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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산울림에서 서태지까지… 1960∼90년대는 한마디로 미친 시대”

입력 2022-05-27 03:00업데이트 2022-05-27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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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한국 팝의 고고학’ 완간 신현준-최지선-김학선 평론가
2005년 출간 1, 2권 개정-증보… 1980∼90년대 다룬 3, 4권 보태 완성
1980년대 ‘조용필과 여의도’서부터 1990년대 ‘우상’ 서태지까지 기술
인터넷-SNS도 없이 고립된 시대에 한국 팝은 특수성 개발하고 만개
“선입견 없는 20, 30대가 읽었으면”
1960∼90년대 한국 음악의 흐름을 참신하고 면밀하게 풀어낸 신간 ‘한국 팝의 고고학’의 저자들. 왼쪽부터 신현준, 최지선, 김학선 음악평론가. 김 평론가는 “조사와 집필을 해나가며 그간 많은 음반과 음악가를 연구하면서도 간과했던 신선한 관점에 눈을 뜨게 됐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산울림이나 서태지 같은 존재는 일본, 대만,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나올 수 없었죠. 돌아보면…, 한마디로 미친 시대였지요.”(신현준 평론가)

1960∼90년대 우리 음악에 관해 세 명의 평론가가 큰일을 냈다. 30일 세상에 나오는 ‘한국 팝의 고고학’(전 4권·을유문화사)은 조용필, 들국화, 김현식, 김광석, 신해철, 서태지, H.O.T. 등을 불러내되 제단에 모시지 않는다. 그들을 둘러싼 지리(地理), 역학, 산업을 꿰뚫고, 붉은 카펫 아래 숨은 이야기를 까발린다. 허 찌르는 담론, 골목 냄새 나는 뒷이야기, 통렬하며 재기 어린 문체가 교차한다. 통찰력 넘치는 연구서이자 흥미진진한 교양서다. 저자 신현준, 최지선,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를 25일 서울 마포구의 출판사에서 만났다.

“이 책은 음악에 대한 미학적 판단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국 팝의 미학이 아닌 고고학으로 명명했죠.”(신 평론가)

앞서 2005년 낸 1, 2권은 치밀한 조사와 신선한 관점으로 1960, 70년대 한국 음악사를 요리했다. 이미 음악 애호가의 고전(古典)으로 통한다. 절판된 그 두 권을 개정·증보하고, 3권과 4권, 즉 1980년대와 90년대 편을 이번에 새로 써 보탰다.

1980년대 편의 부제는 ‘욕망의 장소’. 공간과 지역이 열쇠다. 저자들이 ‘한국 팝의 지리학’으로 책 제목 변경까지 고민했을 정도다. 여의도와 조용필 이야기로 문을 연다. 신촌, 대학로, 이태원 등지의 유흥문화, 인맥, 문화 인프라를 생생히 헤집는다. 이를테면 서초구 방배중앙로에 있던 카페 ‘퀘스천’ ‘휘가로’ ‘아마데우스’ 약도까지 첨부하며 조덕배 김종찬 이상우 변진섭 지예 하광훈 등 이른바 방배동 사단의 등장과 분업을 상술한다.

‘모든 것이 이제 다 무너지고 있어도/환상 속에 아직 그대가 있다.’(서태지와 아이들 ‘환상 속의 그대’·1992년)

1990년대 편의 부제는 ‘상상과 우상’. 앞의 5년은 상상, 뒤의 5년은 우상의 시대로 정의했다. 신 평론가는 “탈냉전 도래로 무경계, 무규칙이 유행하고 압구정과 홍익대 앞에서 각종 문화가 뒤섞이다 못해 엎질러진 시대가 1990년대 전반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를 거치며 사람들은 우상(아이돌)을 찾게 됐고 1990년대 후반은 그 제단에 대한 숭배로 귀결했다는 것이 저자들의 진단이다.

동아일보를 비롯한 여러 신문과 잡지, 서적과 음반 등 방대한 참고문헌은 10년에 걸친 저자들의 노고를 짐작하게 한다. 주현미, 들국화, 고 신해철, 유희열, 자우림 등 명사는 물론이고 숨은 인사이더들과의 인터뷰도 담았다. ‘100분 쇼’를 통해 조용필을 조명하고 새로운 쇼 문화를 개척한 1980년대 ‘여의도 백작’ 진필홍 전 KBS PD, 현진영 1·2집을 제작한 SM엔터테인먼트 초기 프로듀서 홍종화 씨 등이다.

저자들은 ‘완간’을 선언한다. 고고학 시리즈는 이걸로 영영 끝이란 얘기다. 인터넷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없어 고립돼 있던 1960∼90년대야말로 한국 팝이 그 특수성을 개발하고 만개시킨 시대였기 때문이란다.

시대에 관한 선입견이 없는 20, 30대가 이 책을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2000년생인 제 아들은 음악 들을 때 시대감각이 없어요. 유튜브를 타고 자유롭게 흘러 다니다 1960년대에도 닿고, 1990년대에도 닿죠. 그런 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예요.”(최지선 평론가)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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