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령총, 첫 발굴부터 재발굴까지의 여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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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오늘부터 ‘금령’展
기마인물형 토기 등 300여점 선보여

1924년 경북 경주시 금령총에서 출토된 국보 ‘기마인물형 토기.’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1924년 경북 경주시 금령총에서 출토된 국보 ‘기마인물형 토기.’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금관이 출토된 능묘 가운데 가장 작은 무덤.

6세기 초 신라시대에 축조된 경북 경주시 동성로 ‘금령총’은 출토된 발찌와 팔찌 등 유물이 나온 간격을 볼 때 키가 1m도 되지 않는 어린아이가 묻혔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라 왕실은 아이를 묻으며 부디 저승에서 행복하길 바라는 염원을 함께 묻었을 것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이 금령총에 초점을 맞춘 특별전 ‘금령―어린 영혼의 길동무’를 22일부터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선 국보 ‘금령총 기마인물형 토기’와 보물 ‘금령총 금관’ 등 출토 유물 300여 점을 선보인다. 3부로 구성한 전시는 1924년 첫 발굴 때부터 2018년 국립경주박물관이 다시 발굴에 나서기까지의 여정을 담았다.

1부에선 금령총이 일제강점기인 1924년 처음 세상에 알려진 과정을 소개한다. 조선총독부 조사단은 동성로 일대에서 당시 ‘노동리 2호분’이라 부르던 고분을 발굴하다가 무덤 허리춤에서 금방울 한 쌍을 발견했다. 조사관들은 “그 우아함에 사랑하고 좋아할 수밖에 없는 기교”라고 칭송하며 2호분의 이름을 ‘금령(金鈴)’이라고 칭했다.

어쩌면 아이를 먼저 떠나보낸 부모는 아이가 저승에서 길을 잃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머리맡에 부장품을 가득 채웠을지도 모른다. 2부에선 금령총에서 출토된 ‘기마인물형 토기’와 ‘배 모양 그릇’ ‘등잔 모양 그릇’ 등 당대 최고 수준인 부장품을 선보인다. ‘배 모양 그릇’은 저승에서 만난 물길을 무사히 건너길, ‘등잔 모양 그릇’은 어두운 저승길에 발을 헛디뎌 넘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3부는 국립경주박물관이 2018년부터 3년간 금령총을 다시 발굴하며 새롭게 출토된 유물을 소개한다. 2019년 7월 금령총 호석(봉분 주변을 감싼 석물) 외곽에서 단단하게 구워 만든 작은 말 도용(陶俑·사람 대신 무덤에 묻던 허수아비)이 나왔다. 생김새가 1924년 출토된 ‘말 탄 사람 모양 그릇’ 한 쌍과 닮았다. 다만 새로 발굴된 유물은 말의 등과 뒷다리가 깨진 상태였다. 이때 1924년 출토된 ‘긴 목 항아리’의 굽다리 파편 2점이 추가로 나오기도 했다. 항아리의 굽다리는 묻을 때 일부러 깨뜨렸는데, 세상을 떠난 아이가 이승을 떠돌지 않도록 이승과 이어지는 ‘다리’를 끊는 의식이라고 한다. 내년 3월 5일까지. 무료.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금령총#국립경주박물관#금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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