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의혹’ 앤드루 왕자, 피해자와 합의…합의금은 얼마?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6일 1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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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를 받아 온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62)가 피해자와 전격 합의했다. 그는 작년 관련 소송이 진행된 이후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앤드루 왕자는 15일 미국 뉴욕 맨해튼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성폭행 혐의로 자신을 고소한 미국인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39)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앤드루 왕자는 2001년 미국의 억만장자이자 희대의 성착취범인 제프리 엡스타인과 함께 당시 17세였던 주프레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아 왔다. 앤드루 왕자와 주프레 양측은 공동으로 작성한 이번 서류에서 합의금 액수를 공개하진 않았다.

앤드루 왕자는 또 합의금과 별도로 성폭행 피해자들의 권리를 위해 관련 재단에 상당한 액수의 기부를 할 의향이 있다고도 밝혔다. 다만 그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이날 합의문에서도 주프레가 제기한 혐의를 인정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영국 앤드루 왕자에게 성관계를 강요당했다고 주장하는 버지니아 주프레가 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BBC 캡처
영국 앤드루 왕자에게 성관계를 강요당했다고 주장하는 버지니아 주프레가 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BBC 캡처
엡스타인의 성폭행 피해자이자 관련 소송의 핵심 증인인 주프레는 앤드루 왕자가 엡스타인의 소개를 받아 미성년자였던 자신을 여러 차례 성폭행했다면서 작년 8월 그를 고소했다. 엡스타인의 옛 여자친구인 길레인 맥스웰 역시 영국 런던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주프레로 하여금 앤드루 왕자와 성관계를 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프레는 당시 소장에서 이들의 연줄과 권력 등이 두려워 항거를 하지 못 했다고 적었다. 엡스타인은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9년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맥스웰은 작년 12월 뉴욕 법원에서 성매매 알선과 미성년자 성착취 등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았다.

성폭행 의혹을 시종일관 부인해 온 앤드루 왕자 측은 이번 소송이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최근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앤드루 왕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영국 왕실은 지난달 그의 군 직함과 공적 업무를 박탈하고 ‘전하’(His royal highness) 같은 호칭도 사용할 수 없게 했다. 만일 주프레와 합의를 하지 않았더라면 앤드루 왕자는 조만간 미국 법정의 증언대에 서서 자신의 위법 행위를 추궁당할 상황이었다.

앤드루 왕자는 이날 성명에서 “엡스타인은 오랫동안 수많은 어린 여성들을 성착취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엡스타인과 친분을 쌓아온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주프레와 다른 피해자들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고 했다. 이는 그가 지금까지 취한 입장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앤드루 왕자 측은 작년 10월 법원에 소송 기각을 요청하면서 “주프레는 돈을 벌기 위해 근거 없는 소송을 걸었다”면서 “주프레는 언론사에 기사거리와 사진을 판매해 왔다”고 주장한 바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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