을 받았으면 기억하고 보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비록 내년부터는 해외에서 열리지만, 마지막 한 분이 남을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해외 참전용사#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국가관 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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