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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사카모토 류이치, 암 투병하며 만든 곡… “있는 그대로 나의 소리”

입력 2023-01-25 03:00업데이트 2023-01-2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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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에 오리지널 앨범 ‘12’ 내놔
피아노-전자음-현장음이 어우러져 명상적 시공간 창조
전문가 “소리의 원초적 힘 주목… 그의 이상향을 구현한 작품”
사카모토 류이치는 2014년 암 진단을 받은 후에도 음악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정규 앨범 발매는 6년 만이지만,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6년), ‘남한산성’(2017년) 등 여러 영화 음악 작업을 이어왔다. 올해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새 영화 ‘괴물’의 음악을 맡는다. 씨앤엘뮤직 제공사카모토 류이치는 2014년 암 진단을 받은 후에도 음악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정규 앨범 발매는 6년 만이지만,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6년), ‘남한산성’(2017년) 등 여러 영화 음악 작업을 이어왔다. 올해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새 영화 ‘괴물’의 음악을 맡는다. 씨앤엘뮤직 제공
들숨과 날숨 사이로 피아노 선율이 울린다. 일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71)가 17일 내놓은 6년 만의 오리지널 앨범 ‘12’는 그가 암 투병을 하며 일기 쓰듯 만든 음악 스케치다. 피아노와 전자음, 현장음이 어우러져 명상적인 시공간을 창조해낸다. 사카모토는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일부러 있는 그대로를 전하는 나의 지금의 소리”라고 이번 앨범을 소개했다. 그는 2014년 인두암 진단을 받았고, 2021년 1월 다시 직장암 투병 사실을 고백했다. 이번 음반에는 2021년 이후 만든 곡들이 담겼다. 곡을 만든 날짜를 각 곡의 제목으로 삼았다.

음반에는 전반적으로 편안함이 흐른다. 피아노 선율 사이에 사카모토의 숨소리와 옷깃에 무언가 스치는 듯한 소리, 지글거리는 것 같은 소리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박창학 작사가는 “소리 자체와 내면의 의식세계에 더 깊이 침잠하는 듯하다”며 “대중음악으로 흔한 건 아니지만 그의 음악을 꾸준히 따라온 팬들에게는 생소하지 않다. 바로 이 점이 그의 음악이 지닌 독보적 위상”이라고 했다.

곡에는 마니아틱한 분위기와 디테일이 가득하다. 이대화 음악평론가는 “따뜻하지만 어딘가 어둡고 슬픈, 혹한 겨울 속 산장 같은 분위기가 매력적이면서 처연하기도 하다”며 “텅 빈 듯하지만 포근하게 꽉 찬 소리, 수평선을 보는 듯한 공간감 등 세계적 거장답게 사운드의 디테일을 멋지게 살렸다”고 했다.

전작에 비해 멜로디의 부재가 두드러진다. 피아노 선율은 예측하기 어렵고 불규칙하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전작 ‘Async’(2017년)에는 멜로디 맥락이 익숙하고 뚜렷한 곡들이 있었는데, 이번 음반은 ‘음악을 듣는다’는 느낌이 잘 나지 않는다”며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같이 일상에 더 가깝기에 ‘연주가 어땠느냐’ ‘완성도가 어땠느냐’와 같이 흔히 쓰는 기준은 의미도 없고 적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황 평론가는 “사카모토가 걸어왔던 길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에 부합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12’는 사카모토의 마지막 정규 앨범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황 평론가는 “이번 신보는 의도하지 않은 소리들의 원초적인 힘에 주목해 온 그의 이상향을 가장 자유롭게 구현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며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고, (억지로) 만지지 않는 소리가 듣는 이에게 가장 큰 자유를 부여한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작품이라고 웅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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