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 폐쇄-온라인 게임 막아
시진핑, 反정부 백지시위 겨냥
“적 압도해야… 머리 숙일 수 없다”

인민대회당 밖은 분위기가 다소 달랐다. 인민대회당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량마차오(亮馬橋) 인근에서는 곳곳에 공안(경찰)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지만 사이렌 소리에도 시민들은 묵념하지 않은 채 거리를 이동했다. 차량들도 멈추지 않았다. 이곳에선 최근 당국의 검열과 통제에 항의해 ‘백지’를 든 반(反)정부 시위가 열렸다. 중국 당국은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이날 하루 놀이공원을 폐쇄하고 온라인 게임 서비스까지 중지시켰지만 시민들의 일상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 시진핑 “고개 숙일 수 없다”
지난달 30일 사망한 장 전 주석 추도대회는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시 주석은 추도사에서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 국내외에서 엄중한 정치 풍파가 일어났다. 서방 국가들은 중국에 이른바 제재를 가했다”면서 “장쩌민 동지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경제 건설이란 중심을 견지하고, 선명하게 공산당 일당 통치 등 체제 유지 원칙을 고수했다”고 말했다. ‘엄중한 정치 풍파’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를 가리킨다. 특히 시 주석은 “국내외 엄중한 정세와 다른 사회제도·사상체계 간 대립과 투쟁이 항상 모든 당원을 시험하고 있다”며 “모든 적을 압도하는 영웅적 기개가 있어야 한다. (장 전 주석이 말한 것처럼) 사람은 고귀한 머리를 숙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신에 대한 퇴진 구호까지 등장한 ‘백지 시위’를 강하게 단속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은 비교적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를 조성했던 장 전 주석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반정부 시위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국가적 추모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이날 추도대회엔 역대 지도부 중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와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 부주석이 참석했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추도대회에 나오지 않았다. 앞서 전날 베이징 바바오산(八寶山) 혁명공원에서는 송별 의식이 열린 가운데 장 전 주석의 시신이 화장됐다. 이 자리에는 시 주석을 포함한 현직 최고지도부 인사들뿐만 아니라 후 전 주석도 참석했다.
○ 3분간 금융 거래도 중단
중국 당국은 사전 공지를 통해 이날 추도대회 시작과 함께 전 중국인 14억 명이 3분간 묵념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전국에 방공 경보가 울렸다. 중국 내 주식과 선물, 외환 등 모든 금융 거래도 3분간 일시 중단됐다. 추도대회는 중국중앙(CC)TV가 생중계했다. 주요 동영상·뉴스 사이트는 추도대회 관련 영상을 메인 화면에 걸었다.이날 하루 체육·오락 활동도 금지됐다. 테마파크로 유명한 베이징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폐쇄됐다. 텐센트 등 중국 주요 게임 업체들은 이날 0시부터 24시간 동안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 농구연맹은 예정됐던 경기를 연기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