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쌀 때 이민가자”…유럽 이주 계획하는 미국인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1일 13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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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1달러=1유로’ 현상이 이어지면서 유럽 이주를 계획하는 미국인이 급증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불름버그가 보도했다.

부동산업체 소더비의 올해 1분기 이탈리아 중개수수료 매출 중 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전년 5%에서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 주택 중개 의뢰도 전년 대비 40% 가량 늘었다.

그간 은퇴한 자산가 고급 유럽 주택을 찾았다면 최근엔 젊은 세대가 가격대가 낮은 유럽 시골집을 찾는 것이 달라진 트렌드다. 가장 큰 이유는 젊은 층이 감당하기 어려운 집값이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높이며 미 부동상 경기가 식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 집값은 오름세다. 이날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6월 미국 주택 중간값이 41만6000달러(5억4600만 원)로 전년 대비 13.4% 올라 1999년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반면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 교외 주택은 최근 환율 효과까지 더해져 구매 여건이 좋아졌다.

실제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 살던 스테파니 싱클레어(40) 씨는 통장에 있는 30만 달러(3억9300만 원)으로 애틀란타에서 살만한 집을 찾지 못했다. 반면 이탈리아 시실리아 섬에서는 아들과 살만한 288㎡(87평) 규모 집을 6만 달러(7900만 원)에 샀다. 사업을 하는 그는 재택근무로 이탈리아에 머무를 계획이다. 그는 블룸버그에 “미국 집값이 그렇게까지 오르지 않았다면 이탈리아는 들여다볼 생각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과 포루투갈은 35만~50만 유로를 투자하면 거주 비자를 내어주기 때문에 미국인 이민 비중이 늘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지난해 포루투갈의 미국인 거주민은 전년대비 45% 늘었다.

불름버그는 “비대면 근무로 미국인의 거주지 선택권이 늘어난 데다 미국 내 총격사건 증가, 정치 갈등 격화한 점도 미국인의 유럽 이민 트렌드에 한 몫 했다”고 분석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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