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륙함 부산 입항한 날… 北, 순항미사일 연속발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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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판 토마호크(KN-27)’ 장거리순항미사일 발사 장면. 평양 노동신문
‘북한판 토마호크(KN-27)’ 장거리순항미사일 발사 장면. 평양 노동신문
북한이 22일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이날 발사된 미사일은 ‘북한판 토마호크(KN-27)’로 불리는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앞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탄도미사일을 동해로 쏴 ‘전술핵 모의 폭발시험’을 한 지 사흘 만에 다시 도발에 나섰다.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딸 주애와 훈련을 참관했다.

이번 도발은 이날 부산항에 입항한 미국의 경항모급 상륙함 마킨 아일랜드(LHD-8·4만2000t)를 겨냥한 핵 무력시위로 풀이된다. 마킨 아일랜드는 한미 프리덤실드(FS) 연합훈련과 연계해 5년 만에 부활한 대규모 연합상륙훈련(쌍룡훈련) 참가차 한국에 왔다. 북한은 2월 건군절 야간 열병식에서 KN-23과 초대형방사포(KN-25),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등을 ‘전술핵 운용부대’라고 처음 언급한 바 있다.


군은 이날 오전 10시 15분경부터 함경남도 함흥 흥남구역에서 동해상으로 비행하는 미사일을 수 시간에 걸쳐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사된 미사일은 5발 이하로 추정된다. 군 당국은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2000km다. 한국 전역은 물론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 등 주일미군 기지까지 타격권에 두고 있다.

北, 탐지 어려운 순항미사일로 美증원전력 핵타격 위협




北 사흘만에 또 도발



흥남 일대서 동해상으로 수발 발사
초정밀 타격 가능 핵장착땐 치명적




한미 당국은 북한이 22일 동해로 쏜 5발 이하의 순항미사일이 최소 1000km 이상 비행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항미사일은 수 m 오차로 초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수 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파괴력)급 저위력 핵탄두로도 표적에 치명적인 핵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 북한이 12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처음 발사한 지 열흘 만에 또다시 순항미사일을 무더기로 쏜 건 유사시 미 증원전력이 들어오는 남한의 항구와 공항, 미 증원전력이 발진하는 주일미군 기지를 핵으로 동시 타격하겠다는 노골적인 위협으로 풀이된다. 미 전략자산인 F-35B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등이 탑재된 미국의 경항모급 상륙함 마킨 아일랜드의 해군 부산작전기지(부산항) 입항일을 도발 시점으로 콕 찍은 것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2023 쌍룡훈련에 참가 중인 한·미 해군 상륙기동부대가 지난 21일 포항 근해에서 경계엄호전력의 호위 하에 작전수행지역으로 이동하는 호송작전을 펼치고 있다. 맨 앞열 오른쪽부터 한국 해군의 독도함(LPH), 마라도함(LPH), 미국 해군의 마킨 아일랜드함(USS Makin Island, LHD). 해군 제공
2023 쌍룡훈련에 참가 중인 한·미 해군 상륙기동부대가 지난 21일 포항 근해에서 경계엄호전력의 호위 하에 작전수행지역으로 이동하는 호송작전을 펼치고 있다. 맨 앞열 오른쪽부터 한국 해군의 독도함(LPH), 마라도함(LPH), 미국 해군의 마킨 아일랜드함(USS Makin Island, LHD). 해군 제공
군 관계자는 “전술핵을 장착한 순항미사일을 수중과 육상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쏴 개전 초 한미 군의 전쟁 수행 능력을 마비시키겠다는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직경이 약 50∼60cm인 순항미사일에 핵을 장착하려면 핵탄두를 직경 40cm까지 소형화해야 한다. 군 안팎에선 6차 핵실험 이후 6년간의 기술 축적을 고려할 때 북한이 이런 수준까지 소형화 기술을 확보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그간 순항미사일을 사전에 설정한 타원이나 ‘8자’형 궤도를 따라 장시간 비행하는 형태로 시험 발사해 왔다. 음속의 5, 6배로 비행하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순항미사일의 비행 속도는 시속 약 900km 안팎에 그친다. 비행거리가 2000km로 설정되면 비행시간은 2시간이 넘게 걸린다.

이번에도 같은 방식이 동원된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순항미사일은 속도는 느리지만 수십 m 초저고도로 궤도를 이리저리 바꿔서 비행하기 때문에 레이더 등으로 탐지 추적하기가 어렵다. 군이 이날 구체적인 비행 제원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한계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순항미사일은 예측하기 힘든 측방이나 후방으로도 타격이 가능해 한미가 감시해야 하는 영역이 훨씬 넓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탄도미사일과 달리 순항미사일 발사 자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 개발한 순항미사일은 핵 장착이 목적인 만큼 탄도미사일에 버금가는 위협으로 평가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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