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추적해 난독증 판별… 발달장애-치매 조기 진단에도 활용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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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나눔]
문해력 증진 앱 개발사 ‘비주얼캠프’
제공된 지문 읽고 문제 푸는 동안 스마트폰 카메라가 동공 위치 파악
노인-아동도 쉽게 측정할 수 있어 각종 인지 장애 위험 조기에 발견

20일 서울 서초구 비주얼캠프 본사에서 석윤찬 대표(왼쪽)와 박원진 마케팅 팀장이 자사 개발 문해력 진단 프로그램인 ‘시소’를 선보이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0일 서울 서초구 비주얼캠프 본사에서 석윤찬 대표(왼쪽)와 박원진 마케팅 팀장이 자사 개발 문해력 진단 프로그램인 ‘시소’를 선보이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긴 글을 읽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조사 결과에서도 학생들의 ‘읽기’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짧은 글만 읽을 수 있고, 글에 포함된 내재적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2수준’ 미만 비율은 2000년 5.7%에서 2018년 15.1%로 급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동안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어나면서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비율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읽기에 대해 어려움을 느껴도 막상 얼마나 부족한지를 측정하기는 쉽지 않다. ‘비주얼캠프’는 시민들이 스스로 쉽게 독해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시선 추적 프로그램인 ‘시소’를 개발했다. 20일 서울 서초구 비주얼캠프 본사에서 석윤찬 대표(52)를 만났다.

● 스마트폰으로 난독증 판별 가능
2014년 설립된 비주얼캠프는 석 대표가 창업한 세 번째 회사다. 그는 “생각만으로 타자를 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다가 눈으로 타자를 칠 수 있는 기술로 넘어왔다”며 “이 기술을 기반으로 비주얼캠프를 창업했다”고 말했다.

비주얼캠프의 시소 프로그램은 다른 시선 추적 프로그램과 달리 별도의 기기가 필요 없다. 타사의 시선 추적 프로그램은 특수 안경을 착용해야 하지만 시소는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 내장 카메라가 있는 기기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운영체제도 구애받지 않아 애플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에서 모두 작동한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난독증을 판별할 수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 노트북 등에서 시소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면 가장 먼저 얼굴 정면 사진을 찍게 된다. 눈의 위치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다음에는 움직이는 검은 점을 보는 단계를 거친다. 석 대표는 “카메라가 동공 위치를 파악해 시선을 따라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이 사용자의 시선을 확인한 뒤에는 본격적으로 독해력을 측정한다. 사용자는 선택한 지문을 읽고, 지문과 관련된 간단한 문제 4, 5가지를 풀어야 한다. 지문을 읽는 속도뿐만 아니라 지문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문제까지 풀고 나면 사용자의 문해력을 분석한 데이터가 나온다. 지문을 읽는 데 걸린 총시간, 평균적으로 시선이 글자에 머무른 시간, 전체 시간 중 문장이나 단어를 거슬러 올라가 다시 읽은 비율, 한 번에 읽는 글자 수, 읽기 속도 등이 제공된다. 함께 제공되는 사용자 평균값과 비교해 보며 사용자들은 ‘나의 문해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지문 위에는 시선의 움직임도 기록된다. 정상적인 범주의 문해력을 갖고 있다면 지문 위에 비교적 직선으로 움직임이 표시되지만, 난독증이 의심된다면 낙서를 해 둔 것 같은 모습으로 표현된다. 비주얼캠프는 이 기술로 2021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글로벌 모바일 어워드 최고혁신상, 2021∼2022년 연속 소비자가전전시회(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 발달장애-치매 진단에도 응용
비주얼캠프는 난독증 외에도 발달장애, 치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의 진단 등으로 기술을 활용하는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발달장애는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지만 현재 진단 프로그램은 대부분의 아이가 말을 할 수 있을 때 효과적이라 조기 진단에 어려움이 있다.

비주얼캠프는 두뇌 발달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해 운영하는 ‘두브레인’과 함께 아이의 시선 움직임을 수집해 발달장애 위험이 있는 아동을 판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연구 중이다.

현재 이대목동병원, ㈜하이와 함께 치매를 포함한 인지장애를 조기 진단하기 위한 임상시험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과는 치매 전후의 시선 움직임 변화를 연구하는 임상시험을 하반기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비주얼캠프는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2020년 SK에서 지원하는 ‘임팩트 유니콘’ 육성 사업에 선정됐다. 임팩트 유니콘은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SK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을 육성하고자 2020년 7월부터 임팩트 유니콘 육성 사업을 펼치고 있다. 석 대표는 “시선 추적 기술이 교육, 보건,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우리의 기술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편의를 높이는 방향으로 사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시선 추적#난독증 판별#비주얼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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