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꺾이자 금값 뜀박질… ‘금통장’ ‘금펀드’ 투자 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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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자로 두달도 안돼 6% 수익”
통장으로 0.01g씩 거래 가능해
한달새 시중은행 금통장 86억↑
금융권 “당분간 금값 상승 지속”

직장인 김모 씨(37)는 지난해 11월 말 저축해 두었던 돈으로 금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다. 금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안전자산인 금이 주식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김 씨는 약 6%의 수익률을 올렸다. 김 씨는 “요즘 경기가 안 좋고 주식은 계속 떨어지는데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얻어서 만족한다”며 “앞으로 금값이 계속 오를 거라는 얘기가 있어서 여유 자금이 생기면 투자금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 둔화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확산되면서 ‘킹 달러’ 열풍은 사그라지고 금값이 연일 고공비행이다. 금으로 목돈을 굴리는 이른바 ‘금테크(금+재테크)’족도 재등장했다.


11일(현지 시간) 미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2월물 가격은 온스(약 31.1g)당 1878.9달러로 지난해 5월 6일 이후 8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3개월 전(1686.0달러)에 비해서는 약 10% 올랐다.

통상 미국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 가격은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킹 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10월∼11월 초 16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달러는 약세로 돌아선 반면 금 가격은 반등하기 시작해 지난해 12월 1800달러를 넘어섰다.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일부 중앙은행이 금 현물을 사들이고 있는 것도 금값 강세에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값이 연일 강세를 보이면서 금테크는 활기를 되찾았다. 은행권에서 판매하는 금 통장(골드뱅킹) 가입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권에 따르면 10일 KB국민·신한·우리 등 시중은행 골드뱅킹 잔액은 5117억 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대비 86억 원 늘었다.

지난해 12월 시중은행 금 통장을 개설한 직장인 정모 씨(38)는 “돌잔치 같은 행사에서 금 현물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보관이 용이하고 이력 관리가 가능한 골드통장에 넣을 현금을 대신 받았다”며 “금이 더 고평가되는 시점에 차익실현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골드뱅킹은 통장을 통해 금을 0.01g 단위로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소액투자가 가능하고 필요할 경우 실물 인출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 펀드 수익률도 호조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1일 기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요 금 ETF 상품들은 3개월 사이 7∼15% 상승했다.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는 3개월 사이 15.27%, 연초 이후 6.72%의 수익률을 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대표적인 국내 금 ETF인 ‘KODEX 골드선물(H)’과 ‘TIGER 골드선물(H)’은 3개월 사이 각각 8.28%, 8.12% 올랐다.

시장에서는 당분간은 금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김찬영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는 시점까지는 금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고 2000달러까지 가격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지난해 12월 ‘2023년 금융시장에서 깜짝 놀랄 일들’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올해 금 가격이 2250달러까지 오를 거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금펀드#금투자#금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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