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정치

‘2030 젠더 갈등’ 속 뛰어든 이재명-윤석열

입력 2022-01-10 03:00업데이트 2022-01-10 09:58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李, 페미니즘 유튜브 채널과 인터뷰
尹 “여성가족부 없애고 새 부처 신설”
본격적으로 시작된 여야의 대선 참승부가 ‘젠더(gender·사회문화적 성) 갈등’을 두고 달아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젠더 갈등과 관련해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9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후보는 7일 페미니즘, 성소수자 문제 등을 다뤄온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와 인터뷰 촬영을 마쳤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성 인권이나 소수자 문제 등 젠더 이슈에 있어 이 후보의 평소 입장을 보여주기 위한 자리”라며 “2030세대 여성 유권자를 겨냥한 것”이라고 했다.

7일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고 밝힌 윤 후보는 8일에도 “더 이상 남녀를 나누는 것이 아닌 아동, 가족, 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의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못 박았다. 앞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이대남’으로 불리는 20대 남성 표심을 의식해 여가부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젠더 문제에 대해 2030세대 남녀 유권자들의 시각차가 극명하게 엇갈려 여야 모두 후속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민주당에서는 “왜 ‘젠더 갈등’에 후보를 올라타게 했느냐”(김남국 의원)는 반발이 나왔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페이스북에서 윤 후보를 겨냥해 “여성가족부 강화”로 맞불을 놨다.

李, 페미니즘 유튜브 채널 출연… “이대녀 공략” vs “젠더 논란 자초”

李 “어떤 청년의 목소리도 듣겠다”… 與내부 “표심에 아무런 도움 안돼”

“2030세대 여성 표심을 위해 충분히 필요한 일이다.”

“여성은 물론 남성 표심에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페미니즘, 성소수자 문제를 주로 다루는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와 인터뷰한 것을 두고 9일 민주당에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이 후보가 직접 수습에 나섰지만 오히려 ‘젠더 갈등’을 둘러싼 당내 의견 대립은 확산되는 양상이다.

민주당이 이 후보의 유튜브 출연을 기획한 건 ‘약한 고리’로 꼽힌 2030 여성 유권자 표심을 공략해 보겠다는 의도에서다. 이 후보의 인터뷰 영상은 이번 주에 공개될 예정이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자체 조사에서 탈모 공약과 ‘삼프로TV’ 출연을 계기로 2030 남성은 상당히 우호적으로 바뀐 반면에 2030 여성 민심은 여전히 싸늘하다”며 “이들을 설득하기 위한 카드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오긴 했지만 일부 여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출연을 강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를 의식한 듯 인터뷰 배경에 대해 “어떤 청년의 목소리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당내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여성위 소속 권인숙 의원은 7일 “(이 후보가) 적합한 매체에 나가 여성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약을 설명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선대위 온라인소통단장인 김남국 의원은 같은 날 오후 민주당 의원 단체 대화방에 “이런 곳에 나가면 2030 여성 표가 나오느냐”며 “오히려 젠더 갈등을 더 부추기고 논란만 만들었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30대인 김 의원은 그간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 후보 관련 여론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왔고, 이날도 주요 커뮤니티의 부정적 반응을 정리해 공유하기도 했다.

이 후보의 젠더 행보가 당내 갈등으로 번지자 민주당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2030 표심이 3·9대선 최대 변수로 떠오른 상황에서 젠더 이슈를 언급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여권 관계자는 “진보 진영 후보가 페미니즘 이슈를 마냥 외면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2030 남성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민주당 선대위 전략본부 관계자는 “젠더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언행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전략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으며 앞으로는 최대한 이 기조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해 정면 대응을 자제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민주당은 9일 이 후보가 “(남녀가) 편을 먹고 있는데 기성세대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한쪽 편을 들면 안 된다”고 에둘러 비판한 것 외에는 별도 반응을 내지 않았다. 이 후보와 가까운 한 재선 의원은 “젠더 이슈는 한쪽 편에 서면 다른 한쪽을 잃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며 “답답하더라도 원론적 입장에 머무르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尹, SNS에 ‘여성가족부 폐지’… “이대남 지지” vs “젠더 갈라치기”

尹 “병장 월급 200만원으로” 공약도… 野내부 “취지 설명 안해 논쟁 우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7일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9일에는 ‘병사 봉급 월 200만 원’ 공약도 발표했다. 모두 20대 남성층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내부에서는 “잃었던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젠더 논란을 자초했다”라는 우려가 엇갈린다.

‘여가부 폐지’ 공약은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을 봉합한 뒤 윤 후보가 내놓은 상징적 메시지다. 2030세대 남성의 지지세가 강한 이 대표는 여가부 폐지를 주장해온 대표적 인물이다. 이 대표는 8일 “선대위가 발전적 해체를 하면서 지금까지 당의 철학과 맞지 않는 개별 영입 인사들의 발언이 가져오던 혼란이 많이 사라진 모습”이라고 호응했다. ‘페미니스트 정치인’ 신지예 전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의 영입을 다시금 비판한 것이다. 한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에게 옮겨간 청년·중도층 표심을 어느 정도 되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후보는 ‘젠더 갈라치기’라는 반발이 줄을 잇자 8일 기자들에게 “뭐든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서도 “더 이상 남녀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아동, 가족, 인구 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의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고 공약했으나 공식 입장을 ‘폐지론’으로 확정한 것이다.

윤 후보는 9일엔 ‘병사 봉급 월 200만 원’ 공약을 추가로 내놓으며 “최저임금 제도 취지에 비춰서 그게 공정과 상식에 맞는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기준 병장 월급은 약 67만 원인데, 이를 3배로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정책본부는 5조1000억 원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하며 “재원은 예산 지출 조정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러한 행보에 대해 중도 확장 기조와 거리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윤 후보가 최근 청년보좌역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직접 방향을 잡고 낸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선대본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취지나 방안을 언급하지 않은 ‘한 줄 구호’는 선명하긴 하지만 불필요한 젠더 논쟁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8일 “청년을 성별로 갈라치고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일마저 서슴지 않는 후보에게 지도자로서 자각이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여가부를 확대 강화해서 성평등부로 격상시키겠다”며 맞불을 놨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9일 “(여가부가) 우리 역사에서 보면 분명히 뚜렷한 족적이 있는데 20대층은 그 부분에 대해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황규환 선대본부 대변인은 “청년을 바라보는 이 정권의 인식이 얼마나 위험하고 오만한지를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받아쳤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