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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아들부터 껴안은 허준이 교수 “구불구불했지만…그게 가장 빠른길”

입력 2022-07-08 15:36업데이트 2022-07-0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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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즈상’ 허교수 귀국 “제주도 가족여행 기다려져”
한국인 최초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 교수가 8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입국, 아들의 축하를 받았다. 필즈상은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구불구불하기는 했지만 저한테는 그게 가장 좋고 빠르고 최적화된 길이었던 것 같아요.”

8일 오전 10시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허준이 미 프린스턴대 교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청 남방에 반바지를 입고 배낭을 멘 허 교수가 걸어 나오자 큰 꽃다발을 든 아들 허단(7)군이 허 교수 품에 안겼다.

허 교수는 미래를 고민하는 한국의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많은 10대, 20대 분들이 그런 것처럼 저도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어 왔다”며 “지금 다 돌아와 생각해보니까 제가 걸어온 길이 구불구불하기는 했지만 저한테는 그게 가장 좋고 빠르고 최적화된 길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허 교수는 대학 입학 후 전공을 물리학과에서 수학과로 바꿔 세계적인 수학자가 됐다. 부친인 허명회 고려대 명예교수는 허 교수가 중학생 시절 과학고에 보내 수학영재로 키우려 노력한 적이 있었다. 허 교수가 기대만큼 따라오지 못했고, 일반 고등학교에 간 뒤 중퇴를 결심하자 “그것도 아이디어”라며 허락했다.

검정고시를 통해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한 뒤에도 3학년 전공과목에서 D와 F를 연달아 받으며 방황했다. 결국 수학을 복수전공한 허 교수는 난제 11개를 풀어내는 연구 업적으로 한국계 최초 ‘수학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허 교수는 “(한국의 10대, 20대들도)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시고 천천히 차근차근 한 발짝 한 발짝 걸어 나가면 좋은 결과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수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도 “진득하게 절대 포기하지 않고 10년이고 20년이고 계속 하는 게 흔히들 강조돼 왔다”면서도 “가끔 가다가는 적당할 때 포기할 줄 아는 마음이 되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포기해야 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잘 판단하는 게 직관인데 개인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이해할 준비가 안 됐거나, 아니면 본인 뿐 아니라 인류가 아직 이해 안 된 문제들이 있으니까. 문제를 붙잡고 집착하기보다는 마음을 조금 더 편안하게 하고 스스로에게 친절하면서 본인의 마음이 가고 재밌는 그런 방향으로 공부하고 연구했으면 좋겠어요.”

한국인 최초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 교수가 8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입국, 아들의 축하를 받았다. 필즈상은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허 교수는 자신의 수상에 대해 “우리나라가 문화, 경제적으로 발전한 만큼 학문적으로도 발전을 따라가는 순서가 아닌가 생각 한다”며 “앞으로 한국 수학발전을 위해 제가 할 역할이 더 커진 듯해서 마음이 무겁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행복하고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허 교수는 여름동안 한국 고등과학원에서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이달 13일엔 고등과학원에서 강연이 예정돼 있다. 그는 “부모님 모시고 제주도 한 번 놀러가기로 했다”며 “그거 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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