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권력자도 무릎꿇리는 그들만의 아킬레스건은[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8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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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뭐라고 해도 “금쪽같은 내 새끼”
자녀 스캔들에 한없이 약한 대통령의 “내 탓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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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스튜디오에서 그림을 그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 최근 공화당은 그의 불법 사업거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위키피디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스튜디오에서 그림을 그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 최근 공화당은 그의 불법 사업거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위키피디아
“Lots of luck in your senior year.”

(좋은 시절 맘껏 즐겨)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최근 미 하원 감독위원회는 그에 대한 조사 착수를 발표했습니다. 아버지의 정치적 지위를 이용해 해외에서 거액의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입니다. 헌터 바이든은 불법 사업거래 외에도 문란한 사생활 때문에 갖가지 의혹을 몰고 다닙니다. 그의 이름 뒤에는 ‘scandal-plagued son’(스캔들 메이커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닙니다. 변호사, 군인, 로비스트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쳐 요즘은 로스앤젤레스에서 화가로 살고 있습니다.

헌터 바이든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에 대해 ‘survivor syndrome’(생존자 증후군)으로 설명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헌터는 바이든 대통령이 사별한 첫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 낳은 3명의 자녀 중 유일한 생존자입니다. 여동생은 어머니와 함께 교통사고로 죽었고, 형은 2015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형을 따랐던 헌터는 형의 사망 후 심리적 상실감 때문에 본격적인 ‘문제아’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53세나 된 아들을 변호하느라 바쁩니다. 조사 착수를 발표한 공화당에게 “고3 시절을 잘 보내”라고 인사를 전했습니다. 한국에서 ‘시니어’는 ‘노년’을 의미하지만 원래는 ‘계급이 높다’라는 의미입니다. ‘senior year’는 미국 K-12 교육 시스템의 최고 단계인 ‘고교 3학년’을 말합니다. 한국에서 고3은 공부에 올인하는 시기지만 미국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쌓고 추억을 만드는 때입니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탈환한 뒤 대통령 아들 조사를 벼르는 공화당을 고3에 비유한 것은 “좋은 시절은 짧으니 누리라”는 조롱이 담겨있습니다.

미국 역사에는 헌터 바이든처럼 스캔들을 일으킨 대통령 자녀들이 많습니다. 대통령은 한 나라를 책임지는 리더지만 집에서는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평범한 부모일 뿐입니다. 스캔들을 일으켜 부모에게 시름을 안겨준 대통령 자녀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제임스 매디슨 대통령의 아들인 존 페인 토드는 여러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부모에게 근심을 안겨줬다. 위키피디아
제임스 매디슨 대통령의 아들인 존 페인 토드는 여러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부모에게 근심을 안겨줬다. 위키피디아
“His heart is good, and he means no harm.”

(아들이 심성은 착하다. 나쁜 의도는 없다)

4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은 ‘헌법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여러 명의 건국의 주역 중에서 가장 주도적으로 헌법 제정에 참여했습니다. 법에 통달한 매디슨 대통령이었지만 그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자식 문제였습니다.

매디슨 대통령에게는 존 페인 토드라는 아들이 있었습니다. 부인이 데리고 온 아들입니다. 매디슨 대통령은 43세 때 26세의 돌리 페인이라는 여성과 결혼했습니다. 토드는 돌리 여사가 첫 결혼에서 낳은 아들입니다. 매디슨 대통령은 돌리 여사와의 사이에 평생 자식을 낳지 않고 토드를 입양해 키웠습니다.

토드는 역대급 ‘문제아’였습니다. 일정한 직업 없이 술에 의지해 살았고 도박에 중독됐습니다. 매디슨 대통령은 토드가 자신의 뒤를 이어 법대에 들어가기를 원했지만 그는 유럽에 건너가 유흥에 빠져 살았습니다. 귀국 후에는 수차례 사기 사건을 일으켜 감옥 신세를 졌습니다. 그때마다 매디슨 대통령이 ‘몽펠리에’라는 대농장을 저당 잡혀 빚을 갚아줬습니다. 토드는 매디슨 대통령 사후에는 유산으로 받은 몽펠리에 농장까지 날렸습니다. 돌리 여사는 아들 때문에 빚에 쪼들려 말년에는 매디슨 대통령이 남긴 서류들을 의회에 팔아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매디슨 대통령 부부는 아들이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심성은 착한 애”라고 두둔했습니다. ‘mean no harm’은 ‘손해를 의미하지 않다,’ 즉 ‘악의가 없다’라는 뜻입니다. 채찍을 쓰지 않고 사랑으로만 감싼 매디슨 대통령의 자녀 교육법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습니다. 나라를 세운 주역 중 한 명이지만 가정을 세우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입니다.

남북전쟁 때 군대에 가지 않아 문제가 됐던 애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맏아들 로버트. 위키피디아
남북전쟁 때 군대에 가지 않아 문제가 됐던 애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맏아들 로버트. 위키피디아
“If fault there be it is mine.”

(잘못이 있다면 내 탓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맏아들 로버트는 군대에 가지 않았습니다. 노예해방을 위해 남북전쟁까지 불사한 대통령의 아들이 입대를 피한 것은 당시 엄청난 스캔들이었습니다. 비판에 직면한 링컨 대통령은 “내 탓이오”라며 아들을 감쌌습니다. “if fault there be”는 “if there is fault”에서 ‘fault’를 앞으로 빼서 강조한 것입니다. ‘mine’ 대신에 ‘my own’을 써서 책임감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로버트가 입대를 피한 것은 아버지보다 어머니인 메리 토드 여사의 뜻이었습니다. 둘째 아들을 병으로 잃은 메리 토드 여사는 맏아들까지 전쟁에서 잃을 수 없었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부인을 이렇게 설득했습니다. “Our son is not more dear to us than the sons of other people are to their mothers”(우리에게 아들이 귀하다면 다른 부모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메리 토드 여사는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자 링컨 대통령 부부는 전쟁이 끝날 무렵 몇 개월 동안 안전한 보직에 앉힌다는 조건으로 아들을 군에 보냈습니다.

딸 앨리스 루즈벨트와 니콜라스 롱워스 하원의원 결혼식에 참석한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오른쪽).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딸 앨리스 루즈벨트와 니콜라스 롱워스 하원의원 결혼식에 참석한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오른쪽).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I can run the country or attend to Alice. I cannot possibly do both.”

(나는 국정을 운영하거나 앨리스를 챙길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는 없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에너지가 넘치는 대통령이었습니다. 열정적인 연설로 청중을 몰고 다녔고 퇴임 후에는 아프리카 등지로 오지 여행을 다녔습니다. 그래서 별명도 ‘wild president’(거침없는 대통령)였습니다. 그런 루즈벨트 대통령보다 더 와일드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맏딸 앨리스였습니다.

앨리스의 생모는 그녀를 낳고 사망했습니다. 앨리스는 새어머니와 갈등을 겪었습니다. 백악관 안주인이 된 새어머니보다 자신이 더 주목을 받고자 했습니다. 공개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고, 밤새 파티를 하고, 남성들과 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등 반항적인 방식으로 갈등을 표출했습니다. 아버지의 집무실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업무를 방해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나는 국정을 운영할 수 있고 앨리스를 챙길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수는 없다”라고 하소연할 정도였습니다.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못 한다”라고 할 때 “cannot possibly do both”라고 합니다. 하지만 루즈벨트 대통령은 딸을 말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치행사에 데리고 다녔습니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딸의 심정을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앨리스의 자유분방한 행동을 보고 대리만족을 얻는 국민도 많아서 루즈벨트 대통령보다 더 인기가 높을 정도였습니다.
명언의 품격
2004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장례식 때 조사를 낭독하는 딸 패티 데이비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
2004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장례식 때 조사를 낭독하는 딸 패티 데이비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
최근 영국 해리 왕자가 왕실 가족에 대한 뒷얘기를 폭로한 ‘스페어’라는 자서전을 내놓자 쓴소리를 건넨 미국 대통령 자녀가 있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맏딸 패티 데이비스입니다. “Be quiet!”(조용히 해!)

원래 데이비스는 해리 왕자보다 더 부모와 사이가 나빴습니다. 레이건이라는 성을 버릴 정도였습니다. 아버지 레이건 대통령은 위선자이고, 어머니 낸시 여사는 자신을 학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버지의 위선을 비판한다는 목적으로 1994년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에 누드 사진을 찍었습니다. 대통령 자녀로는 전례가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Please Patti, don’t take away our memories of a daughter we truly love and whom we miss.”

(제발 패티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딸에 대한 우리의 기억만은 가져가지 말아다오)

플레이보이 사진이 출판되기 며칠 전 레이건 대통령은 딸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편지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완고한 아버지였던 레이건 대통령의 딸을 향한 진솔한 애정이 담겨있는 명구절입니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치매가 상당히 진전된 상태였습니다. 점점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붙잡고 싶은 마음도 담겨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편지를 부치지 않았습니다. 낸시 여사가 나중에 서랍에서 발견해 딸에게 전해줬습니다. 데이비스는 편지를 본 뒤 미움을 거뒀습니다. 10년 후 아버지에 대한 후회를 담은 자서전 ‘the Longest Goodbye’(가장 긴 이별)를 출간했습니다.
실전 보케 360
미 해군이 격추한 중국 정찰풍선의 잔해를 수거하는 모습. 국방부 홈페이지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중국 정찰풍선 사건으로 미국이 시끄럽습니다. 처음에는 풍선의 목적을 놓고 미국과 중국 정부가 공방을 벌이더니 이제는 풍선 최초 등장 시기를 놓고 전·현직 행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도 중국 풍선이 최소 세 차례 미국 영공을 침범했다”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이렇게 올렸습니다.

“Now they are putting out that a balloon was put up by China during the Trump Administration, in order to take the heat off the slow moving Biden fools.”

(느림뱅이 바이든 바보들이 책임 회피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 때도 중국이 풍선을 띄웠다고 주장한다)

화가 나는 상황을 “열 받았다”라고 합니다. 이처럼 ‘heat’(열)은 ‘분노’와 직결됩니다. ‘take the heat’은 ‘분노를 얻다,’ 즉 ‘타인의 질책 비난을 받아들이다’라는 뜻입니다. “I’ll take the heat”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내가 비난을 감수하겠다”라는 뜻입니다. 뒤에 ‘off’를 붙이면 반대의 뜻이 됩니다. ‘take the heat off’는 ‘비난을 면하게 하다’라는 뜻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때도 중국 풍선이 했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주장은 늑장 대응에 대한 책임 회피라는 것입니다. 안전을 이유로 며칠을 기다렸다가 풍선을 격추한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을“slow-moving Biden fools”(느려터진 바이든의 바보들)이라고 비웃었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 칼럼 중에서 핵심 하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의 행복한 결혼생활 비결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2021년 2월 22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222/105544130/1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공개 석상에서 스스럼없이 애정을 표현하는 커플로 유명하다. 2008년 한 정치행사에서 포옹하고 있는 바이든 부부. 백악관 홈페이지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공개 석상에서 스스럼없이 애정을 표현하는 커플로 유명하다. 2008년 한 정치행사에서 포옹하고 있는 바이든 부부. 백악관 홈페이지
요즘 미국인들은 “PDA”라는 단어를 즐겨 씁니다. ‘Public Display of Affection’(공개적인 애정 표현)의 약자입니다 ‘PDA’가 유행어가 된 것은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 때문입니다. 무척 냉랭해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는 달리 조-질 바이든 부부는 공개 석상에서 스스럼없이 손잡고 포옹하고 키스하면서 애정을 과시합니다.  

“I’m gonna sound so stupid, but when she comes down the steps, my heart still skips a beat.”

(바보처럼 들리겠지만 그녀가 계단을 내려올 때 아직도 내 심장은 쿵쾅거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질 여사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결혼생활 45년이 지났지만 아직 첫사랑을 앓는 사춘기 소년 같습니다. ‘heart skips a beat’은 ‘심장이 박동을 건너뛰다’ 즉, ‘막 빨리 뛴다’라는 뜻입니다. 즐겁고 놀랍고 무섭고 다양한 상황에서 쓸 수 있습니다.

“I married way above my station.”

(나는 급이 높은 사람이랑 결혼했어)

대선 유세 때 시위대가 갑자기 무대로 뛰어올라 바이든 대통령에게 접근하려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질 여사가 남편을 보호하려고 경호원보다 더 날쌔게 시위대를 막아섰습니다. 고마운 아내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던진 농담입니다. 자신보다 조건이 좋은 배우자와 결혼하는 것을 ‘marry above my station’이라고 합니다. 반대의 경우는 ‘above’ 대신 ‘below’(아래)를 쓰면 됩니다.

“How do you make a broken family whole? The same way you make a nation whole. With love and understanding.”

(결손가정을 어떻게 온전하게 만드냐고요? 국가를 하나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 방법으로요. 사랑과 이해가 있으면 됩니다.)

결손가정을 ‘broken family’라고 합니다. 반대 개념은 ‘whole family’(온전한 가정)입니다. 질 여사가 과거 자신이 가르쳤던 학교를 방문했을 때 “결손가정을 어떻게 온전한 가정으로 만들 수 있느냐”아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국가 화합의 메시지가 가정 화합에도 적용된다고 답했습니다. 구성원들의 사랑과 이해가 있으면 된다고 합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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