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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IT/의학

[IT운영관리] 4."해외에서 RPA는 승승장구".. 국내 RPA는 확산도 어려워

입력 2022-03-08 18:45업데이트 2022-03-1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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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 인류 앞에 놓인 과제다. 세계적으로 출산율은 떨어지고,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메가 트렌드를 직격탄으로 맞은 나라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출산율이 1970년 4.53명에서 2018년 0.98명으로 연평균 3.1%씩 감소해 OECD 37개국 중 저출산 속도가 가장 빨랐다. 같은 기간 동안 고령화 비율의 연평균 증가율은 3.3%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이 추세대로면 한국은 2026년에 초고령사회(고령인구 비중 20% 이상)에 진입하게 된다.

출처=한국경제연구원출처=한국경제연구원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RPA를 도입하는 이유도 ‘저출산, 고령화’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 이로 인해 발생할 문제가 바로 노동력 감소이기 때문이다. RPA는 사람이 반복 처리하는 단순한 업무를 소프트웨어 로봇으로 자동화하는 기술을 뜻한다. 별도의 장비나 하드웨어 도입 없이 기존 시스템에 소프트웨어 봇(Bot)을 설치해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이다. 앞으로 단순 반복 작업은 RPA에 맡기고, 축소될 노동 인구는 중요한 일을 맡는 방식이 보편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직장 업무의 30~50%는 단순 반복 작업이다. 노동현장에서 비일비재한 비효율적인 노동방식의 상당 부분을 RPA로 해결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1990년부터 ERP를 도입해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해왔다. ERP(전사적 자원관리)는 회계, 조달, 공급망 운영 등 일상적인 비즈니스 활동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데 사용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데이터입력 같은 ERP 시스템의 반복작업은 RPA로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핵심 업무를 제외한 과정을 외부 업체에 맡기는 아웃소싱의 종류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시장이 인도 중국에서 인건비 상승으로 수익성 한계에 직면하게 됐다. 이로 인해, RPA 전문기업 블루프리즘은 사람이 시스템을 제어하는 방식을 모방한 최초의 RPA솔루션을 출시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RPA가 ERP와 마찬가지로 모든 기업이 필수로 도입할 솔루션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앤마켓은 RPA 시장이 2020년부터 연평균 31.1% 성장률을 보이며 2025년까지 39억 7천만 달러(약 4조 6719억)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ERP와 BPO는 시스템 구축을 위한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RPA는 기존 IT시스템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어 도입에 대한 장벽이 낮다.

글로벌 RPA 3강 체제, “클라우드, AI, 머신러닝으로 고도화 중”

해외에선 유아이패스, 오토메이션 애니웨어, 블루프리즘 등의 글로벌 3강 구도로 RPA 전사적 도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다국적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유아이패스 RPA를 도입해 1년에 5만 시간에 달하는 업무 시간을 절감하고 있다. PWC는 3만 대의 로봇을 직원에게 공급해, 컨설턴트가 고객대응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도록 하고 있다. 유아이패스는 업무 분석, 데이터 기반 자동화, 자동화 이후의 결과를 측정하는 ‘엔드-투-엔드’ 자동화 플랫폼을 제공해, 누구나 RPA를 쉽게 사용하게끔 시스템을 설계한다.



콜롬비아은행은 오토메이션 애니웨어를 통해 RPA 도입, 출처=오토메이션 애니웨어콜롬비아은행은 오토메이션 애니웨어를 통해 RPA 도입, 출처=오토메이션 애니웨어

콜롬비아 은행은 오토메이션 애니웨어를 통해서 1만 5000여 개 프로세스에 9000대 이상의 RPA를 적용했다. 3만 2000명의 직원이 고객 1400만 명을 응대하는 상황에서, 단순 반복 업무는 RPA로 해결하고 직원은 중요한 일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RPA와 AI, 머신러닝을 결합한 지능형 자동화로 매년 12만 7000시간의 업무시간과 1900만 달러의 시스템 구축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생산성 향상으로 새롭게 창출한 수익은 700만 달러에 달한다.

오토메이션 애니웨어 코리아의 서보상 전무는 “오토메이션 애니웨어는 차세대 RPA인 클라우드형 RPA를 강화하고 있다. IDC조사결과에 따르면, 클라우드 RPA시장에서 오토메이션 애니웨어의 점유율은 54%로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현재 글로벌 RPA시장은 빠르게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하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는 인터넷 연결만 있으면 어떤 디바이스에서든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다. 시스템 구축과 관리를 위한 비용이 필요 없고, 서비스 확장 시 라이선스를 추가로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국내 데이터센터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문제로 인해 클라우드형 RPA 도입이 저조했다.

일본항공(JAL), 출처=블루프리즘일본항공(JAL), 출처=블루프리즘

일본항공(JAL)은 블루프리즘을 통해서 20대의 디지털 워커로 50개 이상의 업무를 자동화했다. 자동화된 업무는 매출 보고서 추출, 비행조건에 따라 바뀌는 연료 적재량의 분석, 단체 고객의 사전 좌석 지정 등의 운영 업무 등 다양하다. 이를 통해 연간 6만 시간 이상을 절약할 수 있었다. 블루프리즘의 자동화 프로세스는 각 단계를 오브젝트로 만들기 때문에, 전사 확장에 유리하단 강점이 있다. 한번 사용한 로봇을 레고 블록처럼 쪼개서, 이를 다른 부서에서도 쉽게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블루프리즘 관계자는 “RPA를 중앙에서 관리하면 시스템 장애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PA 자동화는 ‘데스크톱 자동화’와 ‘중앙 관리형 자동화’로 나뉜다. 개인 PC에서 자동화를 진행하면 중앙에서 자동화 프로세스를 관리하기가 어렵다. 자동화가 PC 이용자에게 최적화돼 있어, 직원이 퇴사하거나 인사 이동이 있을 때 인수인계도 복잡해진다. 중앙관리형은 모든 자동화 과정을 중앙 서버에서 관리 및 감독해 보안성과 표준성이 뛰어나다. 블루프리즘은 기본적으로 RPA를 중앙관리형으로 설계한다는 특징이 있다. JAL은 로그 모니터링(각각의 디지털 워커가 어떤 업무를 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서버에 남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오브젝트를 통한 표준화, 안전한 관리가 가능한 전사 자동화 등과 같은 점을 고려해 블루프리즘 RPA를 도입했다고 전해진다.

RPA의 고도화, 국내시장도 서둘러야

한국이 속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엔 RPA가 늦게 도입됐다. 앞으론 RPA 선도국가인 일본과 인도, 중국이 지역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RPA 교육 훈련과 숙련된 전문가의 부족은 기술 구현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RPA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LG화학은 유아이패스와 함께 2019년부터 RPA를 도입했다. LG화학의 DX팀은 2020년부터 이미지 문서를 시스템에 입력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OCR 기술로 문서를 인식하는데, 문서 한 종류당 이미지 인식에만 2~3일이 걸렸다. 146종의 작업을 한 명이 처리하면 14개월의 기간이 소요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RPA에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문서를 학습시켰다. 종류별 샘플 문서를 학습하면 비슷한 종류의 문서도 자동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덕분에 3분의 1 이상의 업무 시간을 절감하게 됐다.

하지만, 한국에선 RPA 도입이 전사적 확대로 나아가는 사례가 많지 않다. 블루프리즘 관계자는 “국내 기업도 자동화에 관심은 많지만, 확산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객의 소리를 들어보면 결국 비용 문제다. 라이선스, 운영, 개발, 유지보수 등과 관련된 비용이 도입 시 예측했던 예산을 초과하는 것이다. 또한, 자동화 과정이 표준화되지 않아 개별 부서에서 진행한 RPA 시스템을 전사로 확장하지 못 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디지털 전환을 위한 경영진의 적극적인 역할도 강조한다. 유아이패스코리아 이봉선 전무는 “RPA 전사 확장을 위해선 CEO가 개인 디지털 역량 강화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CEO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전사적인 디지털 자동화를 강하게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RPA가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는 기술이며, 자동화가 무조건 일자리 축소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점을 직원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블루프리즘출처=블루프리즘

이와 관련해, 블루프리즘을 통해서 RPA를 도입한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사례가 참고할 만하다.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 규정상, 약물 홍보자료엔 효과와 부작용을 같이 명시해야 한다. 화이자는 홍보자료를 만들 때 약 500개의 참고문헌을 검토한다. RPA를 통해선 수많은 문헌 중 해당 약물과 관련된 정보를 찾는 작업을 자동화했다. 하지만, RPA를 도입하기 전 화이자 임직원은 선뜻 RPA를 반길 수 없었다고 한다. RPA 효과를 신뢰할 수 없었고, 일자리를 로봇이 대체한다는 불안 때문이다. 화이자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RPA를 직접 시연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RPA를 도입함으로써 직원들은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음을 알렸다. 뿐만 아니라, 화이자는 현재 AI와 머신러닝, OCR을 통해서 RPA 서비스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상황별로 RPA를 제공하는 솔루션 ITOMS(아이톰즈)를 개발한 인포플라의 최인묵 대표는 “RPA 도입이 성숙되면서 1인 1 RPA 비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직원들이 전문적인 RPA 스크립트 개발 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기술적인 장벽이 있다. 회사 간 업무가 모두 유니크하다 보니 RPA 업체에서도 공통 자동화 업무를 개발해서 제공하기 힘든 어려움도 있다. AI 기술을 활용해 스크립트 제작 난도를 낮추거나, 자동 제작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RPA 보편화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참고 'RPA 레볼루션(지은이 김인수)'

동아닷컴 IT전문 정연호 기자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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