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로 최대주주 바뀐 SM… “음악 색깔 유지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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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다툼 이후 변화에 촉각
가요계 “SM개성 안 달라질 것”
“가수들 우선순위 밀려” 반론도
‘포스트 이수만’ 변화는 불가피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의 경영권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팬들은 사태의 향방이 에스엠 가수들에게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 하이브는 이미 적지 않은 정상급 가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하이브가 최종적으로 경영권을 인수할 경우 에스엠 소속 가수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독립된 체제에서 개성이 유지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 특색 명확한 에스엠, 다양성 강한 하이브
에스엠에는 ‘SMP(SM Music Performance)’라는 말이 있다. 빠른 템포와 음울한 분위기, 화려한 퍼포먼스가 특징이다. 대개 유영진 프로듀서의 음악이 이런 성격을 지녔다. 특유의 분위기는 H.O.T부터 동방신기, 엑소, 에프엑스 등 세대를 가르지 않고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독특한 콘셉트로 이목을 끌었다. 에스파는 가상의 공간에서 아바타와 함께 성장한 ‘메타버스 그룹’을 표방한다. 인간과 교감하던 ‘아이(ae)’와의 연결이 끊어지자, 사건의 주범인 블랙맘바를 쫓기 위해 광야로 들어갔다는 세계관에 따라 결성된 그룹이다. NCT는 고정 멤버가 없는 개방형 그룹이다. 활동 장소를 전면에 내세워 멤버를 이리저리 섞으며 NCT란 브랜드 아래 서울(NCT127), 도쿄(NCT도쿄), 상하이(웨이션브이) 등으로 나눠 활동한다.

SMCU(SM Culture Universe)도 에스엠의 또 다른 정체성이다. 자사 소속 가수와 그 역사를 종횡으로 엮어 놓은 세계관이다. 지난해 만들어진 ‘갓 더 비트’는 데뷔 23년 차 보아부터 데뷔 3년 차인 에스파의 카리나와 윈터 등 7명이 함께 활동한다.

이에 비해 ‘멀티 레이블’ 체제인 하이브는 하나의 색깔로 설명하기 힘들다. 멀티 레이블은 각 레이블의 독립성과 개성을 유지하는 걸 기치로 삼는다. 하이브의 경우 전신이었던 ‘빅히트 뮤직’과 CJ ENM과 합작해서 만든 ‘빌리프랩’, 빅히트 뮤직이 인수한 ‘쏘스뮤직’ 등이 레이블로 있다. 기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케이오지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고, 독립 레이블 ‘어도어’를 만들며 세를 확장했다.

각 레이블 대표주자만 봐도 눈에 띄는 공통점은 없다. 방탄소년단(빅히트)이 청춘의 꿈과 역경 극복을 주제로 하는 세계관을 내세운 데 비해 세븐틴(플레디스)은 다국적 다인원 그룹으로 퍼포먼스형이다. 르세라핌(쏘스뮤직)은 당당함과 걸크러시가, 뉴진스(어도어)는 청순함과 레트로가 주요 콘셉트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김도현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산업 리더는 “독립적 레이블 체계를 갖춘 하이브는 에스엠도 고유의 색깔을 유지하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묘 대중음악평론가도 “에스엠이 하이브에 인수되어도 당장 음악적인 색깔에 크게 변화가 생기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 “‘포스트 이수만 체제’ 불가피”
대중음악계에서는 누가 인수하든 이수만 체제에서 만들어진 색깔은 옅어질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최근에는 팬들 사이에서도 이 전 총괄이 시도해 온 콘셉트가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며 “가수가 콘셉트에 먹힌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인수 주체에 따라 편차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카카오 내 ‘원톱’ 레이블이 없기 때문에 카카오가 에스엠을 인수하게 되면 제작 면에서는 에스엠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어떤 경우에도 에스엠이 ‘포스트 이수만’ 체제로 간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성수 에스엠 대표이사는 25일 유튜브에 올린 에스엠 콘텐츠 계획 영상에서 “NCT는 2023년 NCT도쿄 팀의 데뷔를 마지막으로 무한 확장을 종료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프로젝트는 이 전 총괄이 “한류의 새 단계”라며 직접 출범시킨 장기 사업이었다.

하이브가 경영권을 최종 인수할 때는 ‘교통정리’의 폭이 좀 더 클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수많은 가수들의 데뷔 및 컴백 시기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하이브가 인수하게 되면 에스엠 소속 가수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고 했다. ‘갓 더 비트’ 같은 기획 그룹도 팬들의 반응에 따라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변화의 속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에스엠 소속 그룹 중 지난해 앨범 판매 톱5에 이름을 올린 건 NCT 프로젝트 중 하나인 ‘NCT드림’이 유일하다. 미묘 평론가는 “에스엠의 팬들은 여러 가수를 두루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음악적 색깔의 급격한 변화로 한 가수나 그룹에 실망하게 되면 다른 팬덤도 이탈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에스엠#하이브#포스트 이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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