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에 소중한 것 잃은 이들 위로… 문, 韓드라마 ‘도깨비’서 힌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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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감독 ‘스즈메의 문단속’ 개봉
동일본 대지진 소재 재난 3부작
“삶은 살아볼 가치 있지 않을까요”

‘차세대 미야자키 하야오’로 불리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50·사진)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이 8일 개봉했다. ‘너의 이름은’(2016년) ‘날씨의 아이’(2019년)에 이어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한 3부작의 마지막 시리즈다.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주인공 스즈메가 폐허가 된 마을에서 재난을 일으키는 문을 열고 있다. 미디어캐슬 제공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주인공 스즈메가 폐허가 된 마을에서 재난을 일으키는 문을 열고 있다. 미디어캐슬 제공
영화는 재난을 부르는 문을 우연히 열게 된 여고생 스즈메가 대학생 소타와 함께 일본 전역에서 마구잡이로 열리는 문들을 닫아 나가는 이야기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빛과 색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감독 특유의 연출 기법이 돋보인다.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카이 감독은 재해 영화 작업을 계속해온 이유로 책임감을 꼽았다. 그는 “‘너의 이름은’이 크게 흥행했다. 그러고 나니 다음 작품을 봐주는 관객이 굉장히 많이 늘어났다. 그건 내게 힘인 동시에 책임”이라며 “젊은 세대에게 재해에 대한 기억을 남겨줄 수 있는 건 엔터테인먼트뿐”이라고 했다.

재난 3부작은 모두 일본에서 10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다. 덕분에 그는 ‘트리플 1000만 감독’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영화 곳곳의 소재는 동일본 대지진을 함축한 것들이다. 문을 주요 소재로 삼은 것에 대해 신카이 감독은 “문을 열면서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문을 닫으면서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반복하는 게 우리의 일상”이라며 “재해는 그러한 일상을 단절시키기 때문에 문을 모티브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을 공간 이동 매개체로 활용한 한국 드라마 ‘도깨비’를 보고 힌트를 얻었다”고도 했다.

또 다른 소재는 다리 하나가 빠진 어린이용 의자다. 남자 주인공인 소타는 이 의자로 변한다. 그는 기우뚱거리면서도 재해를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달리고, 내일을 살고 싶어 하는 캐릭터다. 신카이 감독은 “재해로 마음속에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일지라도 의자처럼 잘 달리고 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의자를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영화가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큰 비극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그 이야기만 하면 관객이 너무나 괴로울 거라고 생각했다”며 “그 장소에 있기만 해도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귀여운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의자를 골랐다”고 했다.

영화는 불가항력으로 소중한 것을 잃은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이자 그럼에도 삶은 살아볼 가치가 있다고 손 내미는 격려다. 스즈메는 지진해일(쓰나미)로 네 살 때 엄마를 잃고 난 후 죽음이 두렵지 않다. 하지만 소타를 만나면서 살고 싶어진다. 사랑받고 사랑하면서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삶이라는 사실도 깨닫는다.

영화는 국내 개봉 첫날 관객 14만3000여 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전작 ‘너의 이름은’은 한국에서 380만 명이 관람하며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이어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2위를 지키고 있다. 신카이 감독은 “이번 영화는 일상이 단절됐을 때 사람이 어떻게 회복하고 다시 꿋꿋하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며 “한국 관객들도 즐겁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신카이 마코토#스즈메의 문단속#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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