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규제 본격화된 한국 게임 시장, 해외에서는?[조영준의 게임 인더스트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6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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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내 아이템 결제를 과도하게 유도해 많은 불만을 사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이 법적으로 규제될 전망입니다. 이에 관한 게임산업법 일부개정안이 지난 2월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요. 이번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공표되면, 1년의 유예 기간이 지난 뒤 본격 시행됩니다.

국회 본회의가 확률형 아이템 제재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국회 홈페이지


이전까지는 게임산업협회의 자율규제를 통해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의 ‘뽑기’ 확률을 공개했지만, 강제성이 없어서 게임 업체가 이를 따르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 표시가 의무화됐기 때문에, 이를 따르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이상헌 의원이 발의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 이상헌 의원 페이스북


게임 이용자는 환호, 게임업계는 반발
게임 이용자들은 과도한 소비를 유도하는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21년에는 일부 게임 업체들이 자율규제를 통해 확률을 공개해놓고, 뒤에서 몰래 확률을 조작한 정황이 적발되기도 했고, 게임 이용자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주고 있는 ‘컴플리트 가챠(이중 뽑기)’에 대한 제재도 제외됐기에 더욱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그동안 확률형 아이템을 토대로 막대한 수익을 얻던 게임업계는 이번 개정안 통과로 큰 충격을 받은 분위기입니다. 사실 이전에도 자율규제로 공개하고 있었으니, 법적으로 의무화됐을 뿐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이를 기점으로 확률형 아이템 제재가 갈수록 심해지리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해외 게임 업체의 경우 국내법으로 강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 게임 업체만의 역차별이 되어, 국내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이 같은 게임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확률형 아이템 제재는 점점 강화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여러 국가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본격적인 제재가 시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확률형 아이템으로 각국에서 제재를 받고 있는 EA 피파 시리즈. EA 피파 홈페이지


다른 국가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 현황
해외에서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가장 유명한 사례는 EA 사의 ‘피파’ 시리즈입니다. 벨기에 정부는 ‘피파’ 시리즈의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규정하고 판매를 전면 금지했으며, 네덜란드 역시 도박법에 의거해 ‘피파’ 시리즈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한 EA에 1000만 유로(한화 약 140억 원) 벌금형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항소에서는 EA가 승리해 아이템 판매가 재개되긴 했지만, 네덜란드 의원들은 도박법이 아닌 확률형 아이템 전용 규제 법안을 만들겠다며 맞섰습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사의 인기 게임인 ‘디아블로 이모탈’ 역시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아예 출시가 취소됐습니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여러 국가에서 출시 금지된 ‘디아블로 이모탈’. 디아블로 홈페이지
뿐만 아니라 스페인에서는 18세 이하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며, 광고도 오전 1시에서 5시까지로 제한하며 청소년에 노출되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독일도 역시 미성년자 대상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금지하는 청소년 보호법이 하원에서 통과됐으며, 호주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이 포함된 게임은 무조건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을 주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그나마 확률형 아이템에 너그러운 일본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에 또 다른 확률형 아이템을 더하는 ‘컴플리트 가챠’는 법으로 철저히 막고 있습니다. ‘컴플리트 가챠’는 일정 확률로 획득하는 아이템을 다 모으면 다른 확률형 아이템을 얻는 구조라, 사행성을 극대화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확률형 아이템이 일반화되어 있지만, 모든 뽑기 확률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몇 번을 뽑으면 해당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지 정확한 수치를 기재하게끔 하고 있는데요. 확률형 아이템을 금지하는 건 아니지만, 일정 금액 이상을 쓰면 해당 아이템을 확실히 획득할 수 있게 만드는 정책입니다.

이렇듯 대부분의 국가는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에 가까운 형태로 인식하고, 그에 따른 규제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입니다. 확률형 아이템을 (부분) 허가하는 국가들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이나, 컴플리트 가챠 등으로 과도한 소비를 유도하는 것은 마땅히 재재해야 한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확률형 아이템을 없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카트라이더 홈페이지


게임 수익화 모델 다양화가 필요한 때
이에 국내 게임 업체들도 확률형 아이템 의존도를 낮추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넥슨은 최신작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완전히 배제한 새로운 요금제를 선보였으며, 다른 게임 업체들도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플레이 결과에 따라 다양한 아이템을 지급하는 시즌패스 형식이나, 캐릭터 꾸미기 중심의 유료화 모델로 전환하려 준비 중입니다.

또한, PS5, XBOX, 닌텐도 스위치 등의 콘솔 게임 시장, 게임 다운로드 플랫폼인 스팀(Steam) 중심의 PC 게임 시장을 겨냥한 신작을 발표하는 등 시장 확대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습니다.

확률형 아이템 대신 해외 콘솔 시장을 겨냥한 ‘붉은사막’. 붉은사막 홈페이지
물론 확률형 아이템 덕분에 큰 수익을 거둔 게임업계가 단기간에 이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현재 전 세계 시장 흐름이 된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수익 모델 다양화가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리라 예상합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e@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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