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최초 9이닝 퍼펙트 나왔지만…타선 침묵에 대기록은 불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3일 14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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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선발투수 폰트. 뉴시스
SSG 선발투수 폰트.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서 3년 만에 ‘100% 유관중’으로 치러진 프로야구 개막일 KBO리그 역사상 첫 대기록이 아쉽게 무산됐다.

비운(?)의 주인공은 SSG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선 윌머 폰트(34)였다. 폰트는 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9이닝 동안 9삼진 무피안타 무볼넷을 기록하는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다.

하지만 폰트의 KBO리그 최초 9회 퍼펙트 피칭 기록은 ‘비공인’으로 남게 됐다. SSG와 NC가 9회까지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9회까지 투구 수 104개를 기록한 폰트도 10회말에 등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SSG 타선이 10회초에 4점을 내며 폰트는 승리투수가 된 데에 만족해야 했다.

올해로 출범 40주년을 맞은 KBO리그에서는 아직 한 번도 퍼펙트 경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폰트가 10회말에도 등판해 역사를 완성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투수 출신의 유희관 KBSN 해설위원은 “한 시즌은 길고 시즌 첫 번째 경기였던 상황이다. 무리할 필요가 없다. 투수 본인이든 코칭스태프의 결정이든 잘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 위원의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경험에서 비롯된 평가다. 유 위원이 두산 선수 시절이던 2015시즌 팀 동료인 외국인 투수 마야(41)도 그해 4월 9일 136구를 던지며 KBO리그 통산 12번째 노히트노런을 작성한 일이 있다. 하지만 이날 무리한 탓인지 KBO리그 두 번째 시즌을 치르던 마야는 이후 부진을 거듭한 끝에 약 두 달 뒤 방출됐다. 김원형 SSG 감독은 “폰트의 투구 수가 9회까지 104개였던 것을 고려해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퍼펙트는 없지만 KBO리그에서 볼넷 등으로 출루를 한번 이상 허용한 ‘노히트노런’ 경기는 총 14번 있었다. 이중 폰트만큼이나 ‘아쉬운’ 상황이 두 번 있었다.

정민철
가장 퍼펙트에 근접했던 투수는 정민철 한화 단장이다. 한화에서 활약하던 1997년 5월 23일 OB(현 두산)전에 등판한 정 단장은 9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잡으며 무안타 무사사구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 정 단장은 8회 심정수를 상대로 삼진을 잡았지만 당시 포수였던 강인권 NC 수석코치가 세 번째 스트라이크를 놓치면서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으로 1루를 허용했다. 포구만 제대로 됐더라면 최초의 퍼펙트 경기는 25년 전 달성됐을지도 모른다.

1988년 당시 빙그레(현 한화) 투수였던 이동석(58·은퇴)도 9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으며 무안타 무사사구 경기를 펼쳤지만 실책 2개로 두 차례 출루를 허용했다. 이런 면에서 퍼펙트 경기는 투수만 잘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일본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퍼펙트 경기는 미국에서 총 23차례, 일본에서 총 15차례 나왔다. 메이저리그(MLB)에서는 2012년 세 번의 퍼펙트 경기가 나온 뒤 명맥이 끊겼다. 마지막은 8월 16일 시애틀의 펠릭스 에르난데스(36·은퇴)가 탬파베이를 상대로 달성했다. 일본에서는 1994년 요미우리의 마키하라 히로미(59·현 일본 TBS 해설위원)가 1994년 5월 18일 히로시마를 상대로 퍼펙트 경기를 달성한 뒤 28년 동안 기록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과 퍼펙트 경기의 인연이 전혀 없지는 않다. 일본프로야구(NPB) 최초 퍼펙트 피칭을 달성한 선수는 후지모토 히데오(藤本英雄·1918~1997)다. 원래 나카가미(中上)라는 성을 썼던 그는 부산에서 태어나 8살 때 일본으로 건너간 뒤 귀화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 이름은 이팔룡(李八龍)이다. 그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뒤 3일인 1950년 6월 28일 당시 요미우리 소속으로 니시닛폰(현 세이부)을 상대로 대기록을 작성했다.

당시 기록을 세운 일본 아오모리 야구장 앞에는 최초의 기록을 기념하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후지모토는 나중에 “퍼펙트 게임을 치를 때만 해도 나는 한국 국적이었다. 그러나 재일교포 사이에 한국전쟁에 징집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아 일본으로 국적을 바꿨다. 이제는 인생에서 제일 후회되는 일이다”고 말했다.

MLB에서 마지막 퍼펙트 경기가 나온 2012년, 이를 달성한 셋 중 하나였던 필립 험버(40·당시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3년 뒤 KIA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 무대를 밟았다. 대기록의 주인공을 향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험버는 12경기에서 3승 3패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한 채 쓸쓸하게 짐을 쌌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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