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시켜먹었는데”…배달음식 ‘미세플라스틱 주의보’

  • 뉴시스
  • 입력 2023년 3월 3일 06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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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배달음식을 자주 시키는 직장인 박모(29)씨는 최근에도 감기 기운에 죽을 시켜 먹었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되고 집 앞으로 바로 달려오는 배달음식은 늘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었다. 그런 박씨가 배달음식에 경각심을 갖게 된 건 최근 일회용기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 양이 상당하다는 기사를 본 뒤부터다. 박씨는 “플라스틱 등 환경 문제는 좀 더 멀리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이제는 미세플라스틱이 내 몸을 잠식해간다는 느낌이 들어 꺼림직하다”고 말했다.

배달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일회용기에서 상당량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배달 음식 온라인 거래액이 26조원을 돌파하는 등 배달 음식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소비자들은 환경 오염 문제를 넘어 개인과 자녀의 건강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 중인 일회용기 16종과 다회용기 4종의 미세플라스틱 검출량 등을 조사한 결과, 일회용기의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이 다회용기보다 2.9~4.5배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플라스틱이란 통상 5㎜ 미만의 플라스틱 조각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일회용 소스 용기의 미세플라스틱 평균 검출량은 3.2개로 다회용기(0.7개)보다 무려 4.5배나 많았다. 또 일회용 죽 용기(평균 5.9개)도 다회용(평균 2.0개)보다 2.9배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또한 일회용 플라스틱컵도 평균 4.0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는데 이는 다회용컵(평균 1.0개)의 4.0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또한 조사대상 제품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컵과 포장용기의 주된 원재료인 PET(47.5%)와 PP(27.9%)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종이컵에 코팅되는 PE(10.2%)가 검출됐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특히 배달음식에 익숙한 1인 가구 중심으로 무심코 이용해왔던 일회용기의 유해성을 뒤늦게 알게 돼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 관악구에서 거주하는 직장인 손기영(29)씨는 “평소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힘들 정도로 지쳐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먹는다”며 “그런데 내 몸 안에 미세플라스틱이 계속 쌓이고 있다고 생각하니 충격”이라고 말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 동대문구에서 혼자 자취하는 대학생 김현지(23)씨도 “혼자 살다 보니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 먹는데 나중에 내 몸에 이상 신호가 올까 봐 불안하다”고 전했다.

특히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이 세계 평균의 3배 수준에 달하는 가운데 일회용 커피컵에서도 상당량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돼 본인뿐만 아니라 후대를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77잔이다. 만약 커피를 모두 일회용 컵(평균 4.0개 미세플라스틱 검출)으로 마신다고 가정할 경우 한 사람이 노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연간 약 2639개에 달하는 것이다.

최근 결혼해 자녀 계획을 세운 정현준(31)씨도 “이건 내 몸의 문제가 아니라 내 후대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직장인인지라 커피가 생명과도 같을 때가 있는데 내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플라스틱 용기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겠다”고 말했다.

5살 난 딸아이를 키우는 박모(34)씨도 “아이에게 항상 좋은 것만 먹이고 싶은데 음식을 담은 용기에서부터 미세플라스틱이 나오니 아이에게 미안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용기 제작 업체 R&D(연구개발)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달음식 시장이 커지는 만큼 적게 먹으라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한국 음식은 대부분 뜨거워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음식을 넣으면 미세플라스틱이 녹아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장 규모에 맞춰 용기에 대한 연구개발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특히 배달 용기는 환경뿐만 아니라 개인과 후대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국가적 문제”라며 “정부가 책임감 있게 관련 기업들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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