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신호 볼빅에 새 컬러 입히는 홍승석 신임 대표[김종석의 TNT타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9일 0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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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 적자 탈출 중책
젊은 명품 골프 브랜드 지향
국산 골프공 영광 재현 다짐
“잘할 수 있는 제품에 집중”

“볼빅의 브랜드 가치는 이미 시장에서 입증됐다. 다만 최근 어려운 상황들을 통감하면서 하루 속히 경영을 정상화시키겠다.”

새롭게 국산 골프공 제조업체 볼빅을 이끌게 된 홍승석 신임 대표(57)는 부푼 기대감과 무거운 사명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재무 안정성과 경영 정상화 당면 과제”

지난달 30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볼빅 대표로 선임된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골프회사 볼빅에 취임해 무한한 영광이라 생각한다.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문을 열었다.

대표이사 공모를 통해 새롭게 사령탑에 오른 홍 신임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장기신용은행 및 솔브레인 저축은행 대표와 제닉 부대표 등을 역임했다. 금융, 제조업 경영 전문가로 알려진 그가 볼빅의 구원투수로 나선데 대해 “뛰어난 볼빅의 브랜드 가치가 어려운 재무적 문제와 맞물려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부분을 안타깝게 생각했다”며 “재무적 안정과 경영 효율성이 가미되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할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브랜드 가치를 더욱 강화해 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컬러 골프공의 대명사로 입지를 굳힌 볼빅. 볼빅 제공
컬러 골프공의 대명사로 입지를 굳힌 볼빅. 볼빅 제공


●고속성장 끝 적자 브레이크

이번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난 문경안 회장이 2009년 인수한 볼빅은 컬러볼 신드롬을 일으키며 국내외 골프 용품 시장에서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국산 골프공이 외면 받던 시절 볼빅은 품질 개선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국내 골퍼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2008년 7억 원에 머물던 볼빅의 매출액은 2013년 300억 원 매출을 돌파했다. 볼빅은 타이틀리스트에 이어 국내 2위 브랜드로 발돋움했고 해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7년에는 수출 1000만 달러 고지를 돌파했다.

하지만 2019년 수익성 악화가 심해지며 적자로 전환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수출이 막히면서 타격이 커졌다. 2020년에는 회계법인이 감사의견 거절을 내면서 코넥스 시장에서 상장폐지 대상이 됐다. 의류, 골프 클럽, 배드민턴 용품 등으로 업종 다각화를 꾀했지만 이렇다할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외부투자 유치 노력도 번번이 마지막 문턱에서 성사되지 못하다가 지난달 벤처캐피털인 TS인베스트먼트로부터 22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해 한숨 돌렸다.

홍 대표는 볼빅의 위기 원인을 이렇게 진단했다. “공격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 제2공장 건립, 제품 다양화 및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수출 급감 및 매출 이익을 기대만큼 달성하지 못했다. 단기적인 채무 급증으로 재무 안정성이 저하됐다.”

볼빅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미국LPGA투어 스타 최운정과 캐디 아버지 최지연 씨. 동아일보 DB
볼빅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미국LPGA투어 스타 최운정과 캐디 아버지 최지연 씨. 동아일보 DB


●“신규 유입 MZ세대 골퍼 공략에 주력”

코로나 사태로 젊은 세대의 골프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볼빅에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홍 대표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MZ세대 골퍼를 타기팅한 제품 및 마케팅 강화를 통하여 볼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계획”이라면서 “국내 시장의 확고한 입지 구축 후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미국, 유럽, 일본, 동남아 등지에 전략적인 마케팅과 더불어 젊은 감각의 골퍼를 집중 타깃으로 삼아 수출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격화되고 있는 컬러볼 제품 경쟁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볼빅은 컬러볼 선두 주자로서 최고의 품질 및 컬러 라인업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 부분을 더욱 강화하겠다. 생산 공장 및 R&D 센터도 국내에 확보하고 있어 지속적인 제품 개발 및 고품질의 상품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홍 대표는 무엇보다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볼빅이 지나치게 제품군을 다양화하면서 오히려 경쟁력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우선적으로 볼빅이 잘할 수 있는 컬러볼 마케팅과 판매에 집중할 것이다. 하이 프리미엄 컬러볼의 대명사로서 자리매김을 하며 브랜드 가치를 활용한 용품 시장에 대한 전략을 재정비하려 한다. 다만 클럽 및 골프와 별개인 사업 아이템은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젊은 명품 골프 브랜드로 거듭나는 것을 1차 목표로 내세웠다. “그간 선보였던 일부 저급한 볼 라인업도 있었지만 이제 제품군을 통합 개량할 것이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깎아먹고 영업이익을 만들기 어려운 제품군은 도려내겠다. 제대로 만들고, 홍보하고, 판매해 사람들에게 제 값 받고 인정받는 브랜드의 비전을 모토로 할 것이다.”



●“골프의 매력은 자연과 사람의 교감”


홍 대표는 1998년 박세리가 맨발 투혼 끝에 우승한 US여자오픈을 지켜본 뒤 1999년 골프에 입문했다. 핸디캡 12에 베스트 스코어는 2015년 경기 용인시 코리아CC에서 기록한 72타. 한 차례 홀인원을 기록한 적이 있는데 2012년 경주 블루원 보문CC에서 짜릿한 손맛을 느꼈다고 한다. 가장 자신 있는 클럽은 드라이버로 250야드 이상 보내는 장타력에 방향성을 겸비했다.

건강관리를 위해 반드시 1주일에 2회 이상 헬스클럽에서 1시간 이상 러닝 및 근력 운동을 하고 있다. 최대한 유쾌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기 위해 노력하며 명상에 심취하기도 한다.

골프의 매력은 자연과 사람의 교감에서 오는 희열, 감동이라고 생각한다는 홍 대표는 기억에 남는 골프장으로 레이크사이드, 일동레이크, 거제 드비치를 꼽았다. “도시 생활을 하다보니 호수나 바다를 보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깨끗한 자연환경을 느낄 수 있어 물과 어우러진 코스를 선호하게 되는 것 같아요.”

‘굿샷 라이프’는 스포츠와 건강을 화두로 삼습니다. ‘TNT(Tee & Tea) 타임’은 골프장 안팎의 생생한 스토리를 전달합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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