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규제 풀어도 집값 급등 안해” vs “주변 단지 가격 자극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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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 완화 영향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왼쪽)와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가 14일 동아일보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의 영향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왼쪽)와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가 14일 동아일보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의 영향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지난 대선의 최대 화두는 부동산 민심 잡기였다. 2017년 5월 이후 4년 9개월 만에 서울에서만 2배로 뛴 집값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후보들은 부동산 공약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윤석열 당선인은 ‘규제강화와 공공 주도 공급’을 뼈대로 하는 현 정부의 부동산대책 기조를 ‘규제완화와 민간 주도 공급’ 방식으로 바꾸는 정책 대전환을 추진할 예정이다. 새 정부에서 부동산정책 개편은 어떻게 진행되며 그 기간 집값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와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14일 동아일보에서 만나 부동산 규제완화의 방향과 전망에 대해 토론했다.》

―윤 당선인은 민간 주도로 임기 내 250만 호를 공급하는 계획을 부동산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달성 가능한 목표인가.

심교언 교수=최근 10년간 연평균 공급물량이 57만 호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이 충분하다. 오히려 집값이 급락하는 경우 물량을 다소 줄여야 할 수도 있다.

김현수 교수=소비자가 만족하지 않는 물량은 의미가 없다. 가격, 통학, 통근, 쇼핑, 위락의 요소를 충족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공급이 가능한 곳이 많지 않다. 태릉골프장, 육군사관학교 부지 같은 국공유지 공급도 쉽지 않다.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기반시설과 주민을 고려하면서 집을 지어야 한다.

―‘수요 있는 곳에 공급한다’는 기준을 맞추려면 결국 기존 아파트 재건축과 재개발이 중요할 텐데….

심 교수=새 정부는 임기 내 재건축 재개발로 47만 호를 예정하고 있다. 많아 보이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재임 기간 지연된 물량이 25만 호가 넘는다. 작년 하반기 서울시에서 나온 인허가 물량만 해도 7만 호다.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한 물량 공급이 가능하다.

김 교수=주택정비사업 규제를 정상화해야 한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처럼 상권, 학군이 잘 갖추어진 곳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 다만 조합이 자기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용적률, 층고, 분양가를 과도하게 높이려 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규제를 어느 수준까지 완화할지가 관건이다.

―규제완화는 쉽게 손대기 힘든 ‘뜨거운 감자’다. 윤 당선인은 재건축 용적률을 500%로 높이겠다고 했다. 이 정도의 고밀도 재건축이 가능한가.

심 교수=현실을 보면 일률적인 고밀도 재건축은 안 될 것이다. 서울 압구정동이나 대치동 재건축 소유주들이 임대아파트를 더 지으면서 용적률을 500%로 높일 것 같지는 않다. 지금 잠실 주요 재건축 아파트 용적률이 270%다. 그 옆을 지나가면 ‘장벽’ 같은 느낌을 받는다. 역세권 주변 고밀개발지 정도에 500% 용적률이 가능할 것이다.

김 교수=‘용적률 500%의 도시’가 실현되려면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할까. 조합이 임대주택 등 공공기여 조건을 수용할 의사가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도로망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도 충분해야 한다. 이런 조건을 갖춘 재건축단지가 그렇게 많을 것 같지는 않다. 규제완화로 추가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달 초 서울시에서 나온 35층 층고 규제 폐지 방침도 파급력이 큰 이슈다.

심 교수=뷰(전망)에 따라 m²당 가격이 달라진다. 지상에 공원을 늘리고 높게 지으면 사업성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세계 대부분의 도시는 층고를 일률적으로 규제하지 않는다. 그동안 정치적이고 행정편의주의적으로 층고를 제한했다. 비정상적인 규제를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김 교수=재건축 조합에서 층고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원칙에 찬성한다. 다만 건물이 높이 올라갈수록 프리미엄이 생기는 만큼 도심의 조합들부터 경쟁적으로 고층을 원할 것이고 시가지 외곽도 고층화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도시기본계획을 통해 높이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규제완화로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집값이 오르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가격이 뛰면 아무리 취지가 좋은 정책도 지속하기 어렵다.

심 교수=국지적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다. 다만 지금은 대출규제, 거시경제 불안, 금리 인상이 맞물려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다. 가격이 크게 오르진 않을 것이다. 서울시가 재건축을 순차적으로 조절해 가격 상승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공급 시그널은 계속 줘야 한다. 문 정부에서 집값이 급등한 것은 강남 집값이 오르는데 강남 공급을 줄였기 때문 아닌가.

김 교수=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 해당 지역 주변단지 가격을 자극할 것이다. 신축 아파트가 공급되면 오래된 집 가격은 떨어져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게다가 재건축 대상 단지가 1, 2개가 아니라 수백 개나 된다.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주변지역 가격 상승을 초래할 것이다.

―새 정부가 2년간 양도세 한시적 인하를 추진할 예정이다. 세금 인하가 투기를 부추기거나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여지는 없나.

심 교수=양도세를 올릴 때 정부는 세금 때문에 집으로 돈을 벌기 어려워진다는 인식이 확산돼 집값이 안정되길 기대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서 공급이 줄고 그 결과 가격이 올라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양도세를 정상화하면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

김 교수=동의한다. 세금을 포함한 규제완화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매물이 줄고 거래가 단절된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세금 완화가 근본 해법은 아니다. 핵심은 역시 공급이다. 집값 하락세가 고착화하면 주택사업 자체가 멈추고 공급 시스템이 아예 작동하지 않게 되는 만큼 공급 타이밍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임대차3법이 당초 취지와 달리 ‘도미노 전세난’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심 교수=모든 주택에 전월세상한제 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임대차3법은 전면 재검토해야 하지만 바로 없애면 다른 혼란이 생길 수 있다. 법을 지키는 임대인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과도기적 조치가 필요하다. 법을 수정하더라도 민간 임대사업자 등록을 늘려 세입자를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김 교수=부작용이 있긴 해도 계약갱신으로 다수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성이 높아진 측면이 있다. 폐지보다는 일부 조항을 수정해 제도를 연착륙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이 향후 추진되면 전월세 수요가 폭증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보수 정부는 공급 확대에 초점을 두고 진보 정부는 투기수요 억제에 초점을 둔다는 인식이 있다. 이상적인 정책조합은 무엇인가.


심 교수=보수는 장기적 공급을 더 중시하고 진보는 단기적 수요억제 정책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어쨌든 정책의 중심은 공급이 돼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집값 폭등기 세계 주요 도시의 집값 안정책은 모두 공급이었다. 수요억제책으로는 단기적 효과는 몰라도 근본적인 효과를 낼 수 없다.

김 교수=진보나 보수 정부 모두 표방하는 이념과 달리 실제 정책은 경기에 따라 달라졌다. 노태우 정부 당시 토지공개념으로 규제하다가 1기 신도시 사업을 들고 나왔고, 노무현 정부 당시 종합부동산세로 강하게 규제하다가 2기 신도시 카드를 꺼내든 게 예다. 수도권 고밀화를 허용하되 여기서 생기는 이익을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는 식의 장기 비전을 논의해야 한다. ‘깜짝쇼’로는 아무 일도 못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
서울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한 뒤 학계에서 부동산 전문가로 활동했다. 정부는 집값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수요와 공급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지원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장주의자다. 대선
기간 국민의힘 경제정책추진본부 위원으로 부동산정책의 방향에 대해 자문했다.


김현수 단국대 교수
서울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한 뒤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 국무총리실 국토정책심의위원, 서울시 도시계획정책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교통과 통신기술의 혁신기에 걸맞은 주택정책을 강조하는 대표적 도시계획 전문가다.


홍수용 논설위원 legman@donga.com
#윤석열#부동산 공약#부동산 규제 완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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