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유치? 고가 주거시설?…철거되는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어떻게 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6일 11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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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22일 촬영한 서울 성동구 삼표산업 레미콘 공장의 모습. 동아일보 DB
2020년 4월 22일 촬영한 서울 성동구 삼표산업 레미콘 공장의 모습. 동아일보 DB
서울시가 최근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대규모 녹지공간을 조성하기로 결정하면서 성동구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시가 올해 3월 공장 철거를 시작하면서 부지 활용방안에 대해선 ‘공란’으로 남겨뒀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서울시가 철거부지의 용도를 어떤 식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4000억 원대로 추정되는 땅값이 1조 원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멘트 가루로 뒤덮였던 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금싸라기 부지라는 평가에 맞게 공장부지 활용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도 쏟아지고 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구글 등 다국적 기업 본사를 유치하자는 방안부터 서울 강남북을 잇는 교통요지에 뛰어난 풍광을 갖춘 입지적인 특성을 감안해 고가 주택용지로 활용하자는 방안도 제시됐다.

● 44년 만에 철거되는 레미콘 공장

서울시는 올해 3월 28일 성수동1가 683번지 일대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에서 공장 해체공사 착수식을 가졌다. 해체공사는 제 2공장→제 1공장의 순서대로 진행되며, 올해 6월 말 완료될 예정이다. 지난 1978년 건립돼 산업화 시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건설 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해 온 지 44년여 만이다. 공사가 끝나면 일대에는 2만7828㎡ 규모의 나대지가 확보된다.

삼표 레미콘공장이 위치한 곳은 한강과 중랑천이 만나 모래 퇴적층이 쌓인 지대이다. 매년 홍수 피해가 발생했던 곳으로, 1969년 박정희 대통령이 매립을 지시했다. 이에 골재사업을 하던 강원산업그룹(현 삼표산업)이 사업권을 따냈고, 1972년 매립공사, 1977년 공장건설 등을 거쳐 1978년부터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곳은 단일 공장으론 아시아 최대 규모 레미콘 생산능력을 갖추면서 수도권 지역에 들어서는 아파트 사무용빌딩 등 각종 건축물과 공사현장에 필요한 레미콘의 핵심공급 기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루 1200여 대의 레미콘 믹서트럭이 레미콘을 받아갔고, 연간 최대 생산량이 롯데월드타워 8개를 지을 수 있는 물량(175만㎥)에 달했을 정도다.

하지만 서울 도심의 용지난이 심각해지고, 레미콘공장이 혐오시설로 인식되면서 공장 이전 요구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가 주변 일대에 서울숲 조성을 추진한 것도 악재가 됐다. 여기에 2015년 10월 삼표산업의 공장폐수 무단 방출이 적발된 게 직격탄이 됐다. 지역 주민들의 공장 퇴출 운동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에 2017년 10월 서울시와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성동구, 공장 운영을 맡고 있는 삼표산업, 공장 부지 소유주인 현대제철이 공동으로 “서울숲 완성 등을 위한 삼표산업 성수공장 이전 및 철거와 공원 조성에 합의한다”는 이전협약을 체결하면서 공장 철거가 사실상 확정됐다.
● 구글 유치 등 다양한 활용 아이디어 쏟아져
철거 후 남게 될 부지의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곳은 중랑천과 한강이 합류하면서 펼쳐지는 풍광이 뛰어나다. 또 서울 강북과 강남을 잇는 교통 요지이다. 게다가 주변 일대는 이미 48만㎡ 규모의 서울숲으로 조성돼 있다. 공장이 철거된다면 다양한 용도로 개발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미래 서울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부지로서, 서울시민은 물론 전 세계 관광객이 찾아오는 대표 명소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만 정해놓았다. 다만 “해당 부지가 ‘서울숲’에 인접해 있고, 중랑천과 한강 합류부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수변 중심의 복합거점으로 활용하는 것이 도시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한 개방 공간으로 놔두기보다는 다목적 개발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현재 이곳은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건폐율 60%에 최대 용적률 200% 정도로 건축물 등을 지을 수 있다. 5층 이하 높이의 연립주택이나 4층 이하의 다가구주택 및 단독주택 등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토지소유주인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공장과 대지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뒤 토지가격을 3965억9800만 원이라고 공개했다. 하지만 이곳을 준주거지역(허용 최대 용적률·500%)이나 일반상업지역(1300%)로 용도를 바꾸면 땅값은 1조 원 이상으로 수직상승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용방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아이디어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강맹훈 전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구글 등과 같은 다국적 기업에 제공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업무시설을 유치하면 인근에 위치한 ‘한양대’ 등과 연계한 복합개발이 가능해지고, 청년과 지역, 미래산업 모두를 위한 윈윈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개발업계에서는 고가의 초고층 랜드마크 주거시설이 들어설 가능성도 제기한다. 성수대교와 강변북로와 인접해 교통이 편리하고 앞쪽으로는 서울숲이 있어 조망권도 확보돼 고급 주택부지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주변 일대에 ‘갤러리아 포레’ ‘서울숲더샾’ ‘성수동 트리마제’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등과 같은 고가의 주상복합아파트도 밀집돼 있다는 점도 이같은 개발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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