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타격 클수록 경영자 보상 더 깎았다[Monday DBR/김진욱]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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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한 신문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예나 지금이나 경영자의 보상 금액은 세간의 이목을 끈다. 기사가 보도될 때마다 경영자 보상의 적정 규모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경영자 보상은 기업의 목표 달성을 유도하는 동시에 보상이 성과와 연동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기업 내부의 요인이 아닌 팬데믹과 같은 예상치 못한 외부 요인이 기업에 타격을 줄 때 경영자 보상은 어떻게 조정돼야 할까.

미국 스탠퍼드대 등 공동 연구팀은 코로나19가 미국 상장 기업의 경영자 보상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2020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러셀3000지수에 편입된 미국 상장 기업의 경영자 보상 공시를 분석했다. 그 결과 표본의 17%에 해당하는 502개 기업이 최고경영자(CEO)의 기본급, 상여금 혹은 장기 인센티브 제도를 조정하거나 이사들의 보수를 하향 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자에 대한 보상 조정을 가장 먼저 발표한 유나이티드항공은 2020년 3월 10일, 아래와 같은 내용의 공시 서류를 제출했다.

‘지금부터 오스카 무뇨스 CEO와 스콧 커비 회장은 2020년 6월 30일까지 기본급 전부를 받지 않기로 했다.’

경영자의 보상을 조정한 표본 기업 502개사 중 449개사가 CEO의 기본급을 조정했다. 424개사가 기본급 금액을 낮췄으며 또 다른 17개 기업은 기본급 지급을 연기했다. 21개 기업은 기본급을 주식으로 교환하도록 요구했다. 기본급을 삭감한 기업들의 코로나19 이전 기본급의 중간값은 90만 달러(약 12억 원)였으나 코로나19 이후에는 48만 달러(약 6억5000만 원)로 감소했다. 일부 기업은 기본급을 삭감하는 동시에 해당 금액을 주식으로 지불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원자재 기업 프리포트맥모런은 CEO의 기본급을 25% 삭감하는 한편 삭감된 금액의 90%를 주식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10%만 현금으로 지급했다.

이사에 대한 보수도 CEO 보상과 더불어 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300개사가 이사의 보수를 삭감했다. 보수 지급을 유예하거나 주식 교환 조치를 취한 기업은 각각 10개사, 15개사였다. 예를 들어 CEO 기본급을 0달러로 삭감한 매리엇인터내셔널은 이사 보수 또한 0달러로 삭감했다. 소셜커머스 기업 그루폰은 이사에 대한 보수 지급을 연말로 연기했으며 현금 대신 주식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CEO와 이사 보상의 하향 조정은 어떤 기업들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을까. 산업별로 분석한 결과, 소매업에서는 표본의 45%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CEO와 이사 보상을 조정했고 제조업(36%)과 운송업(28%)의 다수 기업도 보상을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식품 및 담배업(2%)과 전기·가스 등 유틸리티업(4%)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보상 조정이 거의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주식 가격에 보다 큰 타격을 입은 기업들이 CEO와 이사의 보상을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상을 조정한 기업들은 2020년 상반기 평균 23.6%의 주가 하락을 경험한 반면 보상을 조정하지 않은 기업들의 주가는 같은 기간 10.2% 하락했다.

그뿐만 아니라 보상을 조정한 기업들은 정리 해고 또는 직원 급여 삭감을 단행했을 가능성이 훨씬 큰 것으로 확인됐다. 보상을 조정한 기업의 82%가 해고, 무급 휴가, 급여 삭감 등을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려는 시도를 했다. 반면 보상을 조정하지 않은 기업의 경우 10%만이 해고 또는 급여 삭감을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주가 하락, 정리 해고 등을 경험한 기업일수록 경영자의 보상을 조정했음을 보여준다. 이런 결과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일수록 CEO와 이사에 대한 보상을 조정해 고통 분담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경영자 보상은 경영자와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한편 경영자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이 아닌 경영자 자신의 경영 활동 결과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경영자 보상 결정에 기업 외부의 사회적 관점이 반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억울해할 필요는 없다. 경영자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렸음에도 경기 호황과 예상치 못한 외부 요인, 즉 행운에 따른 보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 원고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50호(2022년 8월 1일자)에 실린 글 ‘코로나 이후 경영진의 고통 분담 어디까지’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jinkim@konkuk.ac.kr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코로나 타격#경영자 보상#클수록 깎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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