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5개월… 안전 선진화로 가는 원년 되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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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중대법 이후 안전보건 관리체계 관심 늘어
현장 안전수칙-매뉴얼 최우선으로 하고
직업성 질병에 대한 인력-예산 늘려야

안종주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안전보건공단 제공
안종주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안전보건공단 제공
안종주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서울대 환경보건학 석사와 산업보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산업안전보건 전문가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수준을 높이고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할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안종주 이사장을 만나 취임 5개월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올해 1월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에 취임하고 5개월여가 지났는데, 취임 이후 소감을 말씀해 주신다면….

“취임 이후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취임 바로 다음날인 1월 11일에는 광주광역시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에서 6명의 노동자가 숨지는 대형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틀 만에는, 경기 양주시 채석장 토사 붕괴로 3명의 노동자가 숨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해, 이곳에도 긴급히 찾아가 산업재해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응하기도 했다. 이어 숨 돌릴 겨를도 없이 승강기 추락사고, 창원·김해 등지에서 발생한 유독성 세척액 집단 급성중독사고, 올 5월 울산 석유화학공장 폭발사고 등 사고 현장 조사와 사고 수습 등으로 단 하루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이들 중대재해들은 공단에서 산재예방의 첫발을 내딛는 저에게 정신을 바짝 차려 혼신의 힘을 다하라는 죽비였다고 생각한다.

공단에서 근무하는 마지막 날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단 한 명의 노동자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도 약 5개월이 지났는데 중대법 시행에 대한 현장의 분위기는 어떤가.

“법 시행에 따라, 일터에서는 안전보건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일부 기업에서는 안전보건에 대한 인력과 예산을 크게 늘리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경영계에서는 경영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주로 각인되어 곤혹스러워 하는 부분도 있는데 기본적인 안전보건 확보 의무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다면 처벌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중대법이 시행된 지 약 5개월밖에 되지 않아 아직 그 효과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올해 1분기 고용노동부의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을 보면 사망 사고 건수와 사망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2건, 8명이 줄었다. 중대법의 입법 취지를 살려, 향후 기업이 안전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노동자 생명 보호에 힘쓴다면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중대법 시행 첫해이다보니 산업현장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모를 수 있는데 공단에서는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나.

“공단은 기업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좀 더 쉽게 이해하고,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제때 구축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선, 인터넷에 ‘중대재해처벌법 바로알기’ 사이트를 구축하고, 관련 안내서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가이드 북, 중대법 해설 영상 교안을 제공하여 기업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중대재해 예방의 핵심인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사업장에는 ‘현장 컨설팅’을 지원한다.”

―산업현장의 대형사고들은 대부분 후진적인 산재사고인데 이러한 사고들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중대재해를 포함해 모든 산재는 특별한 일터에서 특별한 일을 하는 특별한 근로자에게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부, 기업, 근로자 모두가 깊이 깨달아야 한다. 특히 산재와 같이 안 좋은 일이 우리 일터와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산재는 불가피하다는 인식은 재해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주요 이유라 생각된다.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늘 어디서나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인식 하에 사업주는 내 자식이나 자신이 바로 그 일터에서 일한다는 생각을 하고 안전장치와 안전보건체계를 갖추는데 비용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지난달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산업안전 분야도 정책 변화가 예상되는데, 이사장께서 생각하는 산업안전보건 정책 방향이나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였지만 일하는 근로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은 정부의 변화와 관계없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소중한 가치다. 산재예방은 산업안전뿐만 아니라 산업보건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이를 균형 있게 추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동안 산재 사고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직업성 질병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인력과 예산도 함께 대폭 지원해야 한다.”

―7월 첫째 주가 안전보건 분야의 의미 있는 주간이라고 알고 있다. 다양한 행사도 마련한다는데 어떤 내용인가.

“정부는 7월 첫째 주를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으로 정해 노사는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에게 안전보건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1968년부터 시작된 이 ‘강조주간’ 행사는 올해 55회째로, ‘일하는 사람이 안전하고 건강한 나라’를 주제로 5일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다. 우리 사회가 중대법 시행 원년을 맞아 안전보건의 중요성과 산재예방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안전과 관련해서 일반 시민도 참여할 만한 프로그램이 있을까.

“산업현장 관계자는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도 안전을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도록 볼거리와 즐길 거리도 준비했다. 7월 7일에는 안전 관련 이야기와 공연의 ‘안전문화 토크 콘서트’가 열리며, 국제안전보건전시관에서는 안전관련 가상현실(VR)체험과 대기업과 미래 안전 보건 인력(대학생 등)과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등 다채로운 참여형 이벤트로 안전의 중요성을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와 달리 대면 행사를 확대하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했으며, 코로나19로부터 일상을 회복하는 단계에서 안전보건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여름철 어떤 사고가 주로 발생하는지, 현장에서는 어떤 예방대책이 필요한가.

“여름철 주의해야 할 산업재해는 ‘밀폐공간 질식사고’와 ‘온열질환’을 들 수 있다. 밀폐공간 질식사고는 오폐수처리시설, 맨홀, 분뇨 처리시설 등의 작업공간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이러한 공간은 여름철 고온 다습한 계절적 영향으로 미생물이 증가해 산소결핍과 황화수소 중독으로 사망에까지 이르는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작업 전 반드시 산소농도와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수시로 환기를 해야 한다.

온열질환은 주로 여름철 외부작업 시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이 대표적인데, 예방법으로는 ‘물, 그늘, 휴식’이 중요하다. 폭염특보 발효 시 옥외 노동자에게 수시로 시원한 물을 제공하고, 그늘진 장소에서 1시간 주기로 휴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본인만의 안전철학 또는 일터 안전을 위한 당부 말씀이 있다면….

“산업재해는 일터와 우리 사회의 노력 정도에 따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안전수칙과 안전매뉴얼을 무시하고 이익을 우선시하는 잘못된 기업문화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때 일터의 진정한 안전 선진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사업주는 안전이 곧 기업의 이익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하며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일터에서는 단 한 명의 근로자라도 일하게 하지 않겠다는 철학을 지니고 실천해야 한다. 근로자도 일터의 안전은 자신이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 권리임을 인식하고, 안전조치가 필요할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하며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후 관리감독자에게 알리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내달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행사 개최


2021년 국제안전보건전시관 전경.
2021년 국제안전보건전시관 전경.
올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함께, 최근 각종 안전사고로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 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7월 4일부터 8일까지 경기도 킨텍스에서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행사를 개최한다. 그동안 비대면 중심으로 축소해 진행하였던 것을 올해는 대면 행사로 확대해 실시한다.

국제안전보건전시관 내 관람객이 산업용 장비를 비교해 보고 있다.
국제안전보건전시관 내 관람객이 산업용 장비를 비교해 보고 있다.
올해 55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을 시작으로 5일간 △국제안전보건 전시회 △안전보건 세미나 △산재예방 우수사례 발표대회 등을 진행한다.

국제안전보건전시관 내 관람객이 산업용 장비를 비교해 보고 있다.
국제안전보건전시관 내 관람객이 산업용 장비를 비교해 보고 있다.
‘일하는 사람이 안전하고 건강한 나라’를 캐치프레이즈로 국내 안전보건의 현 주소를 점검하고, 산재예방에 대한 최신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며, 산업현장에서의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장을 마련한다.

가상현실(VR) 체험존에서 관람객이 건설현장 추락체험을 하고 있다.
가상현실(VR) 체험존에서 관람객이 건설현장 추락체험을 하고 있다.
산업현장의 사업주, 근로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이 행사에 참여하여 안전보건 의식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부대행사도 열린다. △안전문화 토크콘서트 △비전 업 토크 콘서트(기업 안전보건 담당자와의 소통의 장) △추락·끼임 등 가상현실(VR)체험 등을 통해 안전에 관한 유익한 정보와 풍성한 볼거리가 제공된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박서연 기자 sy00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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