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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입대자 18개월 복무 기간에 2300만 원 받는다

입력 2022-05-21 10:47업데이트 2022-05-2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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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2025년까지 병장 월급 205만 원으로 단계적 인상
뉴스1
2018년 공군에서 만기 전역한 직장인 김 모(29) 씨는 군 생활을 떠올릴 때면 돈에 쪼들렸던 기억뿐이다. 월 10만 원을 받아 군인 적금을 붓고, 나머지 돈으로 사이버지식정보방(사지방), PX 등을 이용하면 이내 월급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김 씨 월급은 2017년까지 20만 원을 넘지 못했다. 그는 “나 나름 아껴 썼지만 휴가를 갈 때면 항상 돈이 부족했다. 전역을 앞두고 월급이 40만 원으로 2배가량 올라 든든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2016년 육군에서 만기 전역한 직장인 류 모(29) 씨 역시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 역시 10만 원대 월급을 받았는데, 소액이나마 군인 적금을 들면 손에 남는 돈이 별로 없었다. 적금으로 모은 돈도 전역 후 신형 휴대전화를 구매하니 사라졌다. 류 씨는 “내년부터 병사 월급이 크게 인상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군 생활을 다시 한다면 월급을 모아 주식투자를 위한 시드머니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월급+자산형성프로그램’ 투 트랙


지난해 12월 31일 군 장병들이 서울역을 방문했다. 뉴스1
앞으로는 입대 후 두 사람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한층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병사 월급 100만 원 시대가 열리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월급에 정부지원금을 더해 2025년부터 병장 월급 205만 원 시대를 연다는 방침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기준 67만6000원인 병장 월급은 내년부터 매년 증가해 2025년 150만 원이 될 예정이다(표1 참조). ‘자산형성프로그램’인 정부지원금 역시 월 14만1000원에서 매년 늘어 2025년 월 55만 원에 도달할 전망이다. 월 기준으로 할 경우 위에서 제시한 금액이지만 실제 지급되는 것은 전역 시 목돈 방식을 검토 중이다.

‘병사 월급 인상’은 역대 대선 후보들의 단골 공약이었다.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가 나란히 병사 봉급 2배 인상을 공약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선 후 임기 동안 약속대로 병사 월급을 10만8000원에서 21만6000원으로 2배 늘렸다. 문 전 대통령 역시 19대 대선에서 다시 월급 인상을 공약했다. “병사 봉급을 2020년까지 최저임금의 50%인 70만 원 수준이 되도록 연차적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지켰다. 임기 중 병사 월급을 21만6000원에서 67만6100원으로 3배 이상 올린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이던 1월 9일 페이스북에 ‘병사 봉급 월 200만 원’ 10자를 남겨 화제가 됐다.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에 이은 세 번째 한 줄 공약이었다. 국방부가 2020년 발표한 ‘2021~2025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병장 월급은 2025년까지 96만2900원으로 증가할 예정이었다. 윤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증가세에 속도가 붙었다.

출발 과정에서 삐걱거림도 있었다. 당초 윤 대통령 측은 “취임 즉시 병사 월급을 200만 원으로 인상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단계적 인상 계획으로 선회했다. 재원 마련, 초급 간부와 월급 역전 현상 등을 우려해 정부지원금 등 목돈 지급 방식으로 우회한 것이다.

새 정부 공약 일부 변경에 “속았다” 반응도


공약 세부 내용이 바뀌면서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속았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여론도 감지된다. 공약 후퇴에 대한 지적이 거듭 나오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5월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재정 여건이 여의치 않아 점진적으로 증액하는 것으로 조정했다”며 “현실적 문제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한 점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당장 100만 원으로 인상되는 것도 어디냐”는 긍정적 반응도 적잖다. 육군 1사단에 복무 중인 아들을 둔 A 씨는 “아들이 PX에서 간식을 마음껏 사 먹을 수 있도록 사병 월급을 즉시 200만 원으로 인상하면 더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공약보다는 적지만 이만큼이라도 꼭 올려줬으면 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아들이 올해 전역해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농담도 흔히 보인다. “월급이 인상되지 않더라도 하루라도 먼저 전역하는 것이 최고”라는 등의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전역한 지 오래된 사람일수록 이 같은 변화에 “놀랍다”는 반응이 많다. 1986년 해병대를 만기 제대한 최 모(58) 씨는 “군대가 참 많이 좋아졌다고 느꼈다. 말뚝 박고 싶어질 정도”라고 말했다. 최 씨는 집에 손을 벌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과거 힘든 훈련을 마친 후 PX에서 과자와 막걸리를 사 함께 먹고 마시는 것이 몇 안 되는 낙이었다. 다만 월급이 1만 원도 되지 않아 월급만으론 간식을 마음껏 먹을 수 없었다. 다들 집에서 용돈을 받아 와 술과 담배, 과자 등을 샀다. 군대 월급은 ‘푼돈’이어서 여기에 보태는 정도였다. 청년들이 귀한 시간을 빼앗기는 만큼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최 씨의 사례처럼 군 장병들이 집에서 돈을 받아 사용하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애국페이’ 논란은 과거부터 있었다. 애국페이란 열정페이에서 파생한 신조어다. 군 복무를 수행하는 청년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지 않는 풍토를 꼬집는 의미를 담고 있다. “네 돈 써서 나라를 지켜라”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오랜 기간 병사들은 집에서 용돈을 따로 받아 생필품 등을 구입했다. 국방부가 2005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병사 인당 월평균 7만8000원을 지출했다. 당시 국방부는 “월평균 보수로 이병 3만8900원, 일병 4만2100원, 상병 4만6600원, 병장 5만1600원을 받기 때문에 병사들이 부족한 생활비로 월평균 3만2000원가량을 부모로부터 타서 쓴다”고 밝혔다.

애국페이 논란 잠재울까


2017년 대선 때도 비슷한 지적이 있었다. 그해 3월 27일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요즘 자식을 군에 보낸 어머니들은 다달이 500원 동전 뭉치를 택배로 부친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돌릴 때 쓰라고 보내는 것”이라며 “군 복무에 따른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할 군이 오히려 애국페이로 경제적 부담을 병사와 부모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병장 월급은 21만6000원 상당이었다(표2 참조). 이병·일병·상병의 경우 월급이 10만 원대에 그쳤다. 이후 병사 월급이 지속적으로 올랐지만 최저임금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올해 병장 월급은 최저임금 기준 월급의 35.3% 정도다.

‘월급 현실화’가 이뤄지면 이 같은 논란도 옛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병사 월급은 이병 51만 원, 일병 55만 원, 상병 61만 원, 병장 67만 원이다. 육군 기준 계급별 복무 기간을 각각 곱해 단순계산하면 군 복무 중 1066만 원 임금을 받는 셈이다. 해가 바뀌면서 임금이 상승하는 만큼 실제로 받는 총액은 더 크다. 내년부터 병사 월급이 대폭 인상되면 1월 육군 입대자는 군 복무 기간 2327만 원 상당을 수령할 전망이다(그래프 참조).

문재인 정부에서 병사 월급이 꾸준히 상승한 덕에 여타 징병제 국가들과 비교해도 병장 월급이 적지는 않았다. 올해 병장 월급은 67만 원인데 징병제 국가인 이스라엘에서 병장 월급은 58만 원이다. 윤 대통령 공약대로 병사 월급 200만 원 시대가 열릴 경우 일부 모병제 국가들에 비견할 만한 수준에 다다를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모병제 국가인 프랑스, 일본, 대만은 병장 기준 각각 234만 원, 193만 원, 151만 원 월급을 줬다.

군 간부 및 일반 공무원과 형평성 문제는 향후 풀어가야 할 과제다. 공무원·검찰·소방 노조는 4월 27일 인수위의 병사 월급 인상 방침에 이의를 제기했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은 “현재 공무원들은 식비를 포함해 190만 원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기준 하사 1호봉의 기본급은 169만9000원이고, 소위 1호봉은 174만9000원이다. 군 간부의 임금인상이 더딜 경우 2025년부터 병사들과 ‘임금 역전’이 발생할 수 있다.

순경·소방사, 9급 공무원 역시 초봉이 168만6000원으로 비슷한 상황이다. 공무원 중 상대적으로 기본급이 높은 교사 역시 초봉이 170만 원이다. 다만 각종 수당이 제외된 액수인 만큼 실수령액은 대체로 200만 원을 넘는다.

재원 마련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새 정부가 병사 월급 200만 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약 5조1000억 원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국방예산 54조6112억 원의 9.3%에 달하는 금액이다. 국방부는 봉급 인상 방향은 정했지만, 부처 예산안을 확정하지는 못한 상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월 1일 이에 대해 “세입 확충과 재정 지출 재구조화를 중심으로 조달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40호에 실렸습니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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