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생명의 세계는 전자-양성자-광자의 무한한 상호작용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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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덕에선…]과학문화운동가 박문호 박사
“과학 지식과 이론의 홍수 속에서 파편적 과학 지식에 매달리지 말고
과학공부의 고속도로에 올라타야”

박문호 박사가 대전 유성구 신성동 자택에서 소파 장식물을 가리키며 빅뱅 이후 전자, 양성자, 광자의 상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장식물의 수는 아내 황해숙 여사가 놓은 것이다. 박 박사는 “광대하고 장구한 우주와 생명이  이 3가지 요소의 상호작용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박문호 박사가 대전 유성구 신성동 자택에서 소파 장식물을 가리키며 빅뱅 이후 전자, 양성자, 광자의 상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장식물의 수는 아내 황해숙 여사가 놓은 것이다. 박 박사는 “광대하고 장구한 우주와 생명이 이 3가지 요소의 상호작용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과학의 측면에서 봤을 때 우주와 생명의 세계는 전자, 양성자, 광자의 무한한 상호작용이다.”

과학문화운동가 박문호 박사(63)는 4일 “그동안의 과학 연구와 경연을 통해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며 “앞으로 이 세 가지 주인공과 ‘결정적 지식’이 바탕이 된 ‘빅히스토리(Big History)’ 강연을 통해 과학 공부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빅히스토리는 관점을 우주와 지구, 생명까지 확대한 통합 학문적 역사를 말한다.

뇌과학자이면서 학습공동체 ‘박문호의 자연과학세상’(박자세)을 이끄는 박 박사는 “빅히스토리에 대한 간명한 접근은 방대해 보이는 과학 공부의 관문 앞에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6월 펴낸 ‘박문호의 빅히스토리 공부’가 주요 서점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른 그는 앞으로 빅히스토리 강연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그가 재직했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학습 커뮤니티 ‘프로젝트#60’은 내달 이 책에 대한 네 차례 강연을 추진 중이다.

과학의 최전선에서 대중에게 최신 과학 논문과 서적 등을 전하는 그는 종이신문 3종을 하루도 빠짐없이 읽고, 시와 수필을 즐긴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복잡다기하고 광대하며 장구한 우주의 역사를 세 가지로 해명할 수 있나.

“에둘러 가지 않겠다. 전자, 양성자, 광자는 자연을 구성하는 입자다. 우주의 시작에서 지구와 생명의 탄생, 광물과 생물의 공진화, 인간 의식의 출현에 이르는 자연 현상의 유장한 역사가 이들의 상호작용이다. 호모사피엔스가 언어라는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낸 것도 마찬가지다.”

―누가 빅히스토리의 주인공을 3가지로 규정했나.

“리처드 파인먼(1918∼1988)이 한 문장 정도로 간략하게 언급한 것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이를 우주와 세계를 보는 근본 원리로 발전시켜 강연하고 글을 써왔다. 어떤 과학자도 동의할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과학 공부를 하려는 많은 사람이 과학 지식과 이론의 홍수 속에서 혼란스러워 한다.

“중요한 것은 결정적 지식의 습득이다. 파편적 과학 지식에 매달리지 말길 바란다. 몇 개의 ‘결정적 지식’을 습득한 뒤 과학 공부의 고속도로에 올라타야 한다.”

―결정적 지식이 뭔가.

“주기율표 같은 것이다. 이는 물리학, 화학, 지질학, 세포생물학 등 모든 분야에서 사용된다. 결정적 지식은 많은 지식을 파생시키고 많은 질문을 유도해낸다. 학문 전체의 구조를 알게 해준다. 자연과학 각 분야의 결정적 지식은 다섯 개씩을 넘지 않는다.”

―빌 게이츠의 지원으로 빅히스토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빅히스토리 관련 서적의 판매량은 그 나라의 과학 수준을 가늠하게 한다. 나의 빅히스토리 저작은 10년 이상 강의해 온 우주론과 지질학, 생명공학, 뇌과학의 결정판이다. 우주, 지구, 생명, 인간 등 4개 분야의 결정적 지식을 파트별로 10가지씩 선별해 집중적으로 설명한다.”

―우리의 과학 독서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수준 있는 과학책이 10만 부 이상 팔리지 않는 나라다. 우주에 관한 외국인 저작 가운데 스테디셀러가 있는데 40년 전에 출간된 것이다. 그 이후 우주에 관한 천문학 지식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빅히스토리는 미래 예측에도 유용한가.


“‘코스모스’의 저자인 칼 세이건이 ‘만약 당신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사과 파이를 만들려고 한다면 먼저 우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바꾸어 말하면 인간이 어디로 갈 것인지는 우주에 물어봐야 한다는 말이다. 빅히스토리를 알지 못하면 인간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도 말하기 어렵다.”

―근본적 미래 전략은 빅히스토리에서 나온다는 말인가.

“그렇다. 경영자들이 뭔가 전체에 대한 직관을 얻고 싶다면 우리의 의식을 만들어낸 우주의 진화를 알아야 한다.”

―매일 3가지의 종이신문을 읽는다.

“동아일보를 포함해 3가지 신문을 매일 읽는데, 신문은 매번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신문은 현시대를 읽는 종합적인 맵(지도)을 제시해 주는데, 그런 점에서 빅데이터다. 편집을 통해 하나의 세계를 보여주는 종이신문을 권한다. 과학자들에게도 책과 논문을 현시점의 시사성과 연결해주는 신문이 유용하다.”

―시를 즐겨 읽는다.

“시는 의미는 숨기고 이미지를 드러낸다. 논리적이고 이지적인 것을 이미지로 승화해준다. 시각적 사고는 창의성의 근본이다. 아인슈타인이 모든 물리학을 기하학으로 바꿔놓고 싶다고 한 말은 이미지의 중요성을 말해 준다. 과학자들이 과학적 성과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에도 시적 이미지를 활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지명훈 기자 mhjee@dogna.com
#대구 대덕#과학문화운동가#박문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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