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죽었는데 사인은 ‘미상’… 말이 되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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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유가족 첫 기자회견
희생자 34명의 유족 30여명 참석
대통령 사과-책임자 문책 등 요구
대통령실 “先 철저한 수사” 재확인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희생자 사진을 안고
 흐느끼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족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와 성역 없는 책임 규명 등 6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희생자 사진을 안고 흐느끼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족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와 성역 없는 책임 규명 등 6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것이 아들의 사망진단서입니다. 사망 일시는 추정, 장소는 이태원 거리 노상, 사인은 미상…. 이게 말이 되는 상황입니까.”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고 이남훈 씨의 어머니는 이 씨의 사망진단서를 꺼내며 “무능한 정부에 아들을 뺏겼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어떻게 자식이 죽었는데 사인도 시간도 장소도 제대로 모른 채 떠나보내라 하느냐”며 “그날의 진실과 투명한 조사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민변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태스크포스(TF)’가 주최했고, 회견에 동의한 희생자 34명의 유족 가운데 약 30명이 참석했다. 또 유족 6명이 희생자의 실명과 함께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태원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이 함께 공식 석상에 선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회견장에선 회견 내내 유족들의 울음소리가 이어졌다. 배우 고 이지한 씨의 어머니는 “초동 대처만 제대로 했어도 158명의 희생자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신 자식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설렁탕 먹고 뒷짐 지고 걸어갈 수 있었겠느냐.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민변 이태원 참사 TF 팀장인 윤복남 변호사는 이날 유족들의 의견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 △성역 없는 책임 규명 및 문책 △피해자와 유족 참여가 보장된 진상 규명 △피해자와 유족 간 소통 보장 △사회적 추모를 위한 시설 마련 △인터넷 댓글 등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구체적 대책 등 6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희생자 명단 공개 논란에 대해 윤 변호사는 “정부의 선제적 조치가 없어 명단이 사적으로 공개되고 있다”며 “유족들이 동의하는 분에 한해 명단 공개를 하자는 게 유족의 뜻”이라고 했다.

정부의 사후 조치가 미흡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고 이민아 씨의 아버지는 “(납골당에) 나이 들어 돌아가신 분 사이에 젊은 아이를 두기 싫어 유골을 집으로 데려왔다”며 “추모비라도 논의하려고 했는데 참사 17일이 지나서야 수소문 끝에 겨우 유족 몇 분을 만날 수 있었다. 유족 모임 구성이나 권리 안내 등 기본적 조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철저한 수사에 따른 책임자와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참사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책임자와 책임 범위, 법적인 가해자가 명확해지면 정당한 보상도, 위로도 조금이나마 가능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이태원 참사 유가족#기자회견#사망진단서#진상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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