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에 견주던 ‘조선중기 천재시인’ 최전을 아시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지방서 활동해 덜 알려진 시인 발굴
‘지역 고전학 총서’ 1차 10종 펴내
서울 아닌 지역 한시 첫 체계적 정리

‘늙은 말 솔뿌리 베었더니/꿈결에 천 리를 다니누나./가을바람에 낙엽 지는 소리 나더니/놀라 일어나자 저녁 해 뉘엿뉘엿해라.’

조선 중기의 문인 최전(1567∼1588)이 8세 때 지은 시 ‘늙은 말’이다. 한자로 단 20자에 불과한 오언절구(五言絶句)다. 꿈속에서나마 힘차게 천 리 길을 내달리며 질주를 꿈꾸는 나이 든 말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최전은 조선 중기 문인 율곡 이이(1536∼1584)의 제자로, 조선에선 당나라 시인 이백(701∼762)과 견주던 천재 시인이다. 김승룡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는 “당시 사람들은 최전을 ‘신동’이라고 불렀지만 경북 지역에서 주로 활동한 탓에 그동안 최전의 문집을 번역하려는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지역 한시(漢詩) 시인들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총서 ‘지역 고전학 총서’(지식을만드는지식) 1차 10종이 최근 출간됐다. 서울이 아닌 지역 한시를 체계적으로 연구·발간한 기획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우락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학문적으로는 훌륭하지만 연구에서 소외됐던 학자들을 파악할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해 번역했다”고 했다.

경기 양주시에서 활동한 시인 김숭겸(1682∼1700)의 ‘관복암 시고’엔 자연에 자신의 심정을 담은 그의 시적 세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경남 양산시에서 주로 머문 구하 스님(1872∼1965)은 ‘금강산 관상록’에서 금강산을 경건하게 묘사한다. 전익구 ‘가암 시집’(경북 예천군), 홍여하 ‘목재 시선’(경북 상주시), 조정규 ‘서천 시문선집’(경남 함안군), 황윤석 ‘이재 시선 1’(전북 고창군), 이근오 ‘죽오 시선’(울산), 하겸진 ‘회봉 화도시선’(경남 진주시)도 지역 학자들의 뛰어난 시집이다. 각 권 1만8800∼3만6800원.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조선중기 천재시인#최전#시인 발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