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찾아 韓왔지만…여전한 ‘소외감’에 美로 되돌아가는 이민 2세들

  • 뉴스1
  • 입력 2023년 5월 16일 10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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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약 4만3000여명의 한국계 미국인이 한국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5년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다. 미 CNN 캡쳐
2020년 약 4만3000여명의 한국계 미국인이 한국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5년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다. 미 CNN 캡쳐
수십 년 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향했다가 정체성을 찾아 한국으로 되돌아온 한국계 미국인 이민 2세들이 한국에서 역시 혼란을 겪고 소외감을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 CNN이 14일(현지시간) 집중 보도했다.

어머니가 한국인인 케빈 램버트씨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자랐다. 유년 시절 백인 친구들과 다른 자신의 외모가 눈에 띄어 “항상 소외감을 느끼고 겉도는 기분이었다”며 자신의 과거를 회상했다.

불안하고 겉도는 감정이 성인이 돼서도 지속된 그는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2009년 한국으로 왔다.

램버트씨처럼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미국에 정착한 아시아계 미국인의 이민 2세 자녀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한국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한국에 한 번도 와보지 않은 이들이 한국에 가고 싶어 한다는 것이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미국에 만연한 인종차별, 총기 폭력, 아시아 증오 범죄에 반대하는 사람일수록 조상의 고향에서 소속감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이들이 한국으로 향하는 배경에 대해 분석했다.

실제 2020년 기준 한국에 사는 한국계 미국인은 약 4만3000여명에 달했다. 이는 2005년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규모다.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을 연구하는 스티븐 조 서 교수는 “한국으로 돌아간 이민자들은 대부분 ‘아시아’ 하면 일본과 중국을 떠올리는 강한 고정관념이 미국에 팽배하던 시기에 자랐다”고 설명했다.

인종차별적인 경험과 ‘완전한 미국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험이 이들이 귀한하게 만들었다면서, “그들이 미국 사회에 완전히 녹아들었다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한국 돌아왔지만 여전한 ‘차별’…美로 돌아가는 이들

그러나 한국에서의 삶도 그 자체로 쉽지 않았고, 많은 이민 2세들이 대부분 다시 미국으로 ‘역이민’한다는 점을 CNN은 짚었다.

서 교수는 역이민 연구를 위해 70여명을 인터뷰한 결과 모든 사람이 ‘인종’, ‘인종차별’, ‘민족성’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어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간 대니얼 오씨는 어렸을 때부터 인종 차별을 겪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했다.

아무리 자신이 영어를 잘 하고 문화에 대해서 잘 알아도, 기껏야 ‘최고의 아시아계 미국인’으로만 인정받을 뿐, 완전하게 녹아들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이중 잣대’를 느낄 때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어떨 때는 외국인 취급을 받지만, 병원에서 의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면 “한국인 아니느냐”라는 말을 듣는다고 했다.

계속되는 겉도는 느낌에 그는 한국으로 향했고, 여행으로 처음 서울을 방문했을 때 자신이 미국에서 생활하며 불편하게 느껴졌던 성격과 정체성 등이 서울에선 편하게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서울로 본격 이사를 오기 전 그는 한국으로 여행할 때마다 매력을 느꼈고, 결국 서울로 이사를 오게 됐다고 한다.

8년 전부터 서울에서 살고 있단 그는 그러나 한국에서 역시 집을 구할 때와 은행 계좌를 만들 때 등에 등 언어 장벽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신의 부모가 미국에서 처음 생활할 당시 겪은 일들을 그도 똑같이 겪고 있는 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캘리포니아 아시아센터의 지연 조 디렉터는 “민족 내 차별은 어느 나라의 시민권을 가지느냐에 따라 발생하지만 미국에서는 다른 인종간의 인종차별”이라며 차이점에 대해 분석했다.

그럼에도 일상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는 한국 생활 11년 만인 2020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뿐 아니다. 이민 2세들은 한국에서 이성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특히 남성의 경우, 좋은 직업을 갖지 않으면 여성을 만나기가 어렵다고 CNN은 분석했다.

여성은 한국의 보수적인 관념과 달리 이민 2세들이 “노골적이고, 얌전하지 않고 페미니스트적”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고 그는 짚었다.

남성은 선망받는 직업을 갖지 않으면 여성을 만나기가 어렵다. 영어 교사가 되기는 쉽지만, 다른 직업을 가지려면 비자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탓이다.

이에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단 희망을 품고 한국으로 향한 이민 2세들이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다시 결국 미국으로 향하는 이들이 많다고 CNN은 현상을 짚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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