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혹시 나도 ‘편 가르기’ 중은 아닐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야기를 횡단하는 호모 픽투스의 모험/조너선 갓셜 지음·노승영 옮김/356쪽·1만8000원·위즈덤하우스

인간은 이야기하는 동물, ‘호모 픽투스(Homo Fictus)’다. 이야기는 인류가 찾아낸 가장 효과적인 소통 방법이자, 서로를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수단이다.

하지만 ‘오늘날 이야기는 인류를 광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유포할 수 있게 되자 이야기가 우리 사회를 갈라놓고 있다는 것이다.

영문학자로, 과학적 인문학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저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는 정치인들의 날 선 말이 정치적 양극화를 만든다고 진단한다.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악마화하면서 무책임한 선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이 같은 갈등이 벌어지게 된 것은 마음을 미혹하는 이야기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통령 선거는 사기’라고 주장하며 지지자들을 현혹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시하는 부정선거 근거는 빈약하지만, 지지자들은 그 주장이 사실이라고 믿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회를 갈라놓는 이야기를 재생산한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럴싸한 이야기, 믿고 싶은 이야기에 마음이 끌린다. 아는 것을 바탕으로 자신이 하는 이야기 역시 모두 진실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정확하지 않은 사실이 퍼져나가고 사회의 균열은 더욱 심해진다. ‘스토리텔링 편향’에 갇히는 것이다.

저자는 중요한 것은 의심하는 습관이라고 말한다. 이를 ‘입 냄새를 확인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자신의 입 냄새를 스스로 맡기 어려운 것처럼 내가 하는 이야기에 과장, 위조, 비논리가 있어도 스스로 이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입 냄새를 우려하며 상대방과 거리를 두고 냄새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임으로써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을 수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점검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호모 픽투스#효과적 소통 방법#소셜미디어#편 가르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