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90조 딜’,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조영준의 게임 인더스트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9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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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축하 분위기가 미처 가라앉지 않았던 지난 2022년 1월. 게임 시장에는 뜻밖의 메가 인수 합병(M&A)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전격 발표된 것인데요.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인수 금액은 687억 달러(한화 약 90조). 기존 게임 업계 최대 규모의 인수 금액이었던 ‘테이크투의 징가 인수(15조 원)’를 가뿐히 뛰어넘은 것은 물론, 세기의 딜로 불렸던 ‘디즈니의 폭스 코퍼레이션 인수’에 버금가는 엄청난 규모였습니다.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건이 난항에 부딪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건이 난항에 부딪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등은 물론, 글로벌 슈팅 게임인 ‘콜오브듀티’ 시리즈와 모바일 퍼즐 게임 ‘캔디 크러쉬 사가’ 같은 대표작을 보유한 세계적인 개발사입니다. 한국 PC방 문화의 시작을 알린 ‘스타크래프트’의 개발사도 바로 이곳이죠.

‘천조국’이라 부르는 미국 증시 2위 회사의 역대 최대 규모 인수 소식은 곧 게임 업계를 넘어 전 세계 금융업계를 뜨겁게 들끓게 했고, 전 세계 소프트웨어 관련 주식이 들썩거릴 정도로 그 파장은 엄청났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로고.
마이크로소프트 로고.


게임사 인수에만 100조 투입한 MS. “세계 3위 게임사로 발돋움”
MS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주당 45%의 프리미엄이 붙은 95달러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당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시가총액인 509억 달러(한화 61조 원)를 훨씬 웃도는 금액이었습니다.

여기에 MS는 직전 해인 2020년 7.5억 달러(약 8.7조) 규모로 베데스다와 산하 스튜디오를 인수한 상황이었습니다. 2년간 게임사 인수 합병에만 100조 원 가깝게 투입한 겁니다.

MS가 2건의 인수로 품은 게임 라인업은 대략 훑어봐도, ‘마인크래프트’, ‘캔디 크러시 사가’, ‘헤일로’, ‘앨더스크롤’, ‘둠’, ‘콜오브듀티’, ‘디아블로’ 등 엄청난 이름값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 같이 게임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IP(지식 재산권)이며, 각각 게임이 수백, 수천억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기도 합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인수 합병이 마무리된다면 MS는 텐센트, 소니에 이어 전 세계 시장에서 3번째 규모에 달하는 거대 게임 기업으로 단숨에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위기에 처한 MS의 세기의 딜
하지만 인수 발표와 함께 2022년 6월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던 이 세기의 딜은 해를 넘긴 현재까지 여전히 답보상태입니다. 경쟁 업체의 극렬한 반대 속에 미국과 영국, 유럽 연합(EU) 등 세계 각국의 정부에서 인수 합병 승인에 부정적인 기류가 감돌기 시작한 겁니다.

가장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기업은 전 세계 2위 규모의 게임사인 소니입니다. 소니는 이번 인수로 글로벌 흥행작인 ‘콜오브듀티’ 시리즈를 MS가 독점하는 건 반경쟁적인 행위라고 주장하며, 각국 정부에 인수 승인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콜오브듀티’ 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FPS(1인칭 슈팅) 게임입니다. 2022년 발매된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2’가 출시 3일 만에 8억 달러(한화 약 1조 4백억)에 달하는 매출을 달성했고, 10일 동안 집계된 게임 실행 시간만 ‘2억 시간’ 이상을 기록하는 등 게임 시장을 주도하는 메가 히트작입니다.

전 세계 최고 FPS 게임인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 액티비전 블리자드
전 세계 최고 FPS 게임인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 액티비전 블리자드
이처럼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콜오브듀티’는 소니의 게임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의 판매량까지 견인하는 효자 타이틀이었습니다. 이런 게임이 하루아침에 경쟁사에 넘어가게 생겼으니 소니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인 겁니다.

소니는 MS의 엑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전 세계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파고들어, 각국에 ‘콜오브듀티’ 독점은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라는 의견을 피력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반독점 여부를 조사하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지난해 12월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영국의 규제기관인 경쟁시장국(CMA)까지 인수에 부정적인 태도를 밝히면서 세기의 딜은 미궁 속으로 빠진 상황입니다.

그러자 MS 역시 소니를 달래기 위해 플레이스테이션에 향후 3년간 ‘콜오브듀티’를 제공하겠다는 1차 제안에 이어, 기간을 10년까지 늘리는 추가 제안까지 내놓았으나, 소니는 인수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더불어 CMA는 경쟁사로 꼽히는 6개 기업 중 3개의 기업이 이번 인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회의 결과를 공개하는 등 MS에 불리한 소식이 연달아 들려오기도 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제외한 게임사 연대에 나선 MS, “세기의 딜 성사 가능성 UP”
하지만 천조국 국가의 시총 2위 MS 역시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MS는 ‘콜오브듀티’가 부정경쟁을 일으킬 만한 영향을 지니고 있지 않으며, 게임사들과의 협력도 강화하겠다는 의견을 꾸준히 내놨습니다. 여기에 경쟁사인 엔디비아와 엑스박스 게임 10년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닌텐도에도 ‘콜오브듀티’ 10년 출시를 약속하는 등 아군을 늘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독점을 걸고넘어지는 소니의 주장을 무력화하기 위한 연대를 시작한 셈인데요.

이와 함께 MS는 소니가 자회사 게임을 MS의 게임 구독형 서비스인 ‘Xbox Game Pass’(엑스박스 게임 패스)에 입점하지 못하도록 ‘서비스 차단권’에 대한 비용을 지급했다는 것을 FTC가 포착했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이 내용 일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자 소니는 역풍을 맞은 듯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이 이번 인수를 허가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데다, 영국 CMA가 내놓은 ‘콜오브듀티’ 제외 인수안도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현실적이지 않은 제안’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이에 일반 대중들 사이에도 비난 여론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보도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약 1년간 전 세계 게임 시장을 들썩이게 했던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90조 인수전은 오는 4월 26일을 기점으로 그 결과가 드러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과연 전 세계를 시끄럽게 한 이 세기의 딜이 어떤 형태로 마무리될지, 줄곧 이 인수를 방해해온 소니는 과연 게임 하나를 위해 자신들의 치부를 만천하에 공개할 수 있을지, 이번 인수전에 관한 관심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e@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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