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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소비기한 제도 시행, 푸드뱅크의 역할과 책임 커진다[기고/김진욱]

김진욱 서강대 사회복지전공 교수
입력 2022-12-07 03:00업데이트 2022-12-07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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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서강대 사회복지전공 교수김진욱 서강대 사회복지전공 교수
일반 국민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어려운 이웃들에게 무척이나 소중한 복지사업이 있다. 바로 푸드뱅크(푸드마켓 포함)다. 푸드뱅크는 외환위기 시절 버려지는 멀쩡한 음식물을 나누어 끼니조차 잇기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일부 민간단체가 시작한 사업에서 출발했다. 취약계층에게 가장 필요한 음식물을 제공함과 동시에 환경에 기여할 수 있으니, 정부는 곧 푸드뱅크 사업을 공식화해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지원 확대에 나섰다. 현재는 전국(중앙)과 광역자치단체에 거점 푸드뱅크가 있고 기초자치단체마다 푸드뱅크·푸드마켓 사업장을 두어 체계적으로 식품과 생활필수품 등 현물을 기부 받아 저소득층에게 전달하는 복지사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푸드뱅크 사업을 지탱하는 핵심은 바로 음식물을 비롯한 현물 기부다. 음식이 모여야 나눌거리도 생기기 때문이다. 때마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대부분의 식품회사들이 자신들이 생산하는 제품들을 기부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유통기한이 임박해 도소매점에 납품하기 어려운 제품을 주로 기부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업들이 생산량을 결정할 때 기부물품까지 고려하는 계획기부로 확대됐다. 지역사회의 자영업자들도 식품 기부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예를 들어 당일 팔지 못한 빵을 푸드뱅크에 기부하면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소중한 끼니나 간식이 될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식품 기부의 확대는 기부물품에 대한 세제 지원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이런 푸드뱅크 사업은 내년부터 중요한 변곡점을 맞게 된다. 식품기한표시제도가 유통기한에서 소비기한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유통기한은 유통과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으로, 유통기한이 지나더라도 상당 기간 식품을 섭취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을 식품 섭취 가능 기간으로 잘못 이해해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곧바로 폐기하는 형편이다. 이에 식품표시를 섭취 가능 기한으로 변경하여 소비자의 혼란을 방지하고 식품폐기물을 줄이고자 도입하는 것이 소비기한 제도이다. 이론적으로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더 길기 때문에, 소비기한 제도의 도입은 더 많은 기부식품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된다. 푸드뱅크의 활성화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동시에 푸드뱅크의 역할과 책임 또한 커지게 될 것이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과 소비기한이 임박한 상품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유통기한이 지나도 섭취가 가능했던 식품이라도 소비기한으로 바뀌면 섭취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이용자들이 푸드뱅크를 통해 전달받은 식품을 소비기한 전에 섭취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비기한 제도는 식품 안전성 측면에서 푸드뱅크의 관리 리스크가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식품 유형별 보관 온도 및 습도 관리가 철저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냉장·냉동 유통 시스템을 더욱 잘 완비해야 한다. 푸드뱅크의 인력, 공간, 시설 확충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뒷받침이 더욱 절실한 이유이다.

김진욱 서강대 사회복지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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