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굿샷 라이프]타지 말고 걸어야 100세에 100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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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칭 봉을 활용한 회전 운동으로 상체 근력을 강화하고 있는 이동욱 씨. 이 씨는 철저한 건강관리를 바탕으로 에이지 슈터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이동욱 씨 제공
스트레칭 봉을 활용한 회전 운동으로 상체 근력을 강화하고 있는 이동욱 씨. 이 씨는 철저한 건강관리를 바탕으로 에이지 슈터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이동욱 씨 제공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골퍼라면 누구나 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적은 스코어를 적는 ‘에이지 슈터(Age Shooter)’를 꿈꾼다. 80세에 80타를 치려면 골프 실력만 갖고는 안 된다. 건강이 뒷받침돼야 도전이라도 해볼 수 있기에 골퍼의 버킷 리스트 맨 꼭대기를 차지해도 손색이 없다.

1945년에 태어난 해방둥이 이동욱 씨(77)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405번 에이지슈터가 됐어요. 이븐파 이하 스코어로는 230번 될 겁니다.” 사이클 버디 6번에 이글은 30번, 홀인원도 10번 했다는 그는 2019년 골프 이론과 인생을 담은 ‘온 그린’이란 책을 펴냈다. 한 달 전 강원 강릉 샌드파인GC에서 70타와 72타를 기록했다는 이 씨가 처음 에이지 슈터가 된 것은 71세 때로 71타를 쳤다.

부산고와 연세대 상대를 거쳐 1973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그는 경제기획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30년 공직생활을 했다. 골프는 1988 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에 파견 갔던 198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베스트스코어는 67타에 핸디캡은 0~2를 오간다고 한다.

7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심심치 않게 골프장에서 ‘7’자를 그리는 비결은 철저한 자기 관리로 근력을 유지한 덕분이다. 특히 하체 근력 단련에 집중한다. 학창 시절 축구 선수를 해 남다른 하체를 지녔다는 이 씨는 “골프 칠 때 홀과 홀 사이의 거리가 멀거나 남한테 지장을 주지 않는 경우라면 카트 타지 않고 무조건 걷는다”고 말했다. 18홀 동안 1만3000보 이상 걷게 된다는 게 그의 얘기.

스쾃 운동기구를 활용해 하체 근력을 단력하고 있는 이동욱 씨. 이동욱 씨 제공
스쾃 운동기구를 활용해 하체 근력을 단력하고 있는 이동욱 씨. 이동욱 씨 제공


집에서는 스쾃을 매일 20번씩 3차례 반복하고 있다. 묵직한 키 높이 스트레칭 봉을 어깨에 짊어지고 회전을 되풀이하는 체조는 자신만의 몸통 근력 강화 비법. 굿샷의 바탕이 되는 큰 근육을 키우고 몸의 꼬임을 느끼게 하는 데 최적의 훈련이다. 이 씨는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210m 정도 된다. 동년배들과 라운드를 하면 50야드 가까이 더 칠 때도 있다”며 웃었다. 고반발 클럽을 사용하면 똑같은 조건에서 20야드는 더 나가게 된다고 했다.

이기광 국민대 체육대학 교수는 “50세 이상 성인은 해마다 1~2%의 근육량이 감소해 80세에는 총 근육량의 40~60%를 잃는다”며 “주 2,3회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면 근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척추 전문 남기세병원 남기세 원장은 “적어도 3번 홀까지는 걸어 다녀야 몸도 잘 풀린다. 전철, 버스 타고 다니면서 하체를 단련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이동욱 씨는 7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드라이버 비거리가 210m에 이른다고 했다. 이동욱 씨 제공
이동욱 씨는 7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드라이버 비거리가 210m에 이른다고 했다. 이동욱 씨 제공


이 씨는 골프 연습장에 가면 자주 찾거나 라운드 예정인 골프장의 코스를 머릿속에 그려가며 공을 친다.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 웨지 등을 번갈아 쓰며 가상 라운드를 한다는 것. 목적의식을 가져야 연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백질과 채소 위주의 식단에 하루 세끼 식사는 꼭 오전 7시, 낮 12시, 오후 7시에 시작한다. 그 덕분에 174cm에 75kg 체중을 수십 년째 유지하고 있다.

그는 라운드를 할 때 캐디에게 의존하지 않고 거리, 라이, 바람, 경사 등을 스스로 파악해 클럽을 결정한다. “18홀을 도는 동안 굉장히 바쁘고 두뇌 활동을 많이 하게 됩니다. 한 달에 책 4,5권을 읽는 것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스웨덴 연구 결과를 보면 골프를 열심히 치면 기대수명을 5년 늘린다고 한다. 다만 ‘걷기 라운드’가 전제다. 영국 에딘버러대학 앤드루 머리 박사는 “18홀을 도는 동안 6.5~12km를 걷게 돼 500칼로리를 소비하게 된다”고 밝혔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최고령 에이지슈터는 1973년 만 103세 나이로 103타를 친 캐나다 출신 아서 톰프슨(1869~1975)이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신기록 탄생이 기대된다.

지난해 교통사고로 큰 부상을 입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는 이번 마스터스에 출전하면서 “가장 큰 과제는 72홀을 걷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슈퍼카라도 펑크 난 타이어로는 질주할 수 없다. 강한 하체가 무병장수를 향한 ‘굿샷’을 만든다.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골퍼#에이지 슈터#100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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