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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람속으로

우크라 탈출 고려인 소년의 어린이날 소원 “폴란드에 홀로 남은 엄마, 너무 보고 싶어요”

입력 2022-05-06 03:00업데이트 2022-05-0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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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침공 피해 아빠-누나와 한국행
엄마는 결혼증명 없어 비자 거부돼
고려인들 “외교당국, 전향적 결정을”
4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 도착한 김블라디미르 군 가족. 광주고려인마을 제공
“엄마는 폴란드에 혼자 있어요. 매일 보고 싶어요.”

우크라이나에 살다 러시아 침공을 피해 한국으로 온 김블라디미르 군(10)은 어린이날인 5일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김 군은 아빠 김에두아르드 씨(55), 누나 김엘리나 씨(22)와 한국행 비행기를 함께 탔지만, 엄마 고루비즈카야 나탈리야 씨(44)는 폴란드 난민촌에 홀로 남았다.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에 살던 김 군 가족은 러시아 침공 직후 가까스로 탈출했고 몰도바를 거쳐 2월 말 폴란드 난민촌에 도착했다. 이들은 김 군 고모가 사는 한국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주폴란드 한국대사관을 찾아 비자를 신청했다. 그러나 김 군의 엄마는 고려인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인이라는 이유로 비자 발급이 거부됐다고 한다. 나탈리야 씨는 남편에게 “아이들을 데리고 먼저 한국으로 가라”고 설득했고, 이들은 졸지에 이산가족 상태가 됐다.

4일 광주에 도착한 김 군은 고모인 김알루나 씨(44)의 광산구 집에 머물고 있다. 김 씨는 5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엄마가 보고 싶다며 혼자 우는 조카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며 “빨리 올케가 한국에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고려인마을은 나탈리야 씨가 조속히 한국에 올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로 했다. 신조야 광주고려인마을 대표는 “나탈리야 씨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결혼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해 비자 발급이 거부됐는데, 출생증명서를 보면 자녀 두 명을 포함해 가족 모두의 이름이 나와 있다”며 “가족 간 생이별을 방치하지 말고 외교당국이 전향적 결정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고려인마을은 3월부터 우크라이나 고려인 난민 동포의 입국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전국에서 약 800명이 십시일반 힘을 보태 2억8543만 원을 모았다. 이 돈은 김 군 가족 3명을 포함해 고려인 난민 동포 241명의 한국행 항공권 구입에 사용됐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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