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조사받고 나온 이재명 “결국 법정서 진실 가려질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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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검찰 출석]
李, 검찰 출석 앞서 지지자들과 인사… 100m 걷는데 15분, 野의원 41명 동행
2300자 분량 입장문 10분간 발표… 보수 유튜버 “쫄았냐”에 “쉿” 맞대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 성남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12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은 뒤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천준호 비서실장, 김남국 의원, 이 대표, 조정식 의원, 정청래 수석최고위원. 성남=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 성남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12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은 뒤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천준호 비서실장, 김남국 의원, 이 대표, 조정식 의원, 정청래 수석최고위원. 성남=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0일 경기 성남시 수원지검 성남지청 출석에 앞서 포토라인에 서서 준비해 온 A4용지 반 장 크기 원고 8장(약 2300자) 분량의 입장문을 10분간 읽어 내려갔다.

이 대표는 “불가침의 성벽을 쌓고 달콤한 기득권을 누리는 이들에게 이재명은 언제나 반란이자 불손 그 자체였을 것이다. 기득권과 싸워 오면서 저는 스스로를 언제나 ‘어항 속 금붕어’라고 여겼고 그렇게 말해 왔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본인을 향한 검찰 수사가 기득권에 의한 탄압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

이 대표는 입장문을 읽다가 일부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목소리가 작다. 쫄았느냐”고 소리치자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대며 “쉿”이라고 맞받기도 했다.

이날 12시간 가까이 진행된 검찰 조사가 끝난 뒤 오후 10시 40분경 성남지청을 나서면서는 기다린 민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그는 “결국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고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
○ 野 지도부 총출동해 엄호
성남지청 정문 앞은 이날 오전 일찍부터 이 대표가 출석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모인 지지자와 정치인, 취재진 등이 한데 얽혀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이 대표는 성남지청 정문 앞 도로에서 차량에서 내려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 등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이동해 100여 m를 걷는 데 15분이 걸렸다.

박홍근 원내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 정청래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표보다 20분 먼저 도착해 이 대표를 기다렸다. 이를 위해 당은 통상 오전 9시 반에 열리던 원내대책회의도 오전 8시 50분으로 40분 앞당겨 진행하고 공개회의도 14분 만에 끝냈다.

당 지도부 등 현직 의원 41명이 출동했다. 의원 중 일부는 기존에 잡혀 있던 지역구 일정 등을 취소하고 검찰 출석에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관계자는 “현역 의원 외에도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주요 지역위원장들이 ‘눈도장’을 찍기 위해 총출동했다”며 “이 대표와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어 온 ‘경기팀’도 상당수 현장에 왔다”고 했다.
○ 비명계 “과하게 의기양양”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 사이에선 우려와 지적이 이어졌다. 조응천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우리로선 ‘방탄’이 아니라고 알리바이를 대야 하는데 그게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혼자 당당하게 갔으면 오히려 당내에 지지 여론이 더 생겼을 텐데 마치 대선 출마 선언이라도 하는 양 너무 과하게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고 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우르르 몰려가서 시위하는 식으로 하는 스타일은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출석길에 동행한 민주당 의원들을 ‘홍위병’이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개인적으로 저지른 문제와 관계된 것인데 왜 민주당이 총출동해서 막고 위세를 부리는지 잘 모르겠다”며 “사법 문제는 사법으로만 봐야 한다. 진영의 문제나 숫자 논리로 볼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도 “비리 공무원과 조직폭력배가 결탁한 흡사 ‘범죄와의 전쟁’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실은 아무 생각 없이 눈으로 볼 뿐이다”라며 말을 아꼈다.

성남=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이재명#검찰 출석#비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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