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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서핑할 때마다 쓰레기 줍기… 제주바다에 내는 사용료라 생각”[강은지의 반짝반짝 우리별]

입력 2022-05-07 03:00업데이트 2022-05-07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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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영 세이브제주바다 대표
발리 서핑 때 엄청난 쓰레기에 충격… 제주 바닷가에도 곳곳 널려 있어
시간 지나도 줄지 않자 직접 나서… 서핑 동료와 단체 결성해 줍기 시작
집게-포대 등 나눠주며 동참 유도… ‘비치클린’ 이름으로 본격 정화활동
세이브제주바다 조끼를 입고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 사전에 신청하면 집게 등을 빌려 쓰레기 줍기에 참가할 수 있다. 세이브제주바다 제공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바다 나들이를 계획하는 이가 많다.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는 쳐다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것처럼 기분 좋아지는 순간을 선사하지만, 자세히 둘러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해안가 돌 구석구석에 숨겨진 음료수 컵, 캠핑이나 낚시를 한 뒤 버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 해파리인 듯 떠다니는 비닐봉투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다는 마구잡이로 버려진 쓰레기들의 종착지가 된 지 오래다.

“서핑 보드 위에 누워 앞으로 나가려 하는데, 팔을 저을 때마다 음식 쓰레기가 담긴 비닐봉투, 담배꽁초 같은 게 걸렸어요. 바다에 떠 있는 쓰레기에 둘러싸였던 거죠.” 한주영 ‘세이브제주바다’ 대표는 2014년 서핑을 즐기기 위해 떠났던 발리 여행을 이렇게 회상했다. 제주에서 나고 자라 어릴 적부터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을 즐겼던 한 대표. 늘 안식처 같았던 바다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모습을 본 것은 큰 충격이었다. 이 경험은 한 대표가 제주 해양 쓰레기를 치우는 비영리단체 ‘세이브제주바다’를 설립하게 된 단초가 됐다. 한 대표를 지난달 28일 전화로 만났다.

○ “내가 할 일” 결심까지 3년
“예전에는 잘 안 보였는데,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니 쓰레기가 더 잘 보이더라고요. 갈수록 더 많아지는 것 같았어요.”

발리 여행을 마치고 제주로 돌아온 뒤 한 대표 눈에 바닷가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쓰레기가 저렇게 많아도 되나, 안타까웠지만 거기까지였다. 발에 차이는 쓰레기 정도는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렸지만 작정하고 쓰레기를 주우러 다니지는 않았다. 한 대표는 “당시엔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환경을 위해 직접 행동으로 나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쓰레기가 많아 걱정은 됐지만 그걸 치우는 일은 환경미화원이나 읍사무소 등의 역할이라고 봤죠.”

시간이 흘러도 제주 해안가에 쓸려온 쓰레기는 줄어들지 않았다. 그걸 보는 한 대표의 마음도 늘 불편했다. 결국 2017년 12월 마음 맞는 서핑 동료들과 함께 ‘세이브제주바다’를 결성해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한데 모여 쓰레기를 주운 뒤 일정 장소에 모아 읍사무소에 폐기물 처리 신고를 하는 방식이었다. “쓰레기 치우는 일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내가 해야 할 일’로 받아들여 실행하는 데 3년 정도 걸린 셈이죠.”

○생태계 위협하는 해양 쓰레기
바닷가에서 주운 쓰레기를 들고 선 한주영 대표. 바다 수영을 즐기는 한 대표는 물에 들어가기 전 쓰레기를 한번 줍는다. 그는 이걸 ‘바다 사용료’라고 생각한다. 세이브제주바다 제공
바닷가에는 별의별 쓰레기가 다 버려진다. 그물, 스티로폼 부표 등 어업 쓰레기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 많이 버려지는 것은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와 생수 페트병이 가장 많아요. 그 다음으로는 빨대, 그리고 비닐봉투, 담배꽁초 순인 것 같아요.” 이뿐 아니다. 한 대표는 옷, 화장품, 가전제품, 마스크, 운동기구 등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모든 물건들이 바닷가에서 발견된다고 말한다. “오늘 오전에는 요가 매트도 주웠는걸요. 없는 게 없어요.”

해양 쓰레기로 인한 문제는 제주만 겪는 일이 아니다. 국제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은 “2050년이 되면 무게 기준으로 바닷속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해 충격을 안겨줬다.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을 3억1100만 t으로 추산했는데 2050년이면 11억2400만 t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이었다. 보고서는 플라스틱 제품의 약 5%만 제대로 수거돼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마구 버려져 하천과 강을 따라 바다로 떠내려가는 문제를 꼬집었다.

최근에는 세계자연기금(WWF)이 204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이 현재의 2배 이상, 2050년에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가 현재의 4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21세기 말까지 그린란드 면적의 2.5배가 넘는 해양 지역에서 미세플라스틱 양이 현재의 50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담겼다.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높아지면 바다 생물 개체 수가 줄고, 최악의 경우 멸종할 수도 있다. 해양 쓰레기는 단순히 양이 많아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원인이기에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행동하게 하는 ‘비치클린’
세이브제주바다는 비치클린이라는 이름으로 바다 정화활동을 한다.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신청을 받아 비치클린을 진행한다. 주로 단체 비치클린을 많이 진행하지만 2020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강해졌을 때는 개인 비치클린으로 바꿔 진행하기도 했다. 비치클린을 신청한 사람들이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세이브제주바다 센터에서 장갑과 집게, 포대 등을 받아 쓰레기를 주운 뒤 반납하고 돌아가는 방식이다. 이런 식으로 비치클린에 참여한 이는 지금까지 3500여 명에 달한다.

“기업이나 학교에서 단체로 오기도 하고, 가족 단위로 오는 경우도 많아요. 쓰레기로 덮여있던 해변이 깨끗해지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는 얘기를 많이 하시죠.”

비치클린은 단순히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 아니다. 사람들의 마음에 여운을 남기는 일이다. 친환경적으로 살고 싶지만 적극 행동하기를 망설였던 사람들에게는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된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쓰는 사람들은 흔히 ‘유난이다’ ‘너 혼자 한다고 뭐가 달라지니’란 소리를 들어요. 그런데 여기 와 보면 그렇지 않죠. 많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줍기 위해 집게를 들고 허리를 숙여요. 환경을 위해 고민하고 작은 실천이라도 하고 싶은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란 걸 깨닫는 거죠.”

○쓰레기를 다 주울 수는 없지만
버려진 낚싯줄과 병뚜껑, 칫솔, 물티슈 뚜껑 등으로 만든 거북이 모양 ‘정크 아트’(쓰레기와 폐기물로 만든 작품). 세이브제주바다 제공
쓰레기를 치워도 다음 날이면 파도를 타고 또 다른 쓰레기가 밀려온다. 바다에는 국경이 없어 우리나라 제품뿐 아니라 다른 나라 제품도 뒤섞여 온다. 사람 몇몇이 발 벗고 나선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한 대표는 “진정한 변화는 정부와 기업이 변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내가 만드는 쉽고 가장 빠른 변화는 ‘나를 바꾸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비치클린은 나 자신을 돌아보고 행동을 바꾸는 교육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비치클린을 하다 보면 얼마나 많은 쓰레기들이 나오는지 실감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쓰고 버린 물건들이 쓰레기로 버려져 자연을 오염시키는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한 대표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플라스틱 칫솔을 여러 개 주운 날이 있었어요. 그리고 집에 와서 보니 제가 그(플라스틱) 칫솔을 쓰는 거예요. ‘도대체 어떤 나쁜 사람이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지’ 하고 투덜거렸지만 쉽게 물건을 사고 버렸던 내가 결국은 쓰레기를 만드는 사람이었던 거죠.”

쓰레기를 주우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면 생활이 바뀌게 된다. 세이브제주바다는 일회용 포장재를 사용하는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해 장을 보는 ‘용기내 캠페인’, 포장재 없는 제품을 쓰는 ‘무포장 제품 쓰기’, 텀블러와 에코백 사용하기 등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활동을 SNS를 통해 적극 알린다. 지난해부터는 해양 폐기물로 수거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캠핑용 박스를 만들어 판매하며 해양 폐기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했다. 플라스틱 폐기물로 열쇠고리를 만들어 비치클린 참가자에게 나눠줄 계획도 갖고 있다. 5월 중순부터는 환경단체 자원순환사회연대와 함께 비치클린 참가자 중 신청자를 받아 해양환경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한 대표는 “쓰레기를 주우면 우리 일상이 보이고 고민이 시작된다”며 “비치클린이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교육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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