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수술, 개복-복강경 중 재발률 낮추는 수술법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6일 11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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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암, 난치는 없다<1>

김윤환 이대여성암병원 부인종양센터 교수는 조기 자궁경부암의 경우 암의 크기, 악성도, 환자 상태 등을 고려해 개복, 복강경, 로봇수술 중에서 가장 적합한 방식을 선택한다. 이를 통해 암 재발률을 크게 낮췄다. 이대여성암병원 제공
김윤환 이대여성암병원 부인종양센터 교수는 조기 자궁경부암의 경우 암의 크기, 악성도, 환자 상태 등을 고려해 개복, 복강경, 로봇수술 중에서 가장 적합한 방식을 선택한다. 이를 통해 암 재발률을 크게 낮췄다. 이대여성암병원 제공
《 지난해 12월 발표된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암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9년 한 해에만 25만4718명의 암 환자가 늘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남자(3.4%)보다 여자(3.9%)가 컸다. 10만 명당 발생률의 경우 남자는 308.7명에서 308.1명으로 0.6명 감소했지만 여자는 290.8명에서 297.4명으로 6.6명 늘었다. 여성 암 환자의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것이다. 고령화 외에도 늦은 결혼과 저출산, 서구화된 식습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동아일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이대여성암병원과 공동으로 여성암을 극복하기 위한 ‘여성암, 난치는 없다’ 시리즈를 3회 싣는다. 동아일보-이대여성암병원 공동기획 》

자궁경부암은 다른 암과 달리 원인이 비교적 명확하다. 대부분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HPV는 피부 접촉이나 성관계 등으로 감염된다.

자궁경부암은 국내 여성암 발생 2위(갑상샘암 제외)다. 서양에 비해 국내 발생이 많은 편으로 최근 감소 추세다.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2년마다 국가검진이 이뤄지고 있어 암의 전 단계에서 발견하기 때문이다. 또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백신 예방 접종을 시행하는 것도 발생률을 낮추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래도 자궁경부암은 여전히 ‘무서운’ 암이다. 김윤환 이대여성암병원 부인종양센터 교수에게 치료법을 물었다.

개복-복강경 수술, 어느 게 좋을까
일반적으로 자궁경부와 질의 상부까지만 암이 퍼져 있는 1기와 2기를 조기 암으로 규정한다. 암이 주변 조직이나 림프선으로 확대되거나 방광이나 장까지 침범했을 경우 3기 혹은 4기로 구분한다. 조기 암의 경우 원칙적으로 수술로 치료한다. 하지만 3기와 4기의 경우에는 암의 크기나 상태 등에 따라 항암 및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거나 항암 치료만 하게 된다.

자궁경부암이 되기 직전 단계를 자궁경부상피내암이라고 한다. 이때 자궁경부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한다. 자궁경부의 길이가 짧아지면 임신과 출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런 점을 감안해 젊은 미혼 여성에 대해서는 자궁경부를 최대한 보존해서 수술하며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배를 열어 수술하는 개복 수술이 대세였다. 최근에는 복강경, 로봇 등 수술 방법이 다양해졌다. 일반적으로 복강경과 로봇 수술은 개복 수술보다 통증이 적고 수술 후 관리도 편하고 흉터가 적다는 장점이 있으면서도 수술 결과는 비슷하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조기 자궁경부암의 경우 다를 수 있다는 국제 3상 임상 연구 결과가 2018년 발표됐다. 수술 받은 조기 자궁경부암 환자를 4년간 추적한 결과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을 받은 환자의 재발률은 14%였다. 반면 개복 수술은 3.5%에 불과했다. 이 결과는 의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저널로 평가받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실렸다.

논문은 당시 의사들에게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결과만 놓고 보면 조기 자궁경부암 환자는 개복 수술로 하는 게 가장 좋다. 그렇다면 복강경과 로봇 수술은 옳지 않은 것일까.

환자 맞춤형 수술이 가장 중요
김 교수는 당시 상황에 대해 “크게 놀라지 않았다. 이미 결과를 예측하고 대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대여성암병원은 이에 앞서 2013년에 이미 비슷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연구에서 복강경 수술을 한 조기 자궁경부암 환자의 5년 재발률은 14%, 개복 수술 환자는 5%로 나타났던 것이다.

이후 이대여성암병원은 환자의 상태에 맞춰 수술 방법을 결정하고 있다. 조기 암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복강경 수술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재발 위험이 낮고 암의 크기가 작다면 개복 수술보다는 복강경 수술의 이점이 더 크다.

다만 △암 덩어리가 2~3cm를 초과할 정도로 크거나 △암의 악성도가 높다고 판단되며 △자궁경부 내부에서 상당히 진행됐으며 △재발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을 가급적 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환자 상태에 따라 이런 수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며 “그 경우 추가 검사를 하고, 다학제 회의와 상담을 거쳐 최종 수술 방법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이 병원 자궁경부암 환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재발률은 10년 전 8.1%에서 최근 4.2%로 뚝 떨어졌다. 특히 1기 환자만 놓고 보면 재발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김 교수는 “수술의 질적 평가와 다학제 회의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으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해 대한의학회 영문저널(JKMS)에 게재됐다.

재발암 수술-방광 재건 동시 시행
자궁경부암이 재발했거나 국소 진행이 됐을 때는 자궁과 주변 장기 전체를 들어내야 할 수도 있다. 방광, 직장까지 모두 제거하는 수술은 상당히 난도가 높다. 6~10시간이 걸리는 대수술이다.

4년 전 60대 초반의 이미순(가명) 씨가 자궁경부암이 재발해 김 교수를 찾았다. 김 교수가 보니 골반 벽까지 암이 침투해 있었다. 골반은 혈관 위치를 파악하기도 어렵고 폭이 좁아서 수술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골반 벽 일부를 깎아내 모든 암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 씨는 지금까지 재발하지 않고 있다.

광범위하게 절제를 하면 방광까지 들어내는 경우가 있다. 이 환자들은 소변주머니를 차야 해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이를 피하려면 인공방광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또한 고난도 수술에 속한다. 이대여성암병원의 경우 인공방광수술 건수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병원 중 하나다.

김 교수는 “이런 환자가 발생할 경우 비뇨기병원과 다학제 협의를 통해 암 수술과 동시에 방광재건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얼마 전 50대 초반의 박영미(가명) 씨가 자궁경부암 항암 방사선 치료의 합병증으로 방광과 질 사이에 비정상적 통로인 ‘누공’이 생겼고, 소변은 방광에 모이지 못하고 질로 흘러나왔다. 박 씨는 병원 3곳을 돌아다닌 끝에 이대여성암병원에서 자궁, 방광, 질 상부를 절제하고 인공방광을 재건하는 수술을 받았다.

다음 달 1일 이대여성암병원이 리뉴얼 작업을 마치고 확장 개소한다. 문병인 이대여성암병원장(사진)은 “유방암이나 갑상샘암 등 질환 특성에 맞춰 전문화하고 세분화하기 위해 확장 개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대여성암병원은 크게 △유방암센터 △갑상샘암센터 △부인종양센터 등 3개 센터로 운영된다. 부인종양센터는 다시 △재발성부인암센터 △가임력보존센터 △로봇수술센터로 구분했다. 진료 공간을 넓히면서 총 진료실은 10개로 늘어났다. 유방촬영기와 같은 첨단장비도 추가 도입했다. 아울러 유방암 수술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안세현 교수를 영입했다.

이대여성암병원은 2009년 3월 문을 열었다. 국내 대학병원 처음으로 암 진단 후 1주일 이내 수술, 첫 방문 당일진료와 검사를 한 장소에서 시행했다. 여성암 환자만을 위한 레이디병동을 국내 처음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이대여성암병원은 여성암센터를 특성화하고 성공한 대표 사례로 해외에서도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병원은 물론 해외에서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이대여성암병원을 찾고 있다. 현재까지 유럽 여러 국가와 미국, 중국, 멕시코, 몽골 등 60여 개 나라의 환자들이 이 병원을 찾았다.

문 병원장은 “여성암 예방의 길잡이로서 암과 관련된 올바른 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암은 반드시 치료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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