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스타트업 4곳 중 1곳 규제 피해 해외 이전 고려하는 현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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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협회가 최근 국내 스타트업 256개사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25.4%, 즉 4곳 중 1곳이 규제를 피해 해외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스타트업이건 국내 스타트업이건 주로 겪는 애로사항은 자금 부족이나 전문인력 부족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그 못지않게 기업 규제가 주된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올 6월 뉴코애드윈드라는 스타트업은 국내 규제로 사업을 확장하지 못하다가 딜리버리히어로의 투자를 받아 본사를 해외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이 기업은 오토바이 배달통에 디지털 광고를 제공하는 액정표시장치(LCD)를 달아 규제 샌드박스 1호 타이틀을 가져갔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해주는 제도로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이 회사의 경우 허용대수가 100대로 제한됐다. 회사가 사업을 확장하려 하자 규제가 다시 적용돼 제도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윤석열 정부는 ‘전봇대’의 이명박 정부, ‘손톱 밑 가시’의 박근혜 정부를 잇는 보수 정부로 문 정부에 비해 규제 개혁의 의지는 큰 것으로 보이지만 여소야대(與小野大) 정부여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현 정부 집권 이후 여권이 발의한 77개 법안 중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하나도 없다. 시행령 개정으로 곁가지 규제는 풀고 있지만 규제의 본줄기를 건드리는 법 개정에는 무력하다. 현 정부가 여소야대여서 한계가 있다면 기업인들이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민간 부문이 들고 일어나서라도 국회를 움직이게 해야 한다.

설문에 응한 스타트업은 ‘기술실증 관련 과도한 허가기준’ ‘등록 및 허가업종의 복잡한 진입장벽’ 등을 가장 힘든 종류의 규제로 꼽았다. 단순한 법 개정을 넘어 공무원이 관료주의와 보신주의를 벗어나 적극적이고 탄력적으로 법을 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해결할 수 있다. 스타트업은 미래에 국민을 먹여 살릴 삼성이고 현대다.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재편의 시대는 우리나라에게 규제 위주의 국가 체질을 바꾸면 전에 없던 기회가 되고 바꾸지 못하면 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규제#기업규제#해외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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