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선미]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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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산업1부 차장
김선미 산업1부 차장
밤하늘의 달을 올려다볼 때마다 궁금해진다. 달에서 지구를 보면 어떤 느낌일까. 1961년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했던 소련의 비행사 유리 가가린은 “우주는 매우 검지만 지구는 푸르스름했다”고 했다.

그로부터 60년이 흐른 지난해 9월, 우주 비행사가 아닌 네 명의 민간인이 우주에서 지구를 봤다. 일론 머스크가 2002년 설립한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우주선을 타고 고도 585km까지 날아올라 사흘간 지구 궤도를 돈 것이다. 그들은 지구의 가족들에게 화상통화로 근황을 전했다. “재미있는 일을 많이 하고 있어. 창문으로 지구를 본다니까.”

인상적이었던 건 우주선 탑승객을 선정한 과정이다. 자수성가한 젊은 테크 기업가가 ‘인스피레이션 4’라는 이름의 이 우주비행 프로젝트에 지원해 동승자 세 명의 비용까지 댔다. 가족과 친구를 태운 게 아니다. ‘리더십, 희망, 관용, 번영’이라는 기준으로 함께 우주에 갈 동료를 선발했다. 이 중에는 소아암으로 다리에 보철을 넣은 여성 간호사도 있었다. 이들은 미 워싱턴주의 눈 덮인 레이니어산을 함께 오르며 ‘한 팀이 되어 성취를 이루는 것’을 훈련했다. 기업가는 앞이 보이지 않고 공기가 희박해져 힘겨워하는 동료들을 독려했다. “한 걸음만 더, 한 걸음만 더. 해낼 수 있어요.” 그들은 정말 해냈다.

앞서 머스크에게도 ‘당신은 해낼 수 있다’고 믿어준 존재가 있었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미국항공우주국(NASA)이다. 머스크는 ‘인류가 다(多)행성 종족이 되는 것’을 꿈꿨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고 별을 향한 인류의 의식을 확장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인류를 다른 행성에 이주시킬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매달린 그는 지구와 환경이 유사한 화성을 목적지로 삼고 ‘완전한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에서 우주여행의 답을 찾았다.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스페이스X는 로켓 발사에 실패를 거듭해 곤경에 빠졌다. 하지만 머스크는 “실패는 개발의 과정이며, 모든 발사는 발전의 기회”라며 사재를 쏟아부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광대이자 천재이며 관종, 선지자, 기업가, 쇼맨’이라 일컬은 머스크는 머스크여서 그렇다 치자. 주목할 점은 미 정부가 기업의 가능성을 보고 ‘실패의 기간’을 버텨낼 수 있도록 공공사업 발주를 통해 개발 자금을 댄 점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민간 기업의 주도와 정부의 파트너십으로 미국의 우주 탐사는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일 윤석열 정부 인선에서 “굳이 만들 시점이 아니다”라며 과학교육수석을 신설하지 않았다. 과학기술부총리 신설 여부도 오리무중이다. 글로벌 과학기술 패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지만 돌다리도 두드려야 하는 국내 대기업들은 머스크처럼 경영하기 어렵다. 어제 인수위가 핵심 국정 목표로 내세운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실현하려면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 과학정책 컨트롤타워 없이 그 일을 해낼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김선미 산업1부 차장 kimsunmi@donga.com
#일론 머스크#인스피레이션 4#스페이스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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