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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반도체, 中 무력 침공 막는 방패

입력 2022-01-16 10:14업데이트 2022-01-1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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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 자급률 15.9% 불과… 美 전략가 “中 위협에 TSMC 폭파 경고로 맞서야”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기업 대만 TSMC 본사 전경. TSMC
대만 국민은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TSMC를 ‘호국신산(護國神山)’이라고 부른다. ‘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의미다. 호국신산은 원래 대만섬 남북으로 뻗은 해발 3000m 이상 산들로 이뤄진 중앙산맥을 가리킨다. 중앙산맥은 해마다 동쪽에서 불어오는 태풍을 가로막아 피해가 전국으로 확산하지 않게 한다. 이 중앙산맥에는 공군 기지가 있다. 입구에 8t 무게의 두꺼운 철문이 세워져 있는데, 중국군이 침공할 때 쏟아질 집중 폭격을 막는 용도다. 전투기 250대가 배치된 이 기지는 말 그대로 최후의 방어 수단이다.

TSMC도 이 공군 기지와 더불어 중국의 침공을 막을 ‘최후 전략무기’ 역할을 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도 어김없이 신년사에서 양안(중국과 대만) 통일을 강조하며 무력 통일 위협을 가했음에도, 대만 국민이 두려움에 떨지 않는 것은 군의 강력한 방어 역량 때문이 아니라 TSMC 덕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국군은 1월 1일부터 전투기와 폭격기를 대거 동원해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입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에 맞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도 신년사에서 “베이징은 상황을 오판하지 말고 군사적 모험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반격했다.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해온 ‘골리앗’ 중국에 ‘다윗’ 대만이 당당하게 맞서는 이유는 TSMC로 대표되는 반도체 때문이다.

대만 반도체기업, 글로벌 시장점유율 66%


대만 경제는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대만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수출은 4057억5000만 달러(약 482조8830억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 반도체 등 전자제품 수출액은 915억6000만 달러(약 108조9838억 원)로 이미 2020년 881억2000만 달러(약 104조8892억 원)를 크게 상회했다. 대만 경제성장률은 2020년 3.4%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6%를 넘어섰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대만은 중국을 능가해 2년 연속 세계 1위 경제성장률 국가가 된다. 또한 대만 정부는 2022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5394달러(약 4213만 원)를 달성해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인당 GNI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통계로, 한 나라 국민의 생활수준을 파악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3만 달러는 선진국 진입 기준으로 간주돼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신년사에서 양안 통일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정부망
대만의 눈부신 도약을 가장 부럽게 보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 시 주석이 양안 통일을 주장하는 진짜 속내는 대만 반도체산업을 흡수하려는 의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전 세계 비(非)메모리 반도체(파운드리) 분야 상위 10개 업체에 1위 TSMC를 비롯해 대만 기업 4개가 포진해 있다. 이들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66%나 된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TSMC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53.1%로 독보적이고, 삼성전자가 17.1%로 뒤를 쫓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만 반도체 공장이 가동을 멈추는 일이 발생하면 당장 스마트폰, 노트북컴퓨터, 자동차 등을 생산하지 못해 세계경제가 엄청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중국 반도체산업은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음에도 지지부진하다. 중국 정부는 첨단산업 육성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추진하면서 반도체 자급률을 2020년 40%, 2025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시장조사 전문업체 ‘IC인사이트’에 따르면 중국의 2020년 반도체 자급률은 15.9%에 그쳤다. 그마저도 중국에 생산기지가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이 만든 물량을 제외한 순수 중국 업체 비율은 5.8%에 불과하다. 중국의 2020년 반도체 수입액은 3500억 달러(약 416조6050억 원)로, 단일 품목 1위를 차지했다. 2019년에 비해 14.4% 늘었다. 두 번째로 수입액이 많은 원유(1763억 달러)의 2배, 3위인 철광석(1189억 달러)의 3배 수준이다. 전체 수입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17%나 된다. IC인사이트는 2025년에도 중국 반도체 자급률이 19.4%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 정부와 공산당 강경파는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해 반도체산업을 장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美·中 국지전 시 미군 패배 가능성 높아

대만에서도 반도체를 지렛대 삼아 중국의 침공 위협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만은 그동안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에 상당한 규모의 수출을 해왔다. 지난해 11월 말까지 양안의 무역 총액은 2982억8000만 달러(약 355조426억 원)를 기록해 2020년 동기 대비 27.3% 늘었다. 중국의 대만 수출은 707억7000만 달러(약 84조2375억 원)로 전년 대비 31.2% 늘어났고, 대만의 중국 수출은 2275억1000만 달러(약 270조8051억 원)로 전년 대비 26.2% 증가했다. 대만의 중국 수출액이 수입액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TSMC 등 대만 반도체기업의 수출 덕분이다.

중국은 첨단이 아닌 10㎚(나노미터) 이상 공정으로 제조되는 반도체를 비롯해 각종 장비와 부품을 대만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TSMC는 제품 수출을 위해 중국 상하이와 난징 공장을 운영 중이며, 다른 중소 규모 반도체업체들도 중국 공장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대만 독립을 강조해온 강경파는 중국이 침공 위협을 계속한다면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중단은 물론, 중국 공장 철수 등으로 맞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중국이 이런 대만 강경파의 주장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만 침공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만 국방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2024년 총통 선거에서 독립을 내건 정권이 탄생할 경우 침공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일부 군사 전문가도 중국군 창군 100주년인 2027년을 대만에 대한 무력 행동 시점으로 보고 있다. 또한 중국군 침공이 현실화할 경우 대만군이 막아내기는 어렵다는 것이 미국 군사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대만군 전략은 미국이 항공모함과 군 병력을 파견할 때까지 중국군 공격에 맞서 버티는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있다. 하지만 미국 역시 중국의 대만 침공을 막아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를 가정한 워게임(war game)에서 미군이 중국군에 패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이 대만 또는 중국 주변에서 국지전을 벌인다면 △미국이 패배하거나 △미국이 패배 인정 혹은 확전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대만 부근으로 군사력을 재배치하기도 전 중국이 대만 장악을 끝낼 것”이라면서 “만약 미국이 동아시아에 배치된 전력으로 중국의 공격에 대응하더라도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해군육전대(해병대)가 대만을 가정해 상륙작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Chinamil


반도체 수입 못 하면 中 경제 붕괴


그렇다면 미국과 대만이 중국의 침공을 막을 전략은 무엇일까. 양국이 대만 반도체 시설을 초토화하는 전략(scorched-earth semiconductor strategy)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전략가인 재러드 맥키니 미주리대 교수와 피터 해리스 콜로라도대 교수는 최근 미국육군전쟁대가 발간한 계간지에 기고한 논문에서 “중국이 침공할 경우 미국과 대만이 대만 반도체 시설을 폭파하겠다는 경고를 중국에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교수는 이 논문에서 “대만 지도자들이 반도체 시설을 적 수중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미국과 동맹국은 대만 반도체 전문가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할 것을 보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교수는 “이런 전략을 시행할 경우 중국은 반도체를 수입하지 못해 첨단산업이 수년간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미국 등 서방이 반도체 수출 금지 등 제재 조치를 내린다면 중국 경제는 붕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교수의 이 논문은 대만 강경파 주장과 상당한 유사점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TSMC가 최근 미국과 일본 등에서 투자를 확대하는 흐름도 비슷한 맥락이다. TSMC로서는 제조비용 증가 등 경영 비효율을 무릅쓰고 중국발(發) 리스크 등을 낮추는 차원에서 생산 공장을 전 세계로 분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약 14조2848억 원)를 투자해 첨단 반도체 공장 6개를, 일본 구마모토에 8000억 엔(약 8조2634억 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또 독일과 인도에서도 공장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 정부가 TSMC의 해외 공장 건설을 적극 지원하고 미국, 일본 등과 반도체 동맹 구축에 공을 들이는 것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일 수 있다. 더욱이 대만 정부는 반도체를 비롯한 자국 전략산업 자산을 중국 기업에 매각할 때 이를 허가받도록 규정했다. 예를 들어 TSMC가 중국에 세운 공장을 중국 업체에 매각할 경우 반드시 대만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만 정부는 또 반도체 분야 핵심 인재의 유출을 막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대만 정부로선 반도체가 중국 침공을 막는 방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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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23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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