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인권의 달… 둘로 쪼개진 미국[김현수 특파원의 뉴욕 현장]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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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6월 ‘프라이드 먼스’ 각종 행사
초등교 성소수자 교육 등 갈등 확산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성소수자 인권의 달’ 행사를 옹호하는 시민이 반대 시위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성소수자 인권의 달’ 행사를 옹호하는 시민이 반대 시위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뉴욕=김현수 특파원
뉴욕=김현수 특파원
1일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명소인 36년 된 레스토랑 ‘엘렌 스타더스트 다이너’ 앞에 무지개 카펫이 깔리고 탁자 위에는 커다란 무지개 케이크가 등장했다. 뮤지컬 배우 캐머런 미첼 벨이 뮤지컬 ‘라카지’ 속 ‘I am What I am(나는 나일 뿐)’을 열창하면서 성소수자 인권의 달인 6월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를 축하했다.

브로드웨이 배우들이 노래하며 접대하는 곳으로 유명한 이 식당 주인 엘렌 하트 씨는 기자에게 “뉴욕에는 온갖 종류 인종과 국적(사람)이 있고 게이를 비롯한 성소수자가 있다. 누구나 ‘나 자신’일 수 있어야 하고 그 때문에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 행사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6월 한 달 무지개 케이크를 판다.

1969년 6월 28일 뉴욕 성소수자 시위를 계기로 생긴 프라이드 먼스는 6월 미국과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성소수자 인권 증진 캠페인이다. 뉴욕 곳곳에 성소수자(LGBTQ+)를 상징하는 무지개 장식이 내걸리고 관련 행사가 이어진다.

54년간 이어진 프라이드 먼스지만 올해 분위기는 다르다. 진보와 보수의 심한 ‘문화 전쟁’ 속에 갈등은 깊어만 간다. 매년 프라이드 먼스 관련 상품을 팔던 유통업체 타깃은 ‘어린이에게 유해한 제품을 판다’는 보수 성향 소비자 항의가 빗발쳐 일부 상품 판매를 접었다. 타깃 측은 “직원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앞서 맥주업체 앤하이저부시도 ‘버드 라이트’ 모델로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를 내세웠다가 불매 운동 직격탄을 맞았다.

이는 성소수자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는 ‘레인보 마케팅’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라이드 먼스는 의례적인 마케팅 행사 기간이었지만 이제 문화 전쟁은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랜스젠더와 초등학교에서의 성소수자 교육은 문화 전쟁의 정점에 있는 이슈다. CNN방송에 따르면 최근 네바다 공군기지에서 열릴 예정이던 ‘드래그쇼(여장 남성 공연)’가 취소됐다. 지난달 테네시주에서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드래그쇼를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보수 성향 학부모들은 초등학생에 대한 성소수자 교육이 부모의 교육 선택권을 과도하게 침해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성소수자 인권의 달#둘로 쪼개진 미국#프라이드 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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