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생으로 재편해야”… 野 세대교체론 주장하는 反明 속내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3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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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원욱 의원(왼쪽)과 조응천 의원.
민주당 이원욱 의원(왼쪽)과 조응천 의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1970년대생 중심의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당 쇄신을 위해 젊은 리더십을 꾸리자는 취지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반명(반이재명) 성향 의원들이 이재명 의원의 8월 전당대회 출마를 막기 위해 세대교체 카드를 꺼내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70년대생으로 재편해야”

6·1지방선거 이후 줄곧 이 의원을 겨냥한 메시지를 내 온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전대를 1970년대생 의원으로 재편해야 당의 혁신과 쇄신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70년대생 의원들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면 민주당은 역동성을 얻을 것”이라고 했다. 조응천 의원도 같은 날 YTN 라디오에서 “이광재 전 의원이 어제(12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재명, 전해철, 홍영표 의원은 (전당대회) 나오지 말라고 한 것에 100% 공감한다”며 “세대 교체도 해야하고 이미지 쇄신도 해야 된다”고 가세했다.

민주당 내에서 세대교체론이 본격 수면 위로 올라온 건 9일 열린 재선의원 간담회 때부터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재선 의원들은 “당이 새로운 혁신·쇄신을 하고 면모를 일신하는 데 70, 80년대 생 의원들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고 그 방법 중 하나로 통합형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제안했다. 현재 재선 의원들 중에선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전재수 의원 등이 ‘97(90년대 학번·70년대생) 그룹’으로 분류된다. 한 야권 관계자는 “그 동안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그룹에 밀려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재선 70년대생들이 당 내 세대교체 분위기를 타고 목소리를 내려는 분위기”라고 했다.
세대교체 명분 싸움으로 번지는 계파 갈등

민주당 내에서는 이 같은 세대교체론 요구가 사실상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막기 위한 반명 성향 의원들의 노림수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한 재선 의원은 “이 의원이 사실상 현재 가장 유력한 당권 주자인 상황에서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세대교체론이 누굴 겨냥하고 있는지는 안 봐도 뻔하지 않느냐”고 했다. 한 친문(친문재인) 중진 의원은 “홍 의원이나 전 의원 모두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오지 않는다면 나도 나오지 않겠다’고 주변에 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결국 당 내 세대교체 요구의 키는 이 의원이 쥐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명계 의원들은 정면 대응 보다는 상황을 지켜보자는 태도지만 불쾌함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지금은 실험적인 리더십보다는 실제로 당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는 검증된 리더십이 필요한 때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 의원 측근으로 꼽히는 한 야권 인사는 “세대교체론 요구는 선당후사(先黨後私)가 아닌 선사후당(先私後黨)에서 나오는 것에 다름 아니다”며 “2년 뒤 총선에서의 공천을 염두에 둔 밥그릇 싸움에 세대교체라는 명분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준비 속도전

친명 대 반명 간 계파 갈등이 세대교체론으로 번진 가운데 민주당 비대위는 이날 전당대회준비위원장과 선거관리위원장에 각각 4선 안규백 의원과 3선 도종환 의원을 위촉했다. 안 의원은 민주당 내 정세균계 좌장으로 꼽히며 문재인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도 의원은 친문으로 분류된다. 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정한 정치 색깔이나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의 의무를 지킬 수 있는 중진 의원들로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같은 당 조오섭 대변인은 “전준위에서 당헌·당규를 개정하게 될 경우 당 내 갈등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에 대한 조정 능력을 고려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비대위 관계자는 “두 중진 의원 모두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의원으로 꼽히는 만큼 우선은 계파 간 큰 반발이 없는 분위기”라며 “향후 전준위원과 선관위원 구성에도 시비가 없도록 인선할 것”이라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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