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사물의 존재성을 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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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태 개인전 ‘빛-시간을 담다’
30일까지 서울 갤러리 나우

황선태 작가의 ‘빛이 드는 공간’(2022년). 선으로 사물을 단순하게 표현했다. 실내에서 햇볕을 나른하게 즐기는 고양이는 평화로움을 더한다. 갤러리 나우 제공
황선태 작가의 ‘빛이 드는 공간’(2022년). 선으로 사물을 단순하게 표현했다. 실내에서 햇볕을 나른하게 즐기는 고양이는 평화로움을 더한다. 갤러리 나우 제공
낮게 기울어진 해. 어스레하게 거실로 들어온 햇빛을 반려견이 쬐고 있다. 차창 너머 푸르른 나무들은 나른함을 더한다. 고즈넉한 연출 덕일까. 계속 바라보면 해가 움직일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황선태 작가(50)의 연작 ‘빛이 드는 공간’(2022년) 이야기다.

빛을 소재로 유리 드로잉 작업을 해온 황 작가가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갤러리 나우에서 개인전 ‘빛―시간을 담다’를 연다. 이번 전시는 ‘빛이 드는 공간’ 연작 11점, ‘빛이 있는 공간’ 연작 3점 등 유리 드로잉 신작 14점으로 구성됐다. 황 작가는 강화유리 뒷면에 창문, 침대, 테이블 등 드로잉과 풍경 사진을 붙이고, 빛이 들어오는 공간은 잘라낸 필름을 순서대로 붙인 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뒤에서 비추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이번 전시에서 눈에 띄는 점은 야외 풍경을 다룬 작품들이다. 황 작가는 책상이나 소파가 놓인 실내 공간에 유리창을 통과한 햇빛이 내리쬐는 모습을 주로 작업해왔다. 이번에는 가로등 불빛이 비치는 골목길, 도시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 위 벤치 등 야외 풍경을 다룬 작품 3점을 선보였다. 실내 작업과 실외 작업은 작품 제목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실내는 ‘빛이 드는 공간’으로, 실외는 ‘빛이 있는 공간’으로 제목을 붙였다.

황 작가는 색이나 질감 표현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빛과 선에 집중했다. 화룡점정은 빛이다. 빛을 각각 달리해 작품별로 이른 아침, 느지막한 오후, 흐린 날, 맑은 날을 알 수 있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황 작가는 “시간, 날씨에 따라 빛이 드는 풍경을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해 작품별로 가장 적합한 빛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작품의 LED 조명을 끄면 실내 조감도 같은 선만 남아 완전히 다른 느낌이 든다. 황 작가는 빛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 “빛은 사물의 존재를 보여주는 가장 근원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찬 바람이 부는 요즘, 은은한 빛을 뿜어내는 작품들은 따스함과 아늑함을 선사한다.

14개 작품 중 사람이 등장하는 작품은 없다. 황 작가는 “소파 위 쿠션, 탁자 위의 커피잔만 봐도 그곳에 어떤 사람이 머물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사람에 대한 복잡한 정보를 빼고 최소한의 요소로 작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료.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황선태#개인전#빛-시간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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